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D Pocket은 GPD에서 만든 UMPC로 무려 7인치짜리 랩탑 혹은 넷북...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양은 대충 아래처럼 저렇고,
GPD WIN을 쓰다 보니 결국 질려서(...) 팔아버리고 GPD Pocket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만 국내에서 업체 끼고 사려면 52만 원에서 58만 원까지 널뛰기하는 꼴을 보고 간을 보려다 말았는데 마침 주변에 이걸 펀딩한 친구(...)가 있어 35만 원에 업어왔습니다. 월급 타자마자 인천까지 가서 구입을 하고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는데, 일단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도록 하죠.
처음 만져본 인상으론 꽤나 묵직했는데, 사양표에도 써 있지만 CNC 가공한 마그네슘 바디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튼튼한 느낌. 뭐 그런 이유로 7인치에 480g라는 무게가 나왔습니다. 손에 들고 있으면 은근히 무겁군요.
본체 오른쪽엔 충전 혹은 장치 연결을 위한 USB C type 단자, 마이크로 HDMI, 풀 사이즈 USB 3.0 단자가 있습니다. 맨 왼쪽엔 팬 때문에 환기구가 있군요. 아마 그쪽에 기판이 있을 듯.
본체의 겉부분은 매우 심플합니다. 역시 바닥엔 환기용 구멍이 있습니다. 굳이 나사를 숨기지 않아서 할 일 없으면 마음대로 뜯어보라는 것 같은 느낌이...
본체 왼쪽은 허허벌판입니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실 텐데, 그렇습니다. 이 제품엔 전작에도 있었던 마이크로 SD 단자가 없습니다(...). 굳이 128GB짜리 eMMC를 쓴 이유가 있는 거죠.
키보드 부분은 그냥저냥 7인치에선 괜찮다는 느낌입니다만 일반적인 노트북의 키 배열은 아니기 때문에 양손에 잡고 타이핑하려면 적응이 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한글 각인이 안 돼 있으니 보고 쳐도 오타를 빈번하게 낼 정도. 이건 스티커라도 사서 붙여야 할 듯.
트랙포인트가 마우스 역할을 하고 아래에는 마우스 좌/우 버튼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딜 봐도 휠 역할을 할 무언가가 없죠? 아쉬우면 터치를 쓰라는 얘기인 듯. 아무튼 트랙포인트 때문에 스페이스 바도 두 개로 분리돼 있군요. 그리고 맨 윗줄은 그냥 펑션 키를 디폴트로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ALT+F4 한 번 누르려면 Fn키를 같이 누르고 있어야 하니 원.
중요한 건 여기서 7인치라는 건 디스플레이가 7인치라는 소리. 당연히 그 외의 공간을 생각하면 본체의 크기는 그것보단 약간 더 커집니다. 1920*1200, IPS 패널을 썼고 못해도 GPD WIN보단 나은 것 같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패널은 기본이 수직 패널입니다. 그냥 세로로 놓고 쓰는 태블릿용 모듈을 갖다 쓴 듯(...). 부팅할 때 로딩 돌아가는 것도 로고 오른쪽(보통은 아래쪽에 붙으니)에 붙어 있고 심지어는 바이오스 셋업 화면도 세롭니다. 윈도우 새로 설치해도 아마 세로로 누워 있는 화면을 보시게 될 겁니다. 기울기 센서도 없으니 직접 윈도우의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화면을 회전시켜야 한다는 골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작인 GPD WIN도 세로 패널을 썼지만 그건 그래도 기울기 자동 인식이라도 됐죠.
여담으로 디스플레이는 이런 구조로 접었다 펴게 돼 있는데 이것도 골때립니다. 화면의 아래쪽이 본체의 아래쪽까지 위치하다 보니 터치할 때 은근히 불편하다는 점, 재질이 튼튼한 금속이 더해져 GPD Pocket을 열 때 힌지 가운데에 손가락을 밀착시키고 있으면 손이 낑겨서 매우 아플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군요. 실제로 낑겨 보면 좀 짜증납니다.
성능은 늘상 보던 아톰 그대롭니다. 의외로 CPU 점수가 2000까지 찍혔는데 패스마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Z8750이 1700점대였나 찍었던 걸 생각하면 쿨링빨인가 싶기도. 이 정도면 코어 2 듀오 정도로 쳐줍시다.
물론 게임용으로 사놓은 GE62VR 7RF와 비교하면 처참하지만요.
VAIO Z Canvas와도 비교. Iris Pro 5200이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데다가 디스크 점수가 경악할 정도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박살난 두 대 중에서 하나 빼다가 데스크탑에 언젠가 끼워넣어야 될 텐데(...)...
이제 대충 사용해본 느낌을 말하기 전에, 물건을 받고 나서 겪은 일부터 얘기해야겠군요.
친구한테 물건을 받고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 테더링으로 세팅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연결하고 보니 화면이 깜빡거리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건 아니고 화면의 일부분을 잘라 붙이는 것마냥 오른쪽에서부터 글리치라고 해야 되나... 그런 증상이 바로 나오더군요. 당황해서 친구한테 물어 보니 자기 쓸 때는 안 그랬다고... 그리고 윈도우는 인증이 안 돼서 이게 뭐야...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공홈에선 사용 OS만 적어논 거지 정품을 제공한다고는 안 그랬거든요? 그 문제는 윈도우 10 프로로 전환하고 키 집어넣어서 해결했습니다.
화면의 문제는 아무래도 브로드컴제 와이파이 모듈이 문제인 것 같은데, 이게 제 3G 핸드폰 핫스팟에 연결시키니까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더군요. IP타임 공유기로 연결하면 빈도가 매우 낮은 편이고. GPD WIN에서도 없던 문제가 왜 이 기종에서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안테나가 디스플레이쪽까지 연결돼 있나? 다만 이 깜빡임 문제는 검색해 보면 레딧 같은 데서나 한두 게시물 나오는 정도라 복불복일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와이파이를 쓰지 않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드라이버 모음 받아서 이것저것 패치해 보긴 했는데 딱히 개선은 안 되는 듯.
화면에 대해 얘길 또 해보자면 7인치에 1920*1200 해상도라 일단 윈도우에서 100% 배율로는 당연히 못 써먹겠고(...) 그나마 150%가 쓸 만한 듯. 문제는 터치인데... 150%에선 크롬에서 주소 표시줄을 누르면 북마크 버튼이 눌리거나 창의 맨 윗부분을 누르지 못하거나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인터페이스가 너무 작거나 제 손가락이 굵은 게 문제겠죠. 그렇다고 200% 쓰면 이쁘지도 않고 컨텐츠 영역이 확 줄어드니 이거야 원 계륵이다 싶은 느낌이.
발열은 배기구가 위치한 부분에서 조금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금속 재질의 케이스라 사람에 따라 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불편한 건 역시 SD 단자와 휠 버튼/혹은 기능의 부재군요. 앞서 얘기한 것들은 어느 정도 적응의 여지가(...디스플레이는?) 있긴 하지만 언급한 기능들은 꽤나 귀찮은 요소들이라 말입니다. 뭐 어차피 네트워크 테스트/원격접속용 혹은 간단한 게임/출퇴근 동영상 머신으로 쓸 거라 당장은 크게 불편하진 않겠다 싶지만요. 하지만 역시 50만 원 넘게 주고 사고 싶지는 않은 물건 되겠습니다. 그 가격으로는 죽어도 추천 못 합니다.
역시 펀딩 안하길 잘했...
아니 펀딩해서 되팔렘이나 할껄그랬나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