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폰으로 갤럭시 A51 5G를 산 뒤에 뭘 살까 하고 방황하다가 하이마트 이몰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재고를 보고 홧김에 질렀습니다.
며칠 지나니까 재고가 전멸했더군요. 재고 있는 곳도 50만 원 이상에 올라오는 마당이었고... 1월 안으론 물량이 입고될 일이 없다는 하이마트 잠실점 담당자의 말대로 현재 상황은 그냥 재고가 없어서 난리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일주일 정도 깨작깨작 써봤습니다. 그래서 세부적인 기능들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를 꼼꼼히 하지는 않겠습니다.
화면비가 5:3... 16:9도 길어서 신경쓰이는데 왜 굳이 5:3 패널인지는 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싫은 비율.
뒷면은 얌전하다 못해 심심합니다. 이상하게 만들 바에야 차라리 그 편이 낫긴 합니다.
S펜이 번들로 들어 있습니다.
옆구리에 붙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서드파티 기기용 와콤 스타일러스도 지원하고 그 얘긴 동일한 방식인 와콤 원용 스타일러스드 쓸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라미 펜을 사볼까 했는데 이것도 물량이 없는지 쇼핑몰에선 9.9만 원을 찍질 않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므로 핸드폰과 별 차이가 없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대충 소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5:3 화면비는 마음에 안 드는 편, 다만 액정 자체의 품질은 괜찮아서 영상 컨텐츠 소비에는 좋음.
아이패드 미니 5세대를 모셔와 비교해 봅시다. 너비는 거의 같지만 길이는 S6L이 훨씬 깁니다.
동영상 재생은 16:9나 그 이상으로 가로가 긴 영상들이 더 많으므로 가로가 긴 S6L의 레터박스가 적음.
하지만 전 4:3 비율의 영상 역시 자주 보는 편이고 그것보다 가로가 긴 영상들은 보통 좌우를 잘라서 화면을 채워 보기 때문에 4:3 비율이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고, 유튜브에서 작은 화면으로 관련 영상이나 댓글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SNS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입장에서 16:9 비율부터는 올라운드로 쓰긴 좀 별로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뭐 대부분은 16:9 비율들을 더 선호하긴 하죠.
스피커가 가로로 긴 방향으로 두 개 있기 때문에 스테레오 효과를 낼 수 있고(충전 단자쪽에 스피커 두 개 밀어넣고 스테레오라고 우기는 어떤 회사와는 달리) 소리도 괜찮은 편. 다만 충전 단자를 오른쪽에 둔 위치에서 사용해야 손바닥이 스피커를 가리지 않음.
성능은 그렇게 좋지가 않음. 며칠 쓰다 보니 적응된 건지 내부적으로 인덱싱이 끝난 건지 처음 쓸 때처럼 버벅대는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사라지진 않음. 쿠키런 킹덤 사전예약을 한 김에 설치를 해서 초반부를 진행해 봤는데 상당히 끊깁니다. 근데 이건 갤럭시 S 20에서도 잔랙이 있다는 얘길 봐서 그냥 최적화를 못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A12 달고 나와버린 아이패드 8세대(그리고 동일 AP의 미니 5세대)... 를 생각할 때 성능에 있어서는 조금 아쉽다 정도. 못 쓸 물건은 아니니까요.
사실 갤럭시나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도 같겠지만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OS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구글도 그렇고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도 모두 휴대폰 기준의 UI를 태블릿에서 늘려 쓰는 느낌.
아이패드 미니의 유튜브 화면입니다. 영상 정보 바로 아래 댓글이 표시돼서 데스크탑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이용가능.
하지만 안드로이드 버전에선 관련 영상 리스트를 주르륵 내려야 댓글 부분이 표시됨.
유튜브만이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의 경우에도 휴대폰 기준의 인터페이스라 화면의 대부분을 타임라인 섹션이 차지하고 있어서 태블릿에선 오히려 불편해지는 효과가 납니다.
이것과 관련해서 시스템에서 출력하는 글자 크기를 키우면 휑한 느낌이 좀 해결되지만 이게 몇몇 앱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이... 크리타 같은 드로잉 앱에서는 글자에 맞춰 인터페이스들도 커지는데 커지다 못해 도구 창들이 화면 밖으로 벗어나 버려서 엉망진창이 된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소프트키에 대한 문제도 있는데 S6L의 인터페이스 기본 옵션은 소프트키 표시고 소프트키를 통해 앱 간 전환,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기, 홈 화면으로 돌아가기 기능을 쓸 순 있지만 전 제스처 동작에 익숙한 상태라(아이폰이랑 아이패드를 가장 많이 쓰니) 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프트키 옵션이 켜져 있어도 앱에 따라 스와이프로 메뉴전환이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으니 그럴 수 밖에요. 이 문제는 소프트키 대신 제스처 옵션으로 대체하고 해결됐습니다.
그리고 앱에서 띄우는 알림 숫자(페이스북 앱 아이콘 옆에 뜨는 숫자라던지)가 앱에 들어간 뒤 해당 알림을 확인한 뒤에도 홈으로 나오면 숫자가 사라지지 않아서 굉장히 신경쓰였는데 이건 또 시스템의 알림 창을 내려서 알림을 지워줘야 홈 아이콘에서도 사라진다는 겁니다. 별로 효율직이지 못하다는 느낌. 알림 창을 통한 화면의 밝기 조절의 경우에도 알림 창을 두 번 내려야 슬라이더가 보인다는 점도 있는데 이것 역시 옵션에서 변경할 순 있지만 그 옵션의 위치가 핸드폰에선 디스플레이 옵션에 있고, 태블릿에선 슬라이더 옆의 추가 메뉴 아이콘을 눌러야 하는 괴상한 차이 때문에 한참을 헤맸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OS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 외에는... S6L은 15W 고속충전을 지원하지만 박스엔 7W 충전기가 들어 있습니다. 고속충전기를 따로 구입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잠금해제는 얼굴인식을 지원하지만 기분좋을 때만 잘 열리는 느낌이라 좀 별롭니다. 조도센서 역시 처음엔 켜놓고 쓰다가 답답해서 그냥 밝기 고정해 버렸습니다. 태블릿을 물리적으로 돌리면 화면도 따라 돌아가는 속도가 많이 느리다는 것도 불만요소.
하지만 와콤 기술을 사용한 S펜의 느낌은 매우 좋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구입한 거라 기기나 OS의 문제는 그냥 무시해도 그만일 정도. 물론 EMR 방식인 만큼 전기적 간섭이나 자성 때문에 오작동하는 상황도 있을 순 있겠습니다만. 입맛에 맞는 그림용 앱들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도 문제고요. 크리타가 그렇게 좋대서 설치해 봤더니 브러시 크기 조정하는 메뉴부터 찾질 못해서 포기했습니다. 메디방도 시원찮고 클립 스튜디오는 PC로 사고 아이패드용도 연간구독 중이라 굳이 또 설치하고 싶진 않았고... 오히려 별다른 기능이 없는(...) 뱀부 페인터가 가장 나았다는 느낌. 이제는 손터치로는 인터페이스 조작만 가능하도록 설정이 가능해서 매우 편해졌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사실 딱히 내리지는 못하겠군요. 이미 괜찮은 태블릿들로 생태계를 맞춰놓은 상태고 순전히 궁금해서 사본 물건이라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면 좋은 물건이라는 정도? 펜이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물건은 필기머신이 될 수도 있고 캔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 아이패드로 그림 그릴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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