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Type-C 케이블 관련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고 암페어를 사용하는 고속충전 방식의 경우 단점이 있습니다.
고전압이 아닌 고속충전은 보통 4~5A정도의 높은 전류를 이용해 이루어집니다. 총량(W) = 전압(V) x 전류(A) 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인터페이스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USB규격에서 전송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일부 핀을 데이터 전송용 대신 충전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 암페어 고속충전을 사용하는 제품을 보면 대부분 USB 3.0, 3.1이 아닌 USB 2.0 지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충전속도를 얻는 대신, 데이터 전송속도를 희생한 것입니다.
고 암페어 고속충전을 쓰는 제품은 대부분 중국쪽에 있습니다. 화웨이, VIVO, OPPO, Oneplus, Meizu 등등 여러 회사가 고 암페어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송속도는 USB 2.0밖에 안되는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편 샤오미의 경우 퀄컴 칩셋을 쓰더라도 일부 저가형 혹은 원가절감형 제품에는 아예 퀵차지를 탑재하지 않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칩셋(AP)나 라이센스 비용 때문에 Type-C표준케이블로 가능한 고속충전을 포기하고, 고 암페어 고속충전을 도입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고속 새로운 표준으로 PD가 나온 상태지만 이전 출시기기와의 호환성, 악세사리 장사 등등 여러가지 이해가 섞인듯 하고요.
문제는 고속충전은 홍보하지만 USB 2.0 탑재여부는 공식스펙에 잘 명시되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봐도 단점이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표시를 꺼리는 듯 한데, 덕분에 소비자 입장에선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해당 스펙을 인지하기가 어렵습니다.
USB 2.0의 전송속도는 별것 아닌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일단 3.0과 비교해도 명목상 속도가 10배이상 차이나며, 3.1과는 극도로 체감되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호스트기기인 컴퓨터에선 HDD, 단말인 스마트폰은 eMMC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전송속도에 따른 체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의 컴퓨터가 SSD를 사용하고, 스마트폰도 SSD와 비슷한 속도를 가진 UFS를 탑재하기 때문에 USB 2.0전송규격을 사용하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백도어 이슈때문에 중국에서 출시된 고가 스마트폰을 구매하시는 분은 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만약 구매한다면 위 특성을 인지하셔야 후회하지 않을듯 하네요.
+ 화웨이의 경우 이번 플래그쉽(P20, P20 pro)엔 PD규격과의 호환성을 준수해서 고 암페어 고속충전과 USB 3.1이 동시에 탑재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시기에 판매중인 하위 라인업(Mate시리즈, P20 Lite)과 이전 플래그쉽(P9, 10 시리즈)는 본문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