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다 지고 나서 방 온도가 이렇습니다. 더울 땐 33도, 34도까지 올라갑니다. 오래된 다가구 주택의 옥탑방이다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운 건 참으면 됩니다. 워낙 궁상맞게 살아놔서 선풍기 틀면 되겠거니 합니다.
하지만 이 방에서 벤치마크를 돌린다는 게 문제입니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게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겨울에 방 온도가 10도 아래로 내려가고, 여름에 34도를 찍으면 편차가 너무 크잖아요. 이 집에서 앞으로 몇 년은 살텐데 일정 수준은 유지해야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사기로 했습니다.
주택의 계단으로 올라오면 문이 있습니다. 창문 쪽에는 샷시를 대서 창고를 만들어 뒀습니다. 창고가 방보다 더 깁니다. 따라서 어느 쪽으로도 실외기를 뺄 공간은 안 나오고요. 그래서 나온 결론이 요새 각광받는 창문형 에어컨입니다. 창고 쪽 창문에다 달아두고, 창고 문을 열어두면 대충 배기는 되겠거니 싶어서요.
창고 온도가 올라간다는 문제는 있지만 그거 아니어도 창고에 문제는 많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지붕 배수구에서 물이 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보관했던 쿨러 고정 나사에 녹이 슬었더라고요. 이러다보니 창고에 아주 비싼 건 보관하지 않아서 괜찮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창문형 에어컨은 시공이 (상대적으로) 편리하지만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비싼 제품은 많이 조용하다고 하던데 그렇게까지 비싼 건 사고 싶지 않고요. 또 형태도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좁고 긴 거, 넓고 낮은 거. 넓고 낮은 건 저렴하지만 창문의 남은 공간을 가리기가 참 애매해서요. 어지간하면 좁고 긴 걸 사고 싶었는데요.
좁고 긴 형태의 창문형 에어컨은 대체로 비싼 편입니다. 파세코, 삼섬 제품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한일전기 에어쿨샷 WAC-1900을 특가로 29만 9990원에 팔길래 홀린듯이 샀습니다. 한일 신일 뭐 이런 회사들이 선풍기 경험은 길지만 어차피 다들 중국에서 만들어 가져오는 걸테니 품질은 기대 안하고요. 세로로 긴 창문형 에어컨이 30만원이라는 것만 보고 샀습니다.
이 에어컨이 왜 30만원이 아십니까? kg당 만원이라 그렇습니다. 양식 광어의 가격처럼 정직하지요. 지금까지 살면서 택배 기사님한테 미안했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정말 많이 죄송했습니다. 2층 문 앞에 놓인 에어컨을 옥탑방까지 들고 오는동안 이걸 다는 게 맞기는 한걸까 진지하게 고민해 봤지만 반품은 더 귀찮으니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선풍기랑 크기 비교. 광각이라서 티가 잘 나지 않는데 박스도 엄청 큽니다. 1톤 탑차에 저 에어컨만 싣으면 택배 기사님 그날 하루는 완전히 공치는 겁니다. 무거운 게 공간까지 많이 차지하니까요.
노란색 밴딩 끈을 잘라내고 박스를 걷어내면서 또 다시 자아를 성찰해 보았습니다만, 박스를 뜯은 이상 더더욱 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포장 자체는 되게 허술한 게, 끈만 잘라내니 바로 풀리더라고요. 하지만 30kg 짜리 거대한 에어컨을 물류센터에서 집어 던지지는 못할테니 이래도 상관 없나 봅니다.
저 창문에 에어컨을 올려둘 거고, 창문 밖에 콜라와 사이다가 보이는 곳이 창고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그럴싸해 보였죠.
에어컨을 들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집니다. 요새 다이어트 하느라 몸에 힘이 없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고요. 원래부터 운동 부족이라 힘은 없었습니다. 10kg 짜리 아들은 들어도 30kg 짜리 에어컨은 너무 버겁네요. 애가 30kg가 될 때쯤이면 30kg를 어떻게 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에어컨 뒤는 다 배기구입니다. 넓은 열교환기...라고 쓰면 신뢰가 가지 않으니 라지에다라고 합시다. 하여간 알루미늄 덩어리에서 대국적으로 열풍이 빠져 나옵니다.
앞입니다. 파란색 비닐이 붙어있는 게 찬바람이 나오는 곳입니다. 저게 빼꼼 하고 열리면서 바람이 나오죠. 저 거대한 물건에서 찬바람이 나오는 곳이 고작 저기 뿐입니다. 이쯤 되면 창문형 에어컨이 일반 에어컨에 비해 참 비효율적인 물건이구나 싶지만, 꼬우면 그냥 에어컨 다시던가..하지 못할 상황이니 창문형 에어컨을 쓰는 거 아니겠어요?
