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9900을 2018년에 쓰다니, 과연 아직도 쓸만한가? - 뒤늦은 블랙베리 9900 사용기
작성 편의상 높임법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죄송합니다.
어떠한 지원 없이 스스로 얻은 제품으로 후기를 작성하였으며, 리뷰를 쓰는 과정에서 어떠한 IT기기나 동물도 폭행당하거나 학대되지 않았습니다.
https://gigglehd.com/gg/mobile/3289652 이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가 블베충이지만, 그래도 빠나 까 등의 요소를 최대한 넣지 않고 중립적으로 리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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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만남
어렸을 적부터 블랙베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앍. 블랙베리라니.
약 6년 전쯤 SK 대리점에서 블랙베리 9900을 처음으로 보았다. 세상에, 저런 폰도 있었다니.
블랙베리 9900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2012년이면 이미 풀터치폰이 보급된 시점이었다. 폰에 관심 ㄴㄴ한 사람들을 봐도, 옵티머스 원 정도는 다들 들고 다녔다. 근데, 저거 터치는 되나?? 저기 네모난 건 뭐하는 버튼이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때는 내가 폰을 바꾸던 날이었다. 대리점 직원분꼐 아주아주 정중히 여쭤보았다. '블랙베리 9900 모델을 볼 수 있나요?' 돌아온 답은 '죄송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재고가 없어요. 구매하시더라도 오래 후에 받을 수 있을거에요.'
만져 보지도 않고 어떻게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옵티머스 EX가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1년 후 친척을 만나게 되었는데 블랙베리 9900을 사용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여쭤 보았더니 나오는 답은 극딜밖에 없었다. 카톡도 안되고 화면도 작고 이런거 절대 사지마. 예? 절대 사지말라고. 예쁜 쓰레기가 맞아. 약정 끝나면 그냥 너 줄게. ??
그리고 Vaporware화 된지 6년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9900을 내 손에 넣게 되었다.
그렇게 동경해 오던 블랙베리 아니겠는가. 상태는 영 좋지 않았고,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에게 블랙베리를 무상제공하면서 하는 말이 '쓰레기를 줬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쓰레기인지 안 쓰레기인지는 써보고 결정하자. 라고 생각하고 한달 째 써 본 결과를 이야기한다.
처음에 받을떄는 액정이 깨져있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액 고정의 띵복을 빌며.
2. 하드웨어
만듬새가 상당히 튼튼하다. 둘레는 메탈로 이루어져 있다.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위에는 액정이 있으며, 액정 바로 밑에 블랙베리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Tool Belt가 위치하고 있다.
전화 - 블랙베리 - Trackpad - 뒤로가기 - 종료
이게 굉장히 편하다. 자세한 내용은 3. 소프트웨어에서 후술.
그리고 밑에는 키보드가 위치하는데, 이 키보드는 단순 키보드 뿐만 아니라, 숫자나 특수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역시 당연하지만...
윗부분에는 스크린 락 키가 있는데, 전원키의 역할을 겸하지는 않는다. 겸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종료 키가 있는데 무슨 소용인가.
오른쪽 측면에는 이어폰 단자와 USB 단자가 있고 왼쪽 측면에는 볼륨 키, 그 사이에는 미디어 일시중지 및 음소거 키가 위치하여 있고 그 밑에는 사용자 바로가기 키가 위치해 있다. 바로가기 키는 옵션에서 설정가능.
3. 소프트웨어
블랙베리 7.1 OS를 탑재하고 있다. OS는 공식적으로 Screenshot을 지원하지 않으나, 블랙베리 툴킷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컴퓨터를 통해 캡쳐 가능하다.
홈스크린은 대충 이런 구성이고, 위의 메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홈스크린에서 키보드를 누르면 바로 검색이 가능하다.
이렇게 바로바로 뜬다. 블랙베리 OS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능인데, Bing이나 검색 확장 외에도 내부 DB의 모든 자료를 검색해준다는 게 장점.
연락처도, 메모도, 인터넷 검색기록도, 바로바로 검색이 가능하다. 신기하다.
