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팟을 신들린 듯이 구매하고 사용한지 열흘 정도 지났네요. 간단한 느낌만 몇개 말해보면...
1. 음질이 꽤 괜찮습니다. 이어팟이랑 정말 비슷한 소리를 내 줘요. 블루추스 초창기에 나온 무선 헤드셋 생각하고 어느 정도의 음질 열화는 감수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노멀 유저 기준으로는 유선이랑 차이를 느끼기 힘들 것 같네요.
2. 딜레이가 약간 있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약 0.1초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동영상 같은 화면과 싱크 맞춰야 하는 건 알아서 보정하네요. 평소에 딜레이가 체감되는 건 다이얼 누르는 소리 정도.
3. 배터리 꽤 오래 갑니다. 실사용 기분으로도 5시간은 가는 것 같네요. 그리고 케이스에 넣어서 충전하는 시간도 겁나 빠릅니다. 페어링 창에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데 정말 실시간으로 퍼센트가 쭉쭉 올라가네요.
4.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큰 불만이 없긴 합니다만, 각도를 잘못 잡은 상태에서 거울을 보면 귀에서 양쪽으로 굻은 흰 더듬이 같은게 삐죽 튀어나온 것 같이 보입니다(...) 머리와 수직이 되도록 껴야 그나마 낫달까요.
5. 보기에는 상당히 잘 빠질 것 같은 디자인인데, 실제로 써보면 잘 안 빠집니다. 물론 이건 귀 모양에 따라 개인차가 천차만별이겠습니다만, 제 기준으로는 제자리뛰기나 가벼운 머리 흔들기에도 문제 없네요.
6. 케이스 열어서 귀에 끼면 ‘두웅’ 하고 페어링되었다는 소리를 내면서 잘 붙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무선이다보니 도서관 같은데서 이용할 때는 음악 재생 전에 잘 붙었는지 한번씩 더 확인하게 되네요.
7. 같은 맥락으로 심한 염려증을 가지고 있는 저로써는 중간에 이어폰 빼서 폰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지 않나, 혹은 이어폰 소리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나 확인하는데 에어팟은 빼면 자동으로 정지가 되서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다만 3일쯤 되니 인식센서를 속인 채로 빼서 확인하게 되더군요.
8. 아이폰 하나만 쓰시는 분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저처럼 아이패드 사용도 같이 겸하는 경우 수시로 여기에 붙은게 맞나 하고 확인을 해야 하는 편입니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로 자동 페어링 같은건 안되거나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9. 케이스와 이어폰의 자력이 상당히 강해서 케이스에서 뺄때 좀 불편하긴 합니다. 이어폰 부분에 특별이 잡을 만한 요철이 있지가 않아서 뺄때 잡는 곳이 애매하달까요. 다만 반대급부로 케이스에 챡! 하고 잘 들어갑니다.
10. 줄이 없는게 행동의 제약을 풀어줘서 상상 이상으로 편합니다. 이어폰 끼고 옷 갈아입을수 있고, 크로스백 어깨끈과 꼬일 껄 신경 안 써도 되며, 폰에서 삐죽 튀어나온 단자에 손가락이 방해받지도 않고, 단선 염려해서 애지중지 안 감아도 되고, 집에서 나갈 때 거추장스러운 전선 대신 네모난 플라스틱을 주머니에 넣으면 되고, 책상에 폰을 두고 뭐 찾으러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너무 편하다보니 하루에 이어폰 끼고 있는 시간이 두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청력 보호하려면 적당히 조절해야 할 듯.
종합적으로 페어링 같은 무선의 한계 정도를 제외하면 정만 만족스럽기 그지없는 물건입니다. 21만원이 안 아까워요. 단선으로 새로 산 이어팟이 여러갠데 이건 단선걱정도 없으니.
쓰면서 정말 놀라웠던 것은 이정도의 물건이 이렇게 작은 크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그야말로 미세설계의 승리.
자전거 타면서 이어팟 쓰는데 귀가 너무 아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