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D WIN은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던 GPD XD의 후속작으로 중국의 GPD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자금을 모아 완성한 휴대용 게임기... 의 포지션을 노리고 있는 초소형 윈도우 PC죠. 보통 예상하시는 대로 아톰을 집어넣고 eMMC가 들어간 데다가 LCD 좀 넣고 엑박 호환 패드를 넣었다고 이해하시면 쉽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찾아서 옮겨 적기 귀찮으니 여기까지.
지지난 주말에 옥션 타오코리아를 통해 구입을 넣었는데 지난 금요일에 도착한 관계로 바로 업데이트하고 주말 동안 들고 다니면서 이것 저것 깔아다 써봤습니다. 사진 찍기도 귀찮고 대충 설명으로 때우도록 하죠.
GPD WIN은 체리트레일 계열 아톰 중에선 최고사양인 Z8750이 들어가 있어서 그나마 덜 답답하긴 하지만 저장매체가 eMMC라 뭐 어느 정도 느린 건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곤 해도 동영상 감상이나 원래의 목적인 에뮬레이터 게임의 경우 그 용도로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다만 자바판 마인크래프트를 실행했을 때 맵을 불러오다가 게임이 튕겨버리는 상황을 겪었는데 이건 새 그래픽 드라이버로 해결. 에뮬레이터도 문제가 있어서 어? 이거 뭐야? 했는데 제가 너무 오래된 걸 - 2003~2006년에 나온 것들 - 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버전들을 쓰면 별 문제 없더라고요.
십자패드를 사용한 조작감은 딱히 나쁘지 않고 - GPD XD의 십자패드에 대한 평을 보면 썩 좋진 않다는 분위긴데 개인적으론 NES의 십자 패드 느낌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 트리거 버튼이라든가 여튼 버튼이나 아날로그 컨트롤러의 배치는 엑박의 레이아웃과 거의 동일해서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x86 디바이스에 깔린 윈도우라는 거고 5인치 화면에서 터치로 풀다운 메뉴를 누르는 건 굉장히 곤혹스럽다는 거죠. 물론 본체의 3단계 스위치 - Directinput/마우스 모드/xinput - 로 오른쪽 스틱을 마우스로, 왼쪽/오른쪽 버튼으로 클릭을 대체할 수 있지만 조이패드를 설정할 때는 프로그램마다 조이스틱의 인식을 시도하는 시점이 다르다는 게 두 번째 문제.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만 조이패드 장치를 찾는 프로그램이 있고 설정할 때마다 알아서 찾는 프로그램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뭐 정 안 되면 USB 단자 하나 있으니까 마우스라도 붙이면 되지만요. 아니면 스토어용으로 나온 에뮬 앱이 있는지 찾아보든가요. NES 같은 경우엔 Nestalgia/NES One 같은 앱이 있지만 이게 조이패드 지원을 했던가...?
그리고 제가 사용한 에뮬레이터들 - FCEUX 같은 - 의 경우 Directinput에서 세팅한 경우 십자패드 입력이 굉장히 이상해집니다. 누르고 있다 보면 이내 입력이 풀려서 캐릭터가 멈춘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더군요. 이것 때문에 패드 자체의 문제를 의심했는데 마우스 모드에서 세팅했을 경우(이 경우엔 십자키가 키보드의 WSAD와 매칭됩니다)나 xinput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걸 보면 Directinput에 대한 지원이 좀 이상한 듯. 가급적이면 xinput 모드로 씁시다. 마우스 모드를 쓰면 십자키+ABXY 외의 L1/L2/R1/R2나 엑박/셀렉트/스타트 버튼을 쓰지 못하게 되니까요.
키보드는 일반적인 타입의 키캡이 아니라 꽤 뻑뻑한 느낌의 그것인데 작은 사이즈로 인해 밀도가 높은 키 구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선택인 듯. 일반적인 멤브레인이나 시저 타입 같은 키압이 낮은 쓰면 오타가 작렬할 게 뻔하니까요. 다만 펑션 키는 따로 없고 fn+숫자로 작동시켜야 해서 alt+f4를 누르기란 참으로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스크린은 다양한 각도에서 볼 때 변색이 없는 거 보면 IPS인 듯. 다만 차가운 느낌에 계조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리고 이 해상도(1280*720)에선 DPI 설정을 할 수 없는데 x86판 윈도우에선 8인치 이하의 디스플레이의 저해상도 모드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던 듯. 뭐 이제까진 태블릿이 사이즈의 마지노선이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만(...).
아톰이라고 해도 발열은 좀 있는 편이라 그걸 의식해서 팬이 달려 있습니다. 최대 풍량에선 소음이 좀 들리지만 이것 역시 스위치를 통해 3단계(최대/저소음/끔)로 조정 가능. 그냥 저소음 모드로 쓰면 될 것 같습니다. 스피커는 뭐 그냥저냥 소리는 크게 뽑아줍니다만 모노로 출력됩니다. 이건 조금 아쉽군요.
확장 단자로는 풀 사이즈 USB 3.0 단자가 하나 있고 마이크로 SD 단자를 가지고 있어 용량 확장도 당연히 가능하고 가장 중요한 건 아톰이기 때문에 USB 충전이 됩니다! 그것도 C 타입 포트인 것... 애초에 제품에 포함된 충전기도 어디 편의점에서 볼 법한 물건에 TYPE C-USB 케이블을 동봉하고 있고 말이죠. 다만 바이오 Z 캔버스의 USB 3.0 단자를 통해 연결했을 때는 충전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주더군요.
타오코리아에서 주문해서 그런지 홈 버전의 한글 윈도우 10이 설치돼서 왔는데 처음에는 제공되는 라이선스 키를 넣고 인증해 줘야 합니다. 자동인증이 아니라니...
뭐 여튼 비싼 장난감으로써의 기능은 충실하고 마인크래프트가 너무나 느리다는 것만 빼면(이건 애초에 자바 VM 기반의 PC판 마인크래프트가 문제 - 윈도우 10으로 포팅된 건 잘 돌아가니까) 좋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뭐 출근길에 꼬박꼬박 12인치짜리 바이오 Z 캔버스 꺼내서 동영상 보는 건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긴 하고 말입니다. 앞서 말한 계조의 한계가 눈에 들어오긴 합니다만 못 써먹을 건 아니고, 놀이용으로는 적어도 GPD WIN쪽이 낫겠... 아니 애초에 바이오 Z는 그림 그리려고 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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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 게임은 에뮬레이터만 돌려봐서 완전하진 않군요. 시간나면 스팀으로 스트리밍이라도 좀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