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제가 올린 G7 사용기 https://gigglehd.com/gg/mobile/3307661 에서 언급한, 디테일을 다루는 글입니다.
## RG-BW 디스플레이
LG G7의 디스플레이는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LG의 저가형 TV라인이나 아트릭스 등에 들어갔던 RGBW LCD가 들어갔기 때문이죠. RGBW의 색감과 해상도에 대한 문제가 있어왔기 때문에, G7의 화면 또한 많은 우려를 낳았습니다.
심지어 서브픽셀이 3개가 아니라 2개인 것이 *출시 이후*에 *유저들에 의해서* 밝혀졌습니다. LG에서 허위스펙을 기재한거나 마찬가지였죠. LG의 잘못된 정보공개와 대처로 인해, 인터넷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LG는 또 왜 그럴까요. 정말 원가절감에 미쳐서 이런 선택을 한걸까요? 저는 그렇지만은 않다 생각합니다.
#### 해상도는 고고익선? 아니다.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2010년 애플은 아이폰4를 출시하며 화면의 해상도를 4배 올리고(330dpi) 이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이름붙였습니다. 마치 인쇄된 글씨를 보는 듯한 선명함으로 진정 '혁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발전이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아이폰의 해상도는 여전히 1080p 정도에서 더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채-신 아이폰 Xr조차 HD급 해상도라고 까이고 있죠(사실 아이폰7, 8과 동일한 ppi인데도). 다른 회사들은 1440p의 500dpi가 넘어가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데 말입니다. 화질을 선도하던 애플이 왜 해상도를 더 올리지 않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상도가 이미 인간의 눈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높다고 나쁠 건 없지 않나 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네, 높으면 나빠지는게 있으니까 문제입니다.
#### 해상도와 화면 밝기의 관계
먼저, 해상도를 높이면 화면 밝기가 낮아집니다. 개구율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같은 밝기를 내기 위해서 더 강한 백라이트가 필요합니다. 최대밝기 또한 낮아지구요. 결국 이는 배터리 효율의 감소로 이어집니다.
개구율에 대한 설명은 아래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terms.tta.or.kr/dictionary/dictionaryView.do?subject=개구율
http://fpdstd.org/html_new/ter_02.htm?srchItem=title&srchWord=%B0%B3%B1%B8%C0%B2
#### 해상도와 그래픽 렌더링 리소스
또한 해상도가 높아지면 화면을 그리는 데 더 많은 CPU, GPU 자원이 필요합니다.
최근 갤럭시 시리즈의 기본 랜더링 해상도는 1080p입니다. 1440p 화면을 달아놓고도 1080p를 잡아늘려 출력을 하고 있죠. 인터넷에서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로 인한 화질저하가 대부분의 사용자가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게 확실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 이유는? 그래픽 성능을 높여 더 높은 FPS를 얻고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함입니다.
#### 실제 사례
초창기 무리하게 1440p를 도입한 G3는 처참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플레이웨어즈는 단적으로 `QHD(2560X1440)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버린 BETA 테스트용 스마트폰..` 이라는 한줄평을 남겼습니다. UI 버벅임, 배터리 광탈, 밝기 부족 등 높은 해상도의 단점이 드러나버리고 말았죠. 심지어 전작인 G2보다 실성능이 떨어지는 지경이었으니 말입니다(......).
관련 G3 리뷰들:
http://playwares.com/mobilereview/42190283
https://www.seeko.kr/zboard4/zboard.php?id=cool_review&no=412
####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그렇다고 해상도를 다시 1080p로 줄인다? 마케팅 부서에서 거품을 물었을겁니다. 사용자들도 정말 두고두고 깠을 거구요. 상상만 해도 가관이 없네요. 숫자가 내려간 것은 한두 단어로 나타나지만, 그래서 좋아진 점을 설득하려면 많은 문장이 필요합니다. 구질구질한 변명처럼 보일 수 있구요.
#### 대안, 그리고 결과
결국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화소 크기를 늘려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RG-BW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마침 TV에서 이를 사용한 경험도 충분히 있죠.
그리고 이는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얻었습니다.
동일 밝기당 전력 사용량 표입니다.
출처: https://www.anandtech.com/show/13039/the-lg-g7-review/4
동일 밝기를 내는데 더 적은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배터리 사용량은 발열감소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햇볓과 맞짱뜰 수 있는 최대밝기 1000nit 또한 W화소를 사용한 덕이 크죠.
#### 색상
이전에 한창 부정확한 색상으로 말이 많았던 G7의 LCD입니다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https://www.phonearena.com/phones/LG-G7-ThinQ_id10779/benchmarks
경쟁 기종의 색상 정확도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G7의 색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리뷰용으로 LG가 제공한 출시전 샘플의 부정확한 색상 때문입니다.
↑ 출시전 리뷰 샘플에서 이런 측정치가 나왔고, 각종 리뷰에서 지적이 나왔습니다.
↑ 이에 LG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렇게 조정을 해서 출시했습니다. 리뷰들도 아래쪽 측정치로 업데이트 되었구요.
하지만 위쪽의 부정확한 색상 측정치는 이미 인터넷에 퍼진 지 오래였고, 'RG-BW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편견과 합쳐져 G7 LCD는 구리다는 편견에 일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출시된 제품은 DCI-P3 색역을 만족하는 색감좋은 LCD였죠.
#### 결론
인터넷 의견은 한번 걸러 듣고, 실물을 보고 판단합시다.
G7의 화면은 해상도 좋고, 색감도 좋고, 밝기도 좋고, 배터리도 덜 먹습니다. (단, 노란색 표현이 굼뜬 단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LCD입니다. 번인이나 눈아픔 등의 문제로 AMOLED를 싫어하시는 분께는 최상급의 화면이라 생각합니다.
모바일에서 해상도는 무조건 높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저는 아이폰Xr도 문제없이 좋은 화면으로 출시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 번외: 출고가를 낮추지 않는 이유
왜 출고가를 내리지 않느냐는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말 출고가를 내린다고 판매량이 늘까요?
일단 사람 심리가, 70만원 택가격 붙여놓고 50만원에 파는 것보다 90만원 택가격을 50만원에 파는 게 더 끌립니다.
거기다 대한민국은 플래그십만 팔리는 나라입니다. 특히나 단통법 이후로는 오래 쓸 핸드폰 좋은거 사는 분위기가 굳어졌죠. 그리고 가격은 폰의 체급을 나누는 알기 쉬운 지표입니다. 가격이 너무 낮으면 '이거 급이 떨어지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따라서 중저가폰 이미지가 박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출고가를 일정 이상 떨굴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히나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지금, 출고가를 떨구지 않고 보조금을 부어주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 더 그럴듯한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안 살 사람은 10만원 떨군다고 사고 그러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