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부터 안경을 주욱 써왔던 사람이라, 안경 없는 삶은 상상을 하지 못합니다. 그때만 해도 초딩 1학년 중에 안경 쓴 사람은 한반에 한명이 있을까 말까 했었죠. 안경 도수도 결코 낮지 않아서 한번 맞출 때마다 돈이 왕창 깨지는 건 물론이고 며칠씩 기다려야 했구요. 지금은 물가는 올랐는데 안경 가격은 그대로고, 안경점에서 바로 찾을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다 해야하나.
대학교때 현미경을 들여다보다 검은 선이 왕창 보이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안경을 벗으니 안보이더군요. 그제서야 그게 안경 렌즈에 난 상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후론 절대로 안경을 아무데나 닦지 않고, 나름 간수에도 신경을 쓰고 있네요. 그 결과 다년간 저를 괴롭혔던 두통과 어지러움도 사라졌고 말이죠.
이런 사람이 초음파 세척기에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죠? 안경점에는 하나씩 있는 물건인데 구입하기엔 좀 부담이 되더군요. 사실 거의 모든 안경점이 세척 정도야 그냥 해주지만 당장 뭐 살것도 아닌데 부탁하긴 그렇고, 나가기도 귀찮고요.
그래서 http://gigglehd.com/zbxe/11756072 이런 물건에 혹해서 샀다가 낚이기도 했었더랬습니다만. 이번엔 진짜 초음파 세척기를 샀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2.74달러. 가격 25000원 정도. 제가 알리에서 뭘 사면 마누라가 항상 구박합니다. 돈 더 주고 제대로 된거 사라고. 근데 한국에서 쓸만한 세척기는 기본이 7만원부터, 안경집에서 쓰는 건 12만원은 줘야 하는데 그건 아깝잖아요?
...까지 쓰고 한번 찾아보니 요샌 엄청 싸졌네요. 4만원대에 파는 물건도 있고. 제가 산거랑 똑같은 물건을 더 싸게 파는 곳도 있어요. 배송료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뭐 하여간, 이미 지른 물건의 가격을 찾아보는 것만큼 의미없는 일도 없으니 넘어가고.
박스는 중국냄새가 풀풀 납니다. 누구한테 선물로 주면 '니는 내가 그렇게 없이 보이드나'하면서 집어 던져도 할 말 없을 것 같네요. 사실 별로 무겁지도 않으니 던진거 맞아도 죽진 않아요. 아프긴 하겠지만.
디자인은 둘째치고 저 밑의 저렴한 중국어 때문에 과연 이 물건이 값비싼 시계나 보석, 안경을 넣어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포장은 스티로폼.
설명서는 읽기 싫은 중국어와.
더 읽기 싫은 영어가 있습니다. 애시당초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했을 때부터 한국어로 된 설명서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죠?
스티로폼을 열면 본체가 있습니다.
초음파 세척통은 스텐레스 스틸, 아래쪽 본체는 겉보기엔 뭔가 묵직한 재질처럼 칠해 놨으나 그런건 절대로 아니고 돈없는 우리들의 친구 플라스틱입니다. 전원 케이블은 EU. 따로 분리되진 않습니다.
뚜껑 위에 붙여둔 비닐은 스텐레스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줌과 동시에 가뜩이나 의심되는 이 물건의 품격을 더욱 낮춰주는 역할을 몹시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뚜껑 가장자리의 연마 수준은 썩 좋지 못합니다. 그 옛날 8천원짜리 케이스처럼 조립하다 손베일 수준까진 아닌데 손에 걸리는 느낌이 썩 좋진 않습니다. 알리에서 샀으니 망정이지 한국에 이렇게 팔았으면 결코 좋은 소린 듣지 못했을 겁니다.
전면 조작 버튼은 매우 단순합니다. LED 창에는 현재 출력과 시간이 표시됩니다. 30W를 누르면 30W, 50W를 누르면 50W 출력을 쓰며 버튼을 누르고 있으먼 사용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파워 버튼은 작동/멈춤입니다. LED에 불은 계속 켜져 있으니 절전하고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앞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전혀 쓸모없고 품격 상승에 도움도 안되는 글귀가 써져 있습니다. 저런거 인쇄할 공정을 뺐으면 마진이 더 늘었을텐데 그냥 내놓기엔 너무 없어보인다는 윗선의 강력한 지침이 있지 않고서야, 저런 쓰잘데기 없을 뿐더러 보기에도 안좋은 글자가 들어갈 이유는 없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바닥엔 고무 지지대 4개와 조립 나사 4개가 보입니다. 너무너무너무 분해하기 쉬워 보이기에 드라이버를 대 봅니다.
220V 전기를 바로 받는 제품이니 당연히 전원 공급/변압기가 있어야겠죠. 별거 없지만 그래도 일세를 풍미한 뻥파워들보다는 훨씬 나아 보입니다.
스텐레스 수조 아래엔 진동자가 붙어 있는데 글루건으로 고정했으니 맘먹고 떼면 뜯어지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간 22.74달러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니 분해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조작부는 더더욱 별거 없습니다.
전원을 켰습니다. 저 상태에서 파워를 암만 눌러도 작동만 되지 저 불이 꺼지진 않습니다. 스위치 달린 멀티탭은 필수일듯.
50W로 설정.
사용 시간은 1분.
테스트를 위해 안경을 준비했습니다. 예비용으로 방치해 둔건데 한 7년 전에 쓰던것 같네요. 전혀 예비용이 안될듯.
에이 더러운 인간아라고 악플을 달면 없애버리겠다
물을 붓고 1분만 돌려 봅시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ㅇ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하면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게 뭔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꺼냈습니다. 이게 뭐가 깨끗해진건지 잘 모르겠다면?
분명 깨끗한 물을 떠왔는데 수조에 뭔가 많이 있습니다.
2분을 더 돌려봤습니다. 이제는 테두리 부분이 확실히 달라진게 보이시죠?
그리고 물은 더욱 더러워졌습니다.
30W일때는 소음이 75dBA
소비 전력은 31.1W로 의외로 정직합니다.
50W일때는 78.4dBA. 이게 엄청 시끄러운건 아닌데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는 고주파음이 나다보니 꽤나 거슬리긴 합니다.
그리고 소비 전력은 분명 65W에서 시작한 것이.
2분 동안 쭉쭉 떨어졌습니다. 더 길게 돌리면 더 크게 떨어질 것 같네요. 어쨌건 50W라는 표기는 분명한 뻥스펙이죠.
초음파로 세탁하는 초소형 세탁기도 있다길래 안경닦는 천을 넣어봤으나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사실 초음파로 표면에 붙은 먼지는 떼어내도, 옷감에 침투한 때를 '털어내기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한 20분 돌려보면 달라지려나. 근데 그럴거면 걍 세탁기 쓰죠.
마누라 한줄평: 오래간만에 알리에서 제대로 된걸 샀네?
효과가 눈에 보이니까 이 물건의 효용가치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것이 없겠죠. 앞으로 집에 안경 쓴 사람이 오면 접대용으로 꺼내주면서 생색을 내볼까 생각 중입니다.
했지만, 성능은 싼게 비지떡인거 같더라구요.
딱 가격만큼 값어치인거 같아요.
뭐 없는 것보다는 낫기는 하지만..
2-3달이내에 성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국내 제품 12-16만원 정도 하는 녀석 쓰는게 좋더군요.
꽤 오래전에 사둔건데도 아직도 잘 쓰고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