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이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를 발표했습니다.
삼성이 2021년에 새로운 노트 시리즈를 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유추할 수 있었지만, 발표를 통해 정말로 노트와 S22 울트라의 통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S22 울트라는 기능 면에서나 디자인에서나 S22 / S22+ 와는 약간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S21의 디자인을 깔끔하게 다듬고, 엣지를 없애 더 미니멀하고 예뻐졌다는 평을 듣는 S22 / S22+와 반대로, 울트라는 기존 노트를 계승한 형상과 부담스러운 후면의 카메라 홀 5개, 다소 중후한 컬러 등으로 디자인은 좋지 못한 평을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기기 제원으로 봐도 일반 S22 라인업은 7.6mm 두께인 데 비해, S22 울트라는 카메라 범프 제외하고도 8.9mm로 현 세대 스마트폰 중에서는 상당히 두꺼운 편입니다. (아이폰12는 전 라인업 7.4mm, 아이폰13은 전 라인업 7.65mm 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결정이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폰과 갤럭시가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1/20/2022012001983.html
https://zdnet.co.kr/view/?no=20220127122625
https://www.macrumors.com/2021/04/07/2021-iphone-sales-forecast-wedbush/
삼성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작년에 갤럭시는 전 시리즈 합계 2억 8500만대가 팔렸습니다. 애플은 삼성과 달리 정확한 판매량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지만, 여러 리서치 기관과 애널리스트 예측을 종합해보면 보수적으로 볼 때 약 2억 3500만대, 낙관적으로는 약 2억 5천만대 정도가 팔렸습니다. 삼성이 약 3500~5000만대를 더 판 셈이죠. 판매점유율로 비교해도 갤럭시는 18.9%, 아이폰은 17.2%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10522141341622
그런데 아이폰의 2021년 1분기 기종별 판매량 데이터를 보면, 11과 SE 등 저가형 모델은 많지 않고, 최신 플래그십인 12 시리즈(조사 시점이 13 출시 전입니다)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걸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대충 숫자를 맞춰 계산해보면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약 80% 가량이 최신 기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개중 가장 저렴한(699달러) 아이폰12 미니는 순위상 한참 아래에 있고, 대부분의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더 비싼 12, 12 프로, 12 프로 맥스가 차지합니다. 아이폰12가 4분기에 출시되었으니 1분기면 아직 신제품 효과가 클 때임을 감안해서 플래그십 비중을 약 10% 내려 잡아도, 전체 판매량의 약 70% 가량은 최신 기종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갤럭시는 전체기종 판매량에서 아이폰보다 앞서고, 심지어 1분기는 갤럭시S가 출시되어 가장 잘 팔리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그래프에서 단 하나의 프리미엄 기종도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습니다. 갤럭시S의 역대 분기별 판매량 그래프를 보면 첫 2분기 동안 대부분의 판매량을 달성하고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갤럭시의 3억대에 가까운 판매량 대부분은 갤럭시A, M 등 보급형 모델을 위주로 달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asiae.co.kr/article/2022011708450994709
갤럭시S21의 작년 판매량은 약 2500만대 정도로 집계되며, Z플립 및 폴드 시리즈는 총 800만대를 팔았습니다. 따라서 작년 갤럭시 판매량 2억 8500만대 중 플래그십 기종은 약 3300만대, 나머지 약 2억 5천만대는 갤럭시A, M 등 라인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 가능합니다.
https://news.g-enews.com/article/Global-Biz/2021/09/2021091912055881686336258971_1?md=20210920064413_S
https://www.apple.com/kr/newsroom/2022/01/apple-reports-first-quarter-results/
이는 갤럭시와 아이폰의 ASP(Average Selling Price; 평균 판매 가격) 및 매출 데이터와도 맞아떨어집니다.
갤럭시는 위 컨퍼런스콜 링크에서 2021년 전체 ASP를 바로 공개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합쳐서 254달러라고 하네요. 스마트폰만의 ASP는 따로 알 수 없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서비스 및 액세서리, 스마트홈 등 모든 기타 매출을 아이폰과 별개로 분류하기에 아이폰만의 ASP 산정이 쉬운 편입니다. 많은 기관들에서 아이폰 4분기 판매량은 약 8500만대로 추정하고 있고 4분기 아이폰 매출은 716억 달러이기에, ASP는 약 842달러라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이를 2021년 전체로 확대시켜 보면 약 1910억 달러의 아이폰 매출에, 약 2억 4천만대 판매량이므로 ASP는 약 794달러가 나옵니다.
요약하면 2021년 한 해 동안 갤럭시 1대는 평균 30만원에, 아이폰 1대는 평균 95만원에 팔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평균 판매가격이 30만원인 브랜드와 90~100만원인 브랜드는 '경쟁자'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가장 저렴한 아이폰SE(399$)가 갤럭시 평균 판매가격보다도 비싸니까요.
더불어 플래그십 판매량에서도 갤럭시는 S21 + Z 합계 3300만대, 아이폰은 12시리즈 판매량 추정치 약 1억 8천만대로 약 5배의 큰 차이가 납니다. 즉 스마트폰을 많이 파는 것은 삼성이지만, 실제로 돈이 되는 시장을 쓸어가는 것은 애플이라는 뜻입니다.
갤럭시S22의 라인업 구성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우선 노트를 없앤 결정은, S와 Z 시리즈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원래 삼성의 스마트폰 개발 주기는 1분기 S, 3분기 노트였는데, S20 때부터 여기에 3~4분기 Z와 FE가 끼게 되었습니다.
