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래 쓰일 예정이 전혀 없던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여차하면 그냥 다시 재활용장으로 직행했을 뻔한 어떤 노트북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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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온 ThinkPad X200을 정비한 뒤, 얼마지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https://gigglehd.com/gg/9823778
"주워온 ThinkPad 간단하게 정비해봅시다."
재활용장에서 예기치 못한 녀석을 하나 더 발견하게 됩니다.
삼성 노트북이었습니다.
연식은 있는 제품이었지만, 상태는 나름 꽤 깨끗했습니다.
생활 스크레치는 조금있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죠.
삼성제 노트북을 즐겨 사용하지는 않습니다만,
깨끗한 외관에, 조금만 손보면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RAM과 하드디스크를 장착해도 부팅이 전혀되지 않았습니다.
전원 LED는 들어오는데 나머지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죠.
이런 경우는 메인보드 쪽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보통 ThinkPad였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든 살려놓는 편이었지만
주워온 삼성 노트북을 이 정도까지 하면서 살려 놓아야 할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ㅎㅎ;
그래서, 다시 재활용장에 가져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방구석에다가 밀어놓고는
그대로 깜빡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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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어제였습니다.
주말이 되어서, 그 동안 잠시 어지럽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구석에 놓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이 삼성 노트북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중요한 일들이 마침 끝났던 참이라
저번에 대충 살펴보았던 이 노트북을,
이번에는 제대로 살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완전 분해를 한 후, 내부에 가득 쌓여있던 먼지들을 제거한 뒤
부품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전원을 켜보았는데...
어라 이게 왠걸?
노트북이 켜집니다?
고장난게 아니라, 어딘가 모종의 이유로 접촉 불량 정도 났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사양을 다시 세팅해보았습니다.
RAM이랑 저장소는 탈거된 채로 있었기에
간단하게 4GB RAM을 장착하고 128GB SSD를 넣어주었습니다.
CPU는 다행히 PGA CPU를 사용하는 모델이었기에
기본 장착된, 인텔 펜티엄 T4200을 꺼내고
집에 돌아다니는 인텔 코어2듀오 T7300을 넣어줬습니다.
(이상하게 T7500은 인식하지 못하더군요. 아무래도 바이오스에 특정 CPU의 마이크로코드가 제외된 듯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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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가지고있는 부품으로 괜찮은 구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외관도 깨끗했기에 더 이상 손 볼 부분은 없어보였죠.
이대로 삼성 노트북을 간단히 정비하고,
노트북을 부팅시켜 살펴보고 있는데...
문제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
주워온 삼성 노트북을 "간단히 정비해봅시다."
가 아니라,
주워온 삼성 노트북을 "간단히 수리해봅시다."
가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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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제가 무엇이냐,
스피커의 소리가 굉장히 찢어지듯 출력되었습니다.
저번 X200이 백라이트 고장으로 재활용장에 내놓게 된 신세였다면
이번 삼성 노트북은 아무래도 스피커 고장으로 재활용장에 내놓은 것이 아닐까 싶더랍니다.
일단은, 메인보드와 스피커 사이에 접촉 불량을 먼저 의심해보았습니다.
실제로 두 개의 스테레오 스피커 중에
좌측 스피커는 그나마 소리라고 할만한 것이 출력되는 상태였는데
우측 스피커는 거의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 스피커 단자를 닦아내고 다시 꽂아보는 시험을 해보았지만
이 쪽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 판단했습니다.
스피커에 먼지가 쌓여 발생한 잡음인가 싶은 생각에
키보드 베젤에 붙어있는 두 개의 스피커 파트를 떼어내고 살펴보니...
노트북의 연식 때문인지,
스피커 돔 주위의 "콘"이 완전히 삭아 부서져있더군요.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던 이유는,
말그대로 "스피커가 찢겨 있어서" 였습니다.
좌측 스피커는 절반 정도 부서져있어 소리가 출력되기는 한 상태였지만
우측 스피커는 완전히 부서져있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에는
노트북이 오래되었기 때문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가능하겠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삼성이 노트북에 굉장히 저가형의 스피커를 사용했기 때문이지 않나, 싶더군요.
삼성 노트북에 원래 달려있는 스피커를 다시 찾아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듯 싶었고
대신 집에 남아있는 스피커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ThinkPad T61 의 스피커 한 쌍이 남아있더군요.
우연찮게도 T61 의 스피커 단자가 삼성 노트북의 스피커 단자와 같아,
메인보드에 연결해보니 소리도 잘 나옵니다.
그럼 부품도 준비되었겠다,
본격적으로 수리에 들어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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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하나의 파츠로 구성되어있던 ThinkPad T61 의 스피커를
각각의 스피커 유닛으로 분리해 다듬었습니다.
물론, 정석대로 스피커 유닛을 설치하려면
울림통과 공기의 흐름... 이런 것들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이건 음향 기기를 수리하는 작업이 아닌
소리만 나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노트북 스피커를 수리하는 작업이기에
많은 것을 신경쓰진 않았습니다...ㅎㅎ
그리고 원래 부착되어있던 망가진 삼성 스피커 유닛을 제거해버리고,
그 자리에 ThinkPad T61 의 스피커 유닛을 납땜했습니다.
수축 튜브로 납땜 부위를 절연시킨 후,
T61 의 스피커 유닛을 삼성 노트북의 베젤에 접착제로 고정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절연 테이프로 전선 부위를 마무리~!
이 작업을 스테레오 좌측 스피커와, 우측 스피커에 똑같이 진행시켜 준 후,
분해의 역순으로 다시 조립하고 노트북을 부팅...!
소리가 아주 깨끗하게 잘 들립니다 ㅎㅎ!
좌, 우 스테레오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이렇게해서 주워온 삼성 노트북의 간단 수리기가 끝났습니다.
여차하면 이 노트북 통으로 다시 재활용장 행이 될 뻔했는데
간단한 정비와 수리를 통해서,
소소한 사양 업그레이드와 함께 스피커 유닛 또한 문제없이 교체하여
삼성 노트북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활용장 행에 당첨된 것은
망가진 스피커 유닛 2개 뿐이네요 ㅎㅎ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정상적인 삼성 노트북 한 대를 다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5인치의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문서 작업용으로는 쓸만한 성능이니
어딘가 쓸만한 구석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그럼,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