위의 시계가 있는 곳을 선택하면 이런 식으로 인터넷 등의 설정을 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PDA 시절의 정서를 이어받은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모바일 네트워크를 끄면 통신 자체를 꺼버리고, 모두 끄기가 비행기 모드 버튼이다. 무엇보다도, 배터리가 부족하면 모바일 네트워크와 와이파이를 걍 꺼버린다.
이 게임은 블랙베리 초기부터 있었던 게임이다. 2011년에 출시된 폰에 기본내장된 게임 치고는 너무 구식 같았던 이유가 그것.
블랙베리의 앱스토어인 App World인데, OS를 재설치했더니만 작동이 전혀 안되더라. 할리 쉣.
어차피 작동해봣자 쓸모 없으므로 패스. 한국어 앱은 10개 정도 존재하는듯.
블랙베리가 자랑하는 BBM. 하지만 BIS 서비스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은 상당히 느리고 굼뜨다. 프로세서가 프로세서니 그럴 수밖에.
중간에 트랙패드를 움직이면 이게 마우스 커서가 되며, 아주 편리하지만 민감도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중간에 있는 블랙베리 버튼을 누르게 되면, 메뉴가 이렇게 뜨는데,
현재 재생중인 미디어와 프로그램 전환, 통화 중일 경우에는 통화 기능까지 원터치로 설정 가능하다. 블랙베리 OS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PC 커넥션 소프트웨어의 이름은 참 직관적이다. Blackberry Desktop Software과 연결하게 되면...
이런 화면이 뜨며 연결된다.
MTP Free, iTunes Free, 버그 Free. 심지어 테더링과 백업도 연결 상태에서 아이콘 하나만으로 된다.
이게 뭔소리냐고?
BIS에 연결되지 않았으니 BBM, 이메일 등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소리 아니면 뭐겠는가.
한마디로 이 폰은 BIS가 없으면 그냥 전화기다.
키보드를 누를 때는 비프음이 나오며, 트랙패드를 굴릴떄는 따다다닥 소리가 난다. 웹 브라우징에서 살짝만 굴려도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ㄷ다다ㅏㅏㄷㄷ다다닦ㄲㄲㄲ!!!!' 하는게 거슬리므로 트랙패드 굴리는 소리는 꺼 놓고 사용중.
매너모드 무음모드 이런게 아니라 프로필을 설정 가능하다.
쓰다 보니 카메라에 대해 서술하는 걸 까먹었네.
애초에 기대하면 안될 거였다... 쓰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안 쓰려고 하다가.. 써본다.
카메라는 무려 500만 화소 고정초점이다. OIS는 없다. 이러다 보니 포커스를 넓게 맞추기 위해 조리개를 더 조였다. 그래서인지, 센서가 그지같아서인지는 몰라도 언제 어디서 사진을 찍든 노이즈 파티다.
ㅠㅠ 너는 왜 초점을 못 맞추니....
읍읍 판사님 전 흔들지 않았습니다. (EIS off)
뭐 딱히 이정도로 설명은 끝난 듯. 딱히 설명할 건덕지는 없다. 너무 옛날 기종인데다가 앱도 깔것도 없고 미디어 기능도 부실하니....
블랙베리가 정말 생각 있이 만들어진 폰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공감한다.
가장 놀란 점은 이어폰을 꽂아도 하드웨어 스피커가 작동 가능하다는 것. 이어폰이 꽃여 있어도 시스템 소리나 키패드 소리는 여전히 디바이스 스피커로 나오고, 음악 재생 중에는 스피커-이어폰-수화기로 재생하는 위치를 변경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으나 잘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부정하기 힘들다.
음질은 그닥. 당시 출시된 제품 치고는 좋지만, DAP와 고급 이어폰, Hi-Res 음원으로 단련된 내 귀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음질은 주관적이니... 하지만 너무 소프트하다는 느낌은 없지 않다.
한가지 불편하고 적응 안되는 점.
전화 끊기 버튼이 홈 키와 동일하므로, 전화 중에는 블랙베리 키를 눌러서 메뉴를 띄우지 않는 이상 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면 전화 중 홈으로 가고 싶을 때 전화 끊기 버튼을 누르고, 이하생략.
