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증권 앱이 실행이 안 된다며 핸드폰을 들고 오셨습니다. '실행이 안 된다'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속으로는 '아 뭐 터치가 안된다는 거야, 에러 메세지가 뜬다는 거야, 하얀 화면만 뜬다는 거야' 이러면서 궁시렁거렸는데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심각하게 싸가지가 없으며 조급하고, 저한테 질문하는 사람들은 뭘 몰라서가 아니라 정말 증상 그대로 설명했다는 사실만 알게 되더라고요.
진짜 실행이 안 되요. 앱을 누르면 뭔가 촥 뜨는 척 했다가(화면에 지문 인식 표시가 살짝 뜰라고 작은 네모가 떴다가) 바로 사라집니다. 아무런 메세지도 없어요. 앱 모두 닫기, 스마트폰 재시작, 구글 플레이에서 업데이트 확인, 해당 앱의 최근 리뷰까지 다 봤지만 전부 해결이 되지 않아요.
이거 아무리 봐도 깨끗한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잡담을 하다가, 이야기 중에 무슨 허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 나와서 문득 앱 권한 항목을 들어가 봤습니다. 그러니 통화, 카메라, 위치 등이 싹 허용 안 함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것들을 허용함으로 바꿔주니 실행이 됐습니다.
겸사겸사 다른 앱들도 확인해 보니 허용 안 함으로 된 것들이 많네요. 카메라조차도 실행할 때마다 위치 정보 접근 허용할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뭐가 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마트폰 권한 설정을 뭔가가 싹 뒤집어 엎었나 봅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왜 '권한이 없어서 실행이 안되요' 같은 간단한 에러 메세지조차도 띄워주지 않는 걸까요? 그게 그렇게 어렵나? 아니면 안드로이드의 정책상 그런 메세지를 못 띄우는 걸까요?
안드로이드가 보안을 위해 권한을 까다롭게 묻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해당 앱이 필요해서 설치를 한 거잖아요? 그러니 결국은 허용함 말고는 선택할 것이 없단 말이죠. 허용 안함으로 돌려둔다고 해서 실행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또 권한을 뭉뜽그려서 '전화' '카메라'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증권 앱이 전화를 왜 걸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권한 설정도 바꾼다고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아버지한테 이런 앱이 뭘 물어보면 '허용함'이나 '앱 사용 중에만 허용'을 누르시라고 설명은 드렸는데,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액티브 엑스를 무조건 까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던 거랑 비슷하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