양 옆은 흡입구인가 봅니다. 필터가 달려 있네요. 앞에는 버튼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서와 리모컨 등이 있어야 하는데 안 보이네요.
어지간한 초등학생 키 정도 되는 에어컨 박스 구석을 뒤적거린 끝에 나머지 부속들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중요한 걸 빼먹을 뻔 했군요. 거치대입니다. 저는 원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창틀이 넓으니까 그 위에 에어컨을 대충 올려두고, 위는 대충 막으면 되지 않을까? 네. 아닙니다. 무식하게 덤비는 사람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저 거치대를 흔들림 없이 빈 틈 없이 완벽히 장착하고, 에어컨은 거기에 걸치기만 하는 거였습니다.
옆으로 넓은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제가 말한 방법대로 대충 올려놓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이렇게 생긴 건 그렇게 달지 않고요. 전부 제대로 된 거치대를 사용해서 고정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장착이 까다로울 수도 있다는 소리죠. 그래서 사람을 불러서 달기도 하더라고요.
설명서입니다. 이것과 비슷한 설명서를 튜렉스 케이스를 조립하면서 봤던 적이 있습니다. 둘 다 뭔 소린지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이게 순서대로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조립 전에 알아둬야 할 주의 사항을 뒤에서 찾아야 하다보니 처음 시작 단계에서 막히더라고요.
그게 이겁니다. 창틀 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좁은 창틀에 달도록 되어 있지만, 넓은 창틀에 장착할 때는 에어컨 거치대의 브라켓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이게 기본 상태고요.
이게 장착하려는 창틀입니다. 요새 나오는 하이샷시, 하다못해 알미늄 샷시여도 기본 상태 그대로 달면 되겠지만, 2021년에도 저처럼 오래된 나무 창문이 달린 집에서 사는 빈곤한 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안 될것 같네요. 제가 부자는 아닌데 저보다 더 곤란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하드웨어 사이트 운영자 중에서는 빈곤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열악하고도 어려운 환경에서 달려다보니, 일반적이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브라켓을 풀어줍니다.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조여줍니다. 저 공간이 좁다보니 기본 상태에서는 거치대가 절대로 창틀 레일에 끼워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상태로 몇 십분은 헤멨을 겁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아까 포장 뜯기 전에 반품할걸'이라는 생각이 갓 튀긴 돈까스 냄새처럼 스물스물 몰려왔죠.
거치대 브라켓은 아래에 하나, 위에 하나 있습니다. 이걸 뒤집에서 위에서도 똑같은 작업을 해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고는 있지만 귀찮습니다.
나무 창틀의 경우 철제 지지대를 달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드라이버로는 절대로 나사가 안 박히고, 드릴을 써야 하더라고요. 드릴을 쓰기 정말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꺼내줍시다. 드릴을 쓰기 싫은 이유는 드릴을 안 써봤기 때문이죠. 마치 주차 나 연애같은 겁니다. 하다보면 할만한데 안 해봐서 괜히 무서운 뭐 그런거.
지금껏 드릴을 안 써본 이유는 아버지께서 간판 경력 몇 십년이라서 그렇습니다. 집에서 드릴 쓸 일이 있으면 저같은 쪼렙이 나설 필요가 없지요. 아버지 선에서 다 끝내버리지. 아버지의 그 기술로 한때는 강남 아파트도 사고(지금처럼 비싸진 않았습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간판 달아준 걸 컴퓨터로 대신 퉁쳐서 받고 그랬는데(지금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강남 아파트는 팔지 말고, 그때 컴퓨터 대신 돈으로 받았어야 했어요. 그럼 지금 기글 같은 건 안 했을텐데 말이에요.
드릴로 십자 나사를 박아야 하니 십자 비트가 있어야 하는데... 드릴 박스에 없네요. 제가 드릴을 안 써봐서 드릴 쓰기를 싫어하는 것도 맞지만, 뭐든지 드릴을 쓰다보면 나사 야마가 나가는 게 너무 싫어서 잘 안 쓰기도 합니다. 리뷰 제품이 돌고 돌아서 저한테 오는데, 전번에 리뷰했던 사람이 나사를 다 x창 내놔서 분해가 안 되는 그런 일을 겪으면 후...
하여간 십자 비트가 없는데 사러 가긴 귀찮고. 드라이버를 빼서 여기다 끼워서 쓰기로 했습니다. 전에 드라이버 질문글에 어떤 로리콘이 썼던 리플 내용을 참고한 방법입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군요. 그러니 여러분 모두 뭘 하기 전에 기글에 질문부터 하세요.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을지 누가 압니까.
