핸드폰을 바꾸긴 했지만, 픽셀2를 여전히 똑딱이(스냅 카메라)용으로 가끔씩 쓰곤 했습니다.
일단 작고(5인치) 가벼워서(142g) 휴대가 편합니다.
대신 렌즈가 여러개 있는것도 아니고, 고성능도 아니지만 구글 커스텀칩을 이용한 이미지 프로세싱의 힘으로 사진이 굉장히 잘 나오는 편이라 휴대용 카메라로 이만한게 없더라고요. 기간한정이긴 하지만 구글포토 업로드도 살아있고, 성능도 835가 달렸으니 그럭저럭 쓸만한 편이고요.
그런데 중고로 구한 물건이고, 사용기간이 꽤 오래되다 보니 점점 배터리가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이틀간 그냥 켠상태로 냅뒀을 뿐인데, 배터리가 죽어가더라고요. 화면켜짐 무려 17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배터리를 교체해주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은 픽셀본체, 교체할 배터리, 새 디스플레이(?) 입니다. 픽셀은 분해시 아이폰처럼 화면을 들어올리는 형태인데, 이때 화면이 작살날 확률이 높다고 해서 예비용으로 하나 구매해뒀습니다. 기존 디스플레이가 하단바쪽에 약한 번인이 있기도 했고요. 알리익스프레스 작년 세일기간에 배터리는 1만원, 디스플레이는 3만원에 구했습니다.
일단 분해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디스플레이는 죽었고요(...) 열풍기로 가열하면서 조심스럽게 했음에도 죽고 말았습니다 흑흑...
디스플레이 케이블을 보면 뭐가 막 써있어서(중국 부품에서 종종 보이는 모습) 혹시 기존 디스플레이가 비정품인가 의심이 생겼는데, JerryRigEverything의 분해 영상을 보니 원래 그런거더라고요. HTC식 마감은 원래 그런가봐요.
별나사로 고정된 디스플레이 케이블 고정용 쉴드를 떼고, 디스플레이 분리 후 미들프레임도 분리해줍니다.
미들프레임을 보면 방열용 그라파이트 시트가 코팅되어 있는데(진회색) 디스플레이 케이블이 지나가는 부분은 코팅이 없고, 디스플레이 칩셋과 터치칩셋이 들어가는 자리가 뚫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미들프레임은 십자나사 여러개와 별나사 한개로 고정되어있고, 보이는 나사를 다 빼주면 쉽게 분리됩니다. 보시다시피 픽셀2는 디스플레이-미들프레임-프레임 3단계 구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유심슬롯은 혹시몰라서 뺐는데 안빼도 분해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눈치채셨겠지만 배터리가 부풀어있었습니다. 미들프레임때문에 강하게 압박되어 기계가 부풀거나 하는 현상은 없었지만, 아마 좀더 오래뒀다면 기기가 고장났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배터리 윗부분엔 케이블이 여러개 있는데, 좌측부터 쉴딩된 메인보드-도터보드 연결 케이블, 배터리 케이블, 잘모름, 전원 볼륨버튼 케이블입니다. 도터보드 케이블을 분리해야 배터리를 뺄 수 있는데, 안전을 위해선 배터리 케이블을 우선 분리하고 작업하면 됩니다.
배터리는 양면테이프 3면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쉽게 분해가 가능하고, 저 테이프를 그대로 재활용 할 수 있습니다. 분리를 할 때엔 배터리 아래쪽으로 얇은 헤라를 넣어 지렛대처럼 들어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배터리 아래쪽에도 케이블이 있기 때문에(스퀴즈-쥐는 행동 감지 작동용 케이블) 조심해야 합니다.
우측이 분해한 배터리입니다. 용량은 같은데 부풀어서 두께가 꽤 차이납니다.
용량은 같은 2700mAh입니다. 최근 나오는 제품들에 비하면 작긴 하지만 그래도 픽셀2는 화면이 작은터라 교체 이후론 여유롭게 사용이 가능할것 같네요.
가끔 서드파티 배터리를 사다 보면 케이블 방향 혹은 단자가 거꾸로 되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장착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해도 매우 불편하게 됩니다. 따라서 분해영상을 미리 보고 맞는 모양을 구매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새 배터리를 달았습니다. 이전 배터리때문에 케이블이 살짝 늘어나서 공간이 생겼는데 다행히 작동에 문제는 없네요.
완벽조립 전에 가조립을 해서 배터리와 디스플레이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이때 충전도 한번 해보시는게 좋습니다. 정상적으로 잘 되는 모습. 화면은 이전디스플레이에 비해 약간 물빠진 느낌이 들지만 나중에 보호필름을 떼어보니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번인없고 터치도 잘 되고 품질은 괜찮네요.
※ 먼지주의
새 디스플레이에는 스피커 그릴이 없어서 기존 제품에서 옮겨달아야 하는데, 뜯어보니 먼지가 아주...난리도 아니네요. 전면에 대형 그릴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달려서 음질은 매우 좋은데, 역시 그릴이 크니까 먼지도 작살납니다. 긁거나 털어서 떼어내면 그릴 테두리부분 접착제가 상할 수 있기때문에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서 먼지를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새 디스플레이와 구 디스플레이를 비교해보면...
케이블 위치가 왜 반대인거죠????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와서야 망한걸 깨달았습니다. 새 디스플레이가 성능은 멀쩡한데 접합이 반대로된 불량품이었어요. 스피커위치는 상하대칭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각종 센서 구멍과 전면카메라 구멍을 다 막아버리게 생겼습니다.
반대로 달면 안되나 싶지만 아까 봤듯 케이블자리는 미리 정해져있어서 디스플레이를 거꾸로 달 수는 없더라고요...
게다가 작년에 산거라 반품이나 환불도 불가능... 그때 꼼꼼하게 확인을 안해서 망했습니다 흑흑 기존디스플레이 깨질 때 어차피 새제품 준비했다고 으쓱했는데 이럴수가...
다행인건, 전화기로 쓴다면 조도센서와 근접센서가 다 막혀서 못써먹을텐데 주용도가 후면카메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달게 받기로 했습니다.
대충 조도센서 자리만 뚫어서 조립을 마감했습니다. 테두리에 있던 기존 접착제는 깔끔하게 긁어내고, B-7000본드를 이용해서 마감했습니다. 이 본드는 마르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동안 꾹 눌러주고 옆으로 빠져나오는 본드는 닦아주면 되더라고요. 다만 일단 한번 땄기때문에 방수방진이 예전과 같지는 않을겁니다.
얻은것
- 든든한 새 배터리
- 번인없는 새 디스플레이
잃은것
- 전면카메라
- 전면에 붙어있는 각종 센서들
- IP67 방수방진
- 두근거리는 마음(...)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