OS 전반에서 프리징과 렉은 극도로 적다. 하지만 전반적인 속도가 빠르진 않다.
4. 총평
블랙베리 9900은 2011년 당시의 트렌드로 봐도 확실히 어긋난 건 사실이다. 2011년이라면 벌써 풀터치폰이 대중화가 되고, 초딩들도 저가형 스마트폰 정도는 들고 다녔으며, 그 저가형 스마트폰도 풀터치라는 점은 사실이다. 이들은 적어도 인코딩된 동영상을 보기에는 좋은 폼팩터에 괜찮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PMP의 종말 관련 이야기가 나온 시절이니....
근데 난데없이 한국에 블랙베리라니. 확실히 예쁜 쓰레기처럼 보인다. 기능도 마찬가지고,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않는다. 우선 화면이 매우 작고, 미디어 재생도 복잡하기 짝이 없으며 블랙베리가 자랑하는 다양한 기능은 오천원이나 주고 BIS를 가입해야 얼추 쓸 수 있다. 카톡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가 지원 종료. 심지어 한국 폰에는 없는 프로필이라던지, 배터리 부족시 통신 차단이라던지. 문화 충격이 따로 없지 않겠는가.
블랙베리는 틀림없이 그들을 위한 기기는 아니었다. 어떤 물건이든, 심지어 나사못 한 개도 용도에 맞지 않는 것을 고르면 잉여 쓰레기가 되는 법이다. 예쁘고 특이하다고 지른 사람들의 입에서 '예쁜 쓰레기' 소리가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에 대한 책임은 폰을 이렇게 만든 RIM 사가 아닌 그들의 것이지만.
이 제품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 제품을 사용한다면 비로소 틀림없이 최고의 폰일 것이다.
이 제품은 말그대로 Smart한 Phone의 기능'만'을 매우 충실히 하는 제품이다. 숫자 입력이 가능한 물리 키보드, 각종 메일이나 문자 수신에 적합한 UI와 기능, 작은 사이즈와 트랙패드를 이용한 쉬운 접근. 엄청난 보안. 당시든 지금이든 트렌드와 '다수의 수요'와는 확실히 동떨어져 있다. 소수의 Enthusiast들은, 아주, 좋아할 제품이다.
장단점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장점
- 물리 키보드
- 오랜 시간의 배터리 타임
- 뛰어난 통신기능
- 잘 만들어진 하드웨어와 하드웨어에 잘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의 찰떡궁합
- LED 램프의 기능
- Tool Belt와 트랙패드
단점
- 앱 생태계
- 앱 생태계
- 앱 생태계
- 미디어 기능이 빈약함
- 속도가 느림.
- BIS가 없으면 고자라니.
별점을 주자면 10점 만점에 7.9점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 -Blackberry 9900, 아직도 쓸만한가?- 에 대한 답을 하자면,
그렇지 않다.
확실히 그 당시에 BIS를 돈주고 이용한다면 아주 좋았음이 틀림없다. 카메라와 미디어가 아쉽긴 하지만 블랙베리는 그걸 하라고 만들어진 폰이 아니다. 통화품질도 상당히 뛰어나고 블랙베리 허브의 시초격인 기능이 존재한다. 물리 키보드로는 어떤 메일도 빠르게 칠 수 있다. 블랙베리 프로텍트 등 각종 기능을 쓸 수 있었으며, BBM으로 사교파티? 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18년 기준에서 본다면, 아닐 것이다.. 물론 OS 7 최후기 플래그십 기종이라는 면에서는 수집가치가 있다. 하지만, 지금 BIS를 굳이 가입할 사람은 없을 것이며, 된다 해도 각종 프로그램의 사후지원은 끊긴 지 오래다.
굳이 쓴다면 고3폰 정도. 하지만 요즘 고3폰으로 나오는 갤럭시 폴더나 와인 스마트도 이거보다는 확실히 스마트할 것이다.
영단어 Vintage와 Outdated, Classic은 엄연히 다른 단어이다. 그리고 지금의 블랙베리 9900은 셋 다 해당한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