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서 AIDS에 걸리지 않는 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킨 허젠쿠이(賀建奎, 35) 전 중국남방과학기술대학 교수에게 중국 법원이 징역 3년에 벌금 300만 위안(한국 돈 약 5억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다른 과학자 2명에게도 징역 2년형과 1년 6월형이 각각 선고되었습니다.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는 인간의 면역세포 속으로 침투할 때 백혈구 표면에 있는 CCR5라는 단백질을 사용합니다. 유럽 인구의 약 1%는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망가져 있는데, 이 돌연변이는 흑사병과 에이즈에 내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에이즈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인 티모시 브라운은 바로 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소위 말하는 “골수이식”)을 받았기 때문에 HIV가 더 이상 백혈구 속으로 침투할 수가 없게 되어 병이 나은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에이즈를 완치한 사람은 티모시 브라운을 포함하여 2명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전세계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 사례에서 에이즈 완치의 단서를 보고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에게 에이즈 내성이 있다면, 인간을 유전자 조작하여 일부러 이 돌연변이를 유발하면 그 사람은 에이즈 내성을 지닌 인간이 될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인간을 유전자 조작한다는 것의 윤리적 문제점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손대려 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허젠쿠이 전 교수는 이걸 저질렀습니다. 총 8쌍의 남녀를 모아 최신 유전자 조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조작한 아기를 만들려고 했고, 실제로 아기 3명이 태어난 것이죠. 2018년 11월 홍콩의 학회에서 이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논란이 뒤따랐습니다.
생명윤리적인 문제 외에도 다른 문제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연 정말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에이즈 내성이 있는 게 맞는가?]라는 점이죠.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그동안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불안정한 편이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태어난 아기들에게 정말로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 맞는지조차 제3자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후 허젠쿠이의 실종설이 나돌았는데, 그는 대학에서 잘린 뒤 지금까지 당국의 감시 하에서 재판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