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애플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논란이 애플이 꽤 자처한 바가 있다고 봅니다....만, 이유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것과 조금 다를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언급되고 있는 브랜드 명품화... 등의 이야기에는 그렇게 공감하는 편이 아닙니다.
왜냐면 아이폰의 가격 상승은 기업 관점에서 접근하면 딱히 이상하지 않거든요.
저는 단순히 기업이 돈 많이 만들길 원하니까 가격 올린거다! 이런말을 하는게 아니라... 폰을 만드는데 드는 단가가 600~700달러에 아이폰을 팔던 시절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이야기하는겁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아져도 기업이 마진을 남겨먹으면 마진깎아서 장사해먹길 바라는게 더 좋겠죠. 특히 애플의 경우엔 스마트폰 시장의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회사로서, 그나마 2위인 삼성이 마진을 내지만, 그 이하급 애들은(정보를 공개 안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외하곤) 거의 본전치기에서 마이너스 마진을 가져가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이득을 잔뜩 보니까 제 살깎아서 소비자 주면 좋겠지만.... 기업은 이윤을 남기는게 목적이니 잘 팔리고, 잘 나가고, 가격 올려도 잘 팔릴거라면 당연히 그러지는 않겠죠. 그걸 감안하고 봐주세요.
아이폰의 Bill of Materials의 추세는 이렇습니다. 참고로 IHS 쪽 자료를 그래프로 내놓은건데 IHS의 아이폰 4는 BOM 187.51달러+조립비일겁니다. 아시겠지만 이 가격엔 라이센스 비, 마케팅 비, 물류비용, A/S비용등 각종 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부품단가랑 조립에 드는 비용만 언급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200달러 언저리에서, 서서히 올라왔거든요. 대화면 라인업이자, 100달러 더 받는 Plus나 저렴한 iPhone SE, 마지막으로 아이폰 X 같은걸 제외하고 보더라도
아이폰 6 까지만 해도 200달러 남짓하던 비용이, 211.50달러, 224.80달러, 254.87달러 순으로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200달러를 기준으로 봐도 단가 비율로 보면 25% 이상의 상승입니다.
판매가를 가장 아이폰 4s 시절로 잡으면 650달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그대로 125%한다면 가격은 812.5달러 입니다.
물론 뭐 부품 단가 오른다고 마케팅 비용이 오르는것은 아니니 그냥 50달러만 추가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하실수 있지만, A/S 비용같은 경우엔 망가진 부품 떼고 비싼 부품으로 바꿔줘야하니 이건 반드시 같이 상승하는 비용일겁니다. 라이센스 비용도 보다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 다양한 라이센스가 필요하니 같은 비율은 아니더라도 같이 상승하는 비용이겠죠. 그러니 50달러 가격 상승과 과거 판매가의 x.25(25%) 에 해당하는 중간 그 어딘가에 기업 입장에서 생각할때의 단가상승에 따른 적절한 가격 상승 포인트가 있다고 봐야겠죠.
단가가 상승하니 그에 비례해서 가격을 더 받는건 기업입장에선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이미 한참 전에 Bill of Materials 가 아이폰 보다 높은 추세였어요.
특히 갤럭시 S9+ 의 경우엔
https://technology.ihs.com/601100/galaxy-s9-materials-cost-43-more-than-previous-versions-ihs-markit-teardown-shows
메모리 가격 상승과 더 강력해진 카메라 성능등때문에 단가가 전작인 S8+보다 43달러가량 더 비싼 375.80달러나 한다고 합니다. 이 가격이면 이미 아이폰 X를 살짝 웃도는 단가지요. 북미 발매가는 $839.99인데 말이죠.
아이폰 5s나 6 시절의 경쟁작인 갤럭시 S5의 경우엔 BOM이 당시 251달러 가량.
https://epsnews.com/2014/04/16/251-bom-samsung-galaxy-s5/
당시에 이미 아이폰보다 50달러 가량 더 높았습니다.
삼성이 이 모양이니 다른 기업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기업 입장에선 이런게 현실이니 가격을 올리는게 딱히 이상하진 않습니다.
근데 왜 애플만큼 안드로이드 플래그쉽 스마트폰들은 가격을 와장창 올리지 않았을까요? 크게 두가지 이유입니다.
첫번째는 경쟁입니다. 특히 중국 기업이요. 아시겠지만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가성비를 앞세워서 중국 시장의 판매량을 바탕으로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특유의 특허무시와 샤오미의 마케팅 피하기, 저렴한 인건비 등의 각종 가격줄이기 수법,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등의 도움(+ 기업이 백도어 심어서 데이터 훔친뒤 공산당에게 킥백해주는 느낌) 등이 있죠.