애플에서 아직 출시하지 못했고, 중국 제조사들도 기술력이나 완성도 등에서 삼성을 따라오기 힘든 '폴더블 스마트폰'이라는 큰 강점을 내세울 수 있는 라인업이 바로 Z이기에, 삼성의 역량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갤럭시 폴드 1에서 2, 3에 이르기까지의 발전을 보면 매년 S시리즈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발전이 있었고, 올해 하반기에 나올 폴드4 또한 크게 발전하리라 예상됩니다. 플립 또한 3에서 크게 발전하여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끌며 판매량을 크게 높였고, 삼성도 디자인을 예쁘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델입니다. 즉 삼성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역량은 앞으로 폴드와 플립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폴드3에 다소 미흡하게나마 UDC를 적용한 것도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나 폴더블이 아직 '얼리 액세스'의 면모가 보이며, 폼팩터 한계상 최상의 스펙을 집어넣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배터리 용량, 카메라, 내부 디스플레이 주름 등은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폴드에서 희생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최강 스펙'은 S 울트라와 노트 울트라가 나눠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개발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라인업이 여러 개로 분산되면 힘이 부칠 수밖에 없죠. 또한 노트의 아이덴티티인 '대화면'과 '펜'은 이미 노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S울트라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여 노트의 수요층을 가져오고, 하반기 Z폴드에서 펜을 지원함으로써 노트를 구매하던 수요층을 끌어안고자 하는 것이 삼성의 새로운 판매전략일 것입니다.
그래서 S22 울트라는 기존 울트라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디자인도 다르고, 펜을 수납할 수 있으며, 거대한 베이퍼챔버와 새로 개발한 써멀 등 기존 삼성 스마트폰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선도적인 쿨링 솔루션을 적용했습니다. 디자인에서 조금 마이너스를 보았지만 괜찮습니다. S22 울트라는 플래그십으로써,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삼성의 모든 역량(기존에 노트에 투자하던 부분까지)을 쏟아붓는 기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상위 라인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나 디자인에 덜 민감한 구석이 있습니다. 아이폰13 프로의 카메라 섬도 비슷한 부분인데... 디자인이 조금 과하고 가격이 비싸도 나는 무조건 최고사양의 최고 기종을 사야겠다는 소비자층이죠. 그래서 삼성은 울트라에서는 7.6mm의 두께와 새로운 디자인보다, 삼성의 기술력을 전부 넣을 수 있는 최강의 기기를 만들고자 한 것 같습니다. Z 시리즈로 치면 폴드3 같은 기기죠.
다만... 사소한 불만이라면, 최상위 라인업이라고 색상도 꼭 중후하게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화사한 삼성닷컴 전용컬러를 그냥 판매하는게 나을 거 같은데 말이죠. 예판때마다 다운되면서 왜 삼성닷컴 전용컬러를 고집하는지...
S22는 반대로 Z시리즈로 치면 플립3같은 기기입니다.
스펙을 어느 정도 올리면서도 어떻게든 전작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고, 디자인과 마감에 더욱 신경썼으며, 컬러도 많이 산뜻해졌습니다. 삼성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로 여겨지던 엣지 디스플레이를 포기하면서 전후면에 플랫한 유리, 사이드에는 기존보다 평평하고 단순해진 알루미늄 프레임을 적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리뷰어나 유튜버들에게 아이폰12/13 시리즈처럼 변했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어쨌든 대부분 사람들이 보기에 훨씬 깔끔하고 예뻐졌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1000달러 이상의 울트라가 아닌, 600~900달러 정도의 라인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최고의 스펙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합니다. Z시리즈가 삼성의 예상을 뛰어넘은 800만대라는 판매량을 달성하는 데에 플립3의 디자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듯이, 이 구매층은 디자인과 카메라를 가장 중시합니다. 또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플래그십 구매층보다는 가격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더 얇고, 가볍고, 예쁘고, 카메라가 좋아졌으면서 가격은 동결한 S22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종합하자면 삼성은 '전반기 S - 하반기 노트'로 약 10년간 유지되었던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을, '전반기 S - 하반기 폴드'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세히 살펴보면 프리미엄 제품군 구매층을 2가지로 나누어, 소비자를 더 세부적으로 공략하는 일입니다. 즉, 삼성은 기존에 애플에 비해 약했던 프리미엄 제품군을 더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S / S+ : 일반적인 고급형 구매층을 공략, 적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얇고 예쁜 디자인에 주력.
S Ultra : 최상위 제품 구매층을 공략, 바타입 스마트폰 중 최고 가격과 (아이폰 프로맥스 이상) 최고의 스펙, 펜 기능까지 총집합.
Z Flip : 일반적인 고급형 구매층을 공략, 신선하고 예쁜 디자인과 액세서리 등의 강점 내세움.
Z Fold : 최상위 제품 구매층을 공략, 펜을 포함해 폴더블에서 가능한 모든 기능을 넣고 200만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출시.
기존 전략에서의 노트가 단순히 S에서 화면 키우고 와콤 펜을 넣은 제품이었던 데에 비해, 삼성이 지금 취하는 전략은 훨씬 더 촘촘하고 논리적으로 보입니다. 이번 S22 시리즈의 목표가 S 단독으로 다시 3000만대 이상 판매량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목표의 달성과 더불어 하반기 Z 시리즈도 더욱 강화된 상품성과 전략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강화되기를 바래 봅니다.
- 지금까지 갤럭시 한번도 안 써본 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