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아, 포럼에 글을 씁니다.
Pebble Time Round (좌), Pebble 2 Standard Edition (우) 입니다.
우측 페블의 시계줄은 갤럭시 워치에 걸어두고, 페블 2 본체에는 따로 목걸이를 걸어 DAP용 리모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페블 모두 터치스크린은 없구여, 좌측의 버튼은 뒤로가기 및 메뉴에 할당되어 있고 우측의 버튼은 메뉴 탐색으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페블만의 반사식 디스플레이는, 엄밀히 말해서 EPD 디스플레이가 아닙니다. 샤프의 메모리 LCD를 사용하였는데, 대충 스마트워치가 작동할만한 속도인 1Hz의 Refresh Rate에서는 오히려 전력 소모가 더 낮기 때문에 페블의 가장 큰 특징인 저전력 구현이 가능합니다.
한편, 난반사가 잘 일어나 빛이 들어오는 환경에서는 어디서나 잘 보이고 특유의 질감을 구현하는 EPD와 다르게 백라이트를 켜지 않을 경우 각도에 따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으며 금속성의 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야외 시인성은 문제없는 수준이며 백라이트도 잘 작동하므로 그닥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페블 타임은 컬러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얘는 살짝 시인성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어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제품 컨셉이 컨셉인 만큼, 사이즈가 카시오 전자시계마냥 작고 굉장히 가벼우며 캐주얼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우측 중간 버튼으로 메뉴에 접근하고 페블 앱을 실행할 수 있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인해 복잡한 설명 없이도 쉽게 사용하고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구성요소가 아주 커여워서 마음에 드네요. +10점 드리겠습니다 ㅎㅎ
원래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지만,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CJK 확장팩이 있으며 이를 설치하면 한국어 표시가 가능해집니다. 메뉴의 언어를 바꾸는 것 역시 가능.
페블의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넓은 앱 생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업로드하는 과정이 복잡하지 않으며 페블에서 SDK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의 난이도도 쉽기 때문에 인디 개발자들에게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페블워치에는 굉장히 다양한 앱들이 존재합니다. 페블 OS에 내장된 기본 알림 시스템을 대체하거나, 스톱워치 등등 유틸리티는 물론 방치형 성장게임이나 GB~GBC 수준 그래픽의 게임, 어드벤쳐 게임 그리고 냥캣 역시 다수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물론 페블은 현재 지원이 종료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Rebble 서버로 대다수의 자료가 이전되어 2020년 현재에도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저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나서요. 그래도 깔아는 보고 싶네요. 그래픽 표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nspire용 TI Basic보다는 몇배나 더 낫겠죠. 아 진짜 ti 드럽게 맘에안드네여 -_-;;;;))
애플리케이션은 페블 앱에서 설치하며, 휴대폰에 따로 뭔가를 다운로드 받는 방식이 아니고 바로 시계로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일부 앱들에 한하여 안드로이드 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는 앱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 IOS 앱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페블의 모든 앱은 무료입니다.
진짜 전혀 하나도 안 놀랍게도, 이것은 계산기 입니다.
페블에 내장된 기울기 센서를 활용하여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여 숫자키를 누르게 함으로써, 터치스크린이 없는 페블의 한계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극복한 훌륭한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스마트워치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페블이 인기를 끌게 된 요인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활용 용도가 큰 스마트워치인 점이 한몫 한 것 같습니다.
https://gigglehd.com/gg/mobile/3696703
스마트워치의 폼팩터 특성상 사이즈와 무게의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안그래도 스마트워치들이 대부분 무겁긴 하지만 그나마 그거라도 가볍게 만들라면, 시계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져야만 합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스마트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배터리 소모를 최저로 줄이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동원합니다. 스크린 레이어를 다중으로 구성하거나, 멀쩡한 AW 스마트워치에 시침 분침을 달아버리는 정신나간 짓을 저지르기도 하죠. 이보다 배터리 사용량을 더 줄이려면 아예 스마트 기능을 포기하고 문자오면 불이나 깜빡이는 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건 블루투스 시계지 스마트워치라고 볼 수 없죠.
근데 페블은 그렇지 않습니다. 초저전력 프로세서와 샤프의 메모리 LCD 기술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눈알이 터질듯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최애캐 사진을 자랑스럽게 붙이고 다님으로서ㄴㄷㅆ갬-성을 언제든지 뽐내고 다닐 수는 없지만 굉장히 적은 양의 배터리로 여전히 스마트 기능을 충분히 구현하고도 남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수 있게 됩니다.
새로 만들어진 플랫폼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애플리케이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블은 SDK를 무료로 뿌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난이도를 극적으로 낮추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함으로써 삼성 애플 구글로 대변되는 휴대폰 플랫폼에 시계가 종속되는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전용 앱스토어를 휴대폰 앱에 탑재하여 언제나 몇 번이라도 앱을 검색하고 한번에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짱깨산 거르고 좀 쓸만하고 디자인이 괜찮은 스마트워치들은 가격이 비쌉니다. 그러나 페블은 심하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며칠 충전을 잊어버려도 잘 작동하는 수준의 전력소모, 그리고 작은 사이즈와 캐주얼한 디자인 덕분에 실제로 밖에 착용하고 다니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아, 기껏 구매하고는 불편함과 부담스러움으로 인해 착용을 포기하게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페블은 흔히 스마트워치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사람들과는 대상층이 다르며, 얼리어댑터와 라이트 유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