안드로이드 시장에선 중국 기업이 삼성에게 창을 겨누고 접근하는데, 삼성 입장에선 마진을 깎아먹더라도 가격은 덜 상승시키면서 BOM을 올려가면서 차별화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하구요. 실제로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대대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의 이익을 애플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수 삼성이 뺏어오는 그림이 있었고, 그 추세가 진행되는듯 하다가,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대대적으로 잘 나가서 삼성이 대응을 해야할때 쯔음에 확 꺾인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몇년전 자료지만 이런 일이 있었죠. 지금도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성기에 비해 고전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반면 애플의 경우엔 OS 부터가 다른 바람에 특별한 차별화가 가능했고, 애플워치, 에어팟,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맥으로 이어지는, 자기네 OS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서 애플 유저들의 이탈을 막고, 강력한 브랜드 충성심을 지니도록 OS 업데이트도 잘해주고 상대적으로 버그도 적다는 특성등을 통해서 확실한 차별화된 유저층이 있으니 안드로이드에 비해서 단가상승의 압박이 덜했던거죠.
다만 그래도 경쟁사들과 비교되며, 무엇보다 전작들과 차별화시켜야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차별화시킬요소가 대부분 다 떨어졌다는것은 애플도 마찬가지이죠. 결국 단가 상승을 통해서 비싼 걸 써서 차별화시킬수밖에요. 이렇다보니 애플도 단가 상승의 압박에서 아주 벗어난건 아닌겁니다. 시장이 레드오션화 되어가는것도 있다보니 아무래도 이런저런 요소를 감안할때 나름 큰 단가상승을 시키면서 차별화점이 다 떨어져가는 이 시점에 단가상승을 기반으로 나름 폭발적인 변화 꾀한게 아이폰 X라고 봅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플래그쉽 핸드폰이 가격을 못올리는 두번째 이유이자, 애플이 욕을 유달리 먹는 이유는....
애플의 가격 선정때문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의 등장이후로 스마트폰 시장의 조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장의 방향성은 애플 가는데로 줄줄이 따라옵니다. 가격은 애플 기준으로 잡는게 기본이고, 뭘 해도 아이폰과 비교됩니다.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달면 그 다음엔 다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다는거고, 애플이 카툭튀를 하면 카툭튀는 욕을 먹어도 충분히 커버가능한 수준으로 욕을 먹게되고, 애플이 3.5mm 잭을 빼면 다른 놈들도 다 빼도 됩니다.
근데 애플이 스마트폰을 700달러 언저리에 파는데 감히 다른 누군가가 그것보다 훨씬 크게 가격을 올려요? 어떻게 그렇게 괘씸한 놈이 존재할수 있는거죠?! 할 정도입니다. 소비자들의 반발감은 대단하겠죠. 심리적인 가격 방어선을 깬거니까요. 그나마 거부감이 덜할정도로 소소한 가격상승은 가능하겠지만, 대폭으로 가격을 올리는 짓은 힘든 이유입니다.
바꿔말하면, 애플이 가격을 높이면 삼성은 "아싸 가오리 신난다" 하면서 같이 올려도 되는 변명거리를 얻습니다. 이렇다보니 애플이 가격을 올리면 욕을 먹을수밖에요. 삼성은 애플만큼 급격하게 팍팍 가격을 올리면 전작과 비교되다보니 그건 못하겠지만, 앞으로 서서히 가격 따라 올라갈겁니다. 삼성 말고 플래그쉽 안드로이드 폰의 가격은 다 같이 서서히 올라가겠죠. 소비자 입장에선 이 가격상승은 애플 제품만의 가격상승이 아닌겁니다. 시장 전체의 플래그쉽 가격표를 애플이 올린것이나 다름없으니 분통이 터질수 밖에요.
또한 애플의 가격선정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적인 기대감을 하게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애플은 아이폰 X가 발매되기 이전까지만해도, 가격을 굉장히 일관적으로 유지해온 기업이거든요. 아주 가격이 안 오르진 않았습니다만, 평균 3세대 가량은 가격을 고정시키다가 한 50달러 올리고 또 한참동안 고정하는 식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스마트폰의 가격은 이정도여야한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근데 그걸 애플 스스로가 깨버리고 가격을 팍팍 올리니 소비자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킬수밖에요. 단가 상승 때문에 가격 상승이 언젠간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정작 애플이 소비자들을 가격이 고정되어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그 현실을 맞이하게 되니까 논란이 생긴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