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물건도 있다는 소개 차원에서 올려 봅니다. 내부 사진도 있으니 볼만하네요.
DTM은 데스크탑 뮤직의 줄임말로, PC에서 시퀸서 소프트웨어를 실행해 다양한 음원을 통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시퀸서의 데이터는 어떤 악기를 어떤 높낮이로 얼마 동안 연주하라고 명령하는 미디(MIDI)입니다. 따라서 음원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지만 당시엔 PC에서 음악을 감상하고 만들어내는 수단이었습니다. 왜냐면 PCM 음원은 대용량이라 저장이 힘들었고, 여러 악기를 여러 트랙에서 나눠 녹음하기엔 스토리지 속도가 느렸으며, 실시간 압축/압축 해제의 부하가 높아 CPU로 해결하기 힘들었고, 음악을 전달하려 해도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
반면 시퀸서와 음원을 조합하면 미디 파일 자체는 명령만 모아둔거라 텍스트 파일 수준으로 용량이 작고, 처리 성능도 많이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퀸서 소프트웨어마다 제각각 다른 포맷을 쓸 순 없으니 악기와 음원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세계 공통 규격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가 나온 것입니다.
미디는 악기를 1번이나 2번이라고 지정하지 '피아노'나 '기타'라고 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1번은 피아노 같은 식으로 악기를 지정해야 하는데, 롤랜드가 1991년에 GS 포맷을 출시하고 여기에 맞는 음원 SC-55를 판매합니다. GS 포맷은 롤랜드의 독자 규격이었으나 317종의 음색과 69,800엔의 저렴한 가격으로 널리 보급되며 사실상 표준이 됐습니다.
롤랜드 SC-88VL. 이건 SC-55의 음색을 늘리고 GM을 지원하는 SC-55mkII, 음색을 654개로 늘린 SC-88의 보급형 모델입니다. 1995년 출시 가격 69,000엔. 저가형이라곤 하지만 음색을 본체에서 설정하는 버튼을 빼고 내장 전원을 AC 어댑터로 빼낸 게 전부이며 기본적인 성능은 SC-88과 같습니다.
654개의 음색에 24개의 드럼 세트, 32개의 파트, 동시 화음 64의 스펙을 지녔으며 8종류의 리버브, 8종류의 코러스, 10종류의 딜레이 이펙트를 제공합니다. 각각의 음색은 PCM으로 파형 데이터를 수록하나, 소리의 높낮이와 장단을 모두 커버라며녕 용량이 대폭 늘어나기에 기준이 되는 소리 몇가지만 저장하고 나머지 소리는 이를 바탕으로 전용 프로세서에서 연산합니다. 이 경우 메모리 용량이 많을수록 세밀한 표현이 가능해지는데, 16MB의 용량은 그 당시로선 획기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이거보다 더 작은 크기에 고성능 PC가 들어가죠.
미디 악기와 연결해야 제 실력을 내는 버튼들.
디스플레이
미디 포트와 사운드 포트.
내부 구성은 아주 복잡합니다. 롤랜드 로고를 각인했지만 다른 제조사에서 공급한 칩이 다수입니다.
각종 제어를 맡은 CPU는 히타치 H8/510
롤랜드의 사운드 프로세서 RHR-2342. 자체 명령의 CISC 아키텍처.
PCM 음원과 이펙트 처리는 커스텀 IC인 RHR-2342. 4개의 16Mbit CMOS 마스크 롬인 HN624316FB(8MB 용량)에 저장해 출력. 여기에 음원이 들어가니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부품일지도.
그 옆에 파나소닉 MN41C4256ASJ-07은 70ns의 페이지 DRAM.
롤랜드 HN62444BP. 구동 프로그램 내장
사용자 설정이 저장되는 세이코 엡슨의 SRAM. SRM2A256SLM70
코프로세서는 미쓰비시 M38881M2로 미디 메세지 송/수신과 해석/처리.
D65622GF. 커스텀 게이트 어레이. 디스플레이와 버튼 제어.
미쓰비시 M5M34051P. RS-422 시리얼 송/수신기
전원부
도트 매트릭스 LCD 컨트롤러/드라이버. 도시바 T7934.
ROHM의 LCD 세그먼트 드라이버 BU9706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