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7 만져보고 왔다는 인증글이 올라오는데 LG G6을 샀습니다. 굳이 LG G6를 사야 할 결정적인 이유는 없었지만, LG G6가 유리한 이유 몇가지를 더하니 자연스레 G6를 사게 됐습니다.

 

1. 나름 플래그쉽(이었던) 폰: 국내에서 어중간한 보급형보다는, 한세대 지난 플래그쉽이 가성비는 가장 낫더군요.

 

2. 나름 플래그쉽(이었던) 폰 치고는 쌈: 저는 22만원에 샀습니다. S7 엣지 같은 모델을 아직도 30만원 부르는 사람이 그득한 세상에서 혹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물론 싼건 다 이유가 있지만.

 

3. QC 3.0 지원: 이건 전에도 수 차례 글을 올렸는데, 테스트용으로 필요했습니다. 삼성은 고속 충전 지원엔 참 인색하지요.

 

4. 가까움: 중고 거래 장소가 가까웠어요. 아무리 좋은 매물이 떠도 서울을 횡단하거나 저 멀리까지 나가야 한다면 사기 싫어지지요. 써놓고 보니 근처에 우연히 좋은 매물이 떠서 사게 됐다는 말이 되네요.

 

 

물론 G6가 단점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개중 일부는 아예 신경을 안 썼던 부분이라 상관이 없으나, 더러는 적응 중이고 더러는 지금도 참지 못하겠네요. 

 

 

1. LG폰임: 사실 이게 난생 처음 써보는 LG폰입니다. LG는 저 옛날에 '3D로 한판 붙자'고 할 때부터 꼴깝이라 생각해서 구매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 대신 아이폰 5S와 홍미 프로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삼성이었네요. S/노트/S3/S5/S7.. 

 

좀 그로테스크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LG 로고와 LG라는 회사 자체에 대한 선입견은 접어두고, 앱이나 인터페이스는 삼성에 비해 무작정 밀리는 건 아니네요.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왜 스페이스 바를 드래그해서 한/영 전화를 못하는지는 마음에 안들지만, 효과음 같은 건 엘지가 훨씬 마음에 드네요. 삼성 껀 너무 부담스럽다고 해야하나. 

 

요새 안드로이드는 커스텀마이징이 많이 늘어서 무작정 적응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불편하면 써드파티 깔면 되죠. 심지어 하단 가상 터치 버튼의 순서를 바꿀 수 있는 건 은근히 놀랍네요. 그래서 지금은 비표준인 삼성(?) 스타일로 쓰는 중.

 

 

2. 핸드폰 자체의 스펙 부족: 일단 스마트폰 자체의 만듬새는 쓸만합니다. 하기사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 유수의 대기업에서 내놓은 제품이고, 오래된 것도 아니고 S8이랑 동시대 물건인데 만듬새에서 크게 밀리면 장사 접어야죠.

 

G5에 멀쩡히 달려있던 LED 인디케이터를 뺀 사람은 대뇌 시상하부도 같이 원가절감했나 진지하게 의심 중입니다. 이거 때문에 S7에선 꺼놨던 AOD를 켜놓고 쓰네요. 아이폰은 LED 없는데 잘 팔린다구요? 응~ 애플은 그래도 LG 너는 그러면 안돼~

 

AP가 한세대 이전 모델이라는 건 두고두고 까이지만, 전 정작 메인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이게 별로 아쉽게 느껴지지 않네요. 저같은 사람한테는 값싼(?) G6가 괜찮을 듯.

 

카메라 성능이 후달린다는 것도 까임의 대상이지만, S7이랑 비교하면 살짝 떨어지는 수준이라 그런가.. S7 쓰다가 온 저는 체감을 잘 못하겠어요. 오히려 기본 카메라 앱의 조작성이 좋아서 마음에 드네요.

 

 

AF 측거점 표시나, 우측에 따로 노출 보정이 나오거나, 내장 필터 효과도 다 마음에 듭니다. 화밸 조정만 기본 모드에서 됐으면 참 좋았을텐데.

 

 

고기

 

 

접사

 

 

광각. 광각으로 피사체에 바싹 붙이는 게 취향인데 그건 힘들고.. 그냥 인증샷용인듯.

 

 

3. 스마트폰의 대세 변화: 이건 LG G6의 특징이 아니라 요새 스마트폰의 공통된 흐름인데, 하필이면 G6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것들입니다.

 

일단 후면 지문 센서. 생각처럼 불편하진 않더군요. 오히려 엄지손가락으로 잠금해제를 할 일이 없다보니 어떤 의미에선 편할 때도 있습니다. 지문 인식을 하려다가 카메라를 건드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도 없네요. 

 

얼굴 인식은 초기형이라 그런가 느립니다. 봉인. 요새 모델들은 안그렇겠죠.

 

그리고 LG 페이.. 유심 통신사와 제품의 통신사가 같아야 LG 페이로 교통카드 기능을 쓸 수 있더군요. 이건 삼성 페이도 마찬가지지만요. 이것 때문에 LG 페이로 교통카드는 못 쓰고 있어요. 레일플러스 교통카드를 등록하면 된다지만 그거 추가로 굴리긴 귀찮고. 이런 걸 보면 핸드폰 완전 자급제나 통신사 기기 차별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해 보이는군요.  

 

 

 

 

LG V20부터 시작해서 G6, V30은 제법 나아졌다고들 하는데 그 말은 맞네요. 다만 경쟁사보다 스펙이 앞서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뒤쳐지는데다 일반인들에게 인식도 안 좋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저만 하더라도 나름 만족 중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렴하게 중고 구입'해서 그런거고, 출고가 다 주고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LG는 가격을 까던가 아니면 스펙에서 밀리지 않도록 팍팍 투입하던가 해야하는데, G7을 보면 후자는 절대로 아닌 듯 싶네요. S9가 별로 변한게 없다는 평가를 듣는 지금 뭔가 공격적으로 나서야 기회가 올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