하지만 십자 나사를 쌩으로 박으려고 하니 안 들어가네요. 저 나무 창문 틀이 이 집과 역사를 같이하는, 대충 30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겪은 거라 그만큼 성숙되 단단하기는 개뿔이고 창틀 지지대 고정용 나사가 그런 식으로 박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결국 드릴에서 십자 비트를 빼고 일반 비트로 바꿔서 구멍을 뚫어줍니다.
그리고 십자 드라이버를 끼워서 나사를 고정합니다.
지지대는 위에 하나, 아래에 하나 있으니 위아래 모두 작업해야 합니다.
이제 거치대를 올렸습니다. 여기까진 어렵지 않습니다. 거치대의 주름관을 펴서 빈 틈이 없도록 최대한 채워준 다음, 옆에 있는 나사를 돌려서 고정해야 하는데 저게 더럽게 빡빡합니다. 20년 동안 묵힌 24핀 ATX 파워 커넥터를 뽑는 뭐 그런 느낌입니다.
거기에 저걸 돌리기가 짜증나기까지 합니다. 거치대가 창문을 가득 채우도록 당기고 있어야 하니 한 손은 위로 뻗어야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저 빡빡한 나사를 다른 손으로 돌려야 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간절한데 마누라는 아래에서 애를 보고 있으니 결국은 저 혼자 해야 하네요.
거치대 옆의 펄럭거리는 거... 설명서에 뭐라 써놨는데 까먹었습니다. 하여간 그걸 잘 정돈해서 창문 사이의 빈 틈을 매꿔줘야 하고요. 그리고 거치대 위아래 브라켓 부분에 나사가 2개씩 있는데 그걸 조여서 창틀에 거치대를 완벽하게 고정해야 합니다. 창틀과 브라켓 사이의 틈새로 드라이버를 돌려야 하는거라 이것도 여간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여기서 아까 나사로 박은 나무 창틀용 보강 철판의 위치 선정이 문제가 되네요. 그 나사 뒤에 오도록 적당히 중간에 박았어야 하는데, 최대한 왼쪽에 붙이겠다고 너무 그쪽으로 몰아서 달았거든요. 하지만 그거 뽑고 다시 달기 너무 귀찮으니 그냥 갑시다. 하지만? 나중에 결국 다시 작업합니다.
에어컨을 딸깍 하고 고정하면 끝날 것 같지요? 그럴리가 없죠. 딱 봐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뱃살이 많이 튀어나와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인데 저 만큼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 사람 뱃살이 저 정도로 나왔으면 다이어트가 아니라 위절제 수술에 지방 흡입 수술부터 해야 할 거에요.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합니다. 원래 저기가 벤치마크용 모니터를 둬야 하는 곳인데, 거기에 에어컨이 튀어나와 있으니 공간 활용이 너무 나빠지네요.
그리고 문제가 또 있습니다. 저렇게 달았으면 창문을 닫아서 남은 공간이 없도록 밀폐를 시켜줘야 하는데요. 창문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서 빈틈이 생깁니다. 물론 창문과 에어컨 사이에 보냉지를 치덕치덕 붙이면 해결은 될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봐도 아름다운 해결책은 아니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항상 단순하고도 짜증납니다. 에어컨을 떼고, 거치대를 떼고, 거치대를 안쪽 나무 창문틀이 아니라 바깥쪽 알루미늄 창틀에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인즉, 나무 창틀에 보강용 철판은 왜 달았고, 그걸 달기 위해서 드라이버와 드릴에 대해 고찰을 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며, 브라켓의 방향을 돌리는 일련의 과정이 무의미한 헛수고였다는 말 되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나요. 해야죠. 다시 풀어보니 그 사이에 상처가 나고 철판도 휘어 있네요.
저는 책상 위에 쪼그리고 올라가서 나사를 조여가며 고생을 했기에 절대로 똑같은 과정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보는 분들 입장에서는 같은 내용 재탕하는 악취미는 없으시겠죠. 하여간 브라켓과 나사를 다 풀어 내고 브라켓 폭을 좁은 걸로 조절한 후 거치대를 바깥쪽 알미늄 창틀에 걸은 후 거기에 맞춰서 높이를 다시 조절했습니다.
아까는 사진이 없었는데요. 거치대 아래의 나사를 조여서 창틀에 고정한다는 게 이겁니다. 그리고 밖에 보이는 건 애기 기저귀입니다.
거치대 공사가 끝났습니다. 여기에 에어컨을 올리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험난했던 여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래를 먼저 끼우고, 위쪽을 마저 끼우면 딸깍 하고 걸립니다. 그럼 위에 나사 하나 박아주면 끝이죠.
아까보단 정말 많이 들어간 겁니다. 이 정도는 되야 모니터를 앞에 두고 쓸만 하지요.
전원을 켰습니다.
바람이 진짜 나옵니다.
켜는 순간 크나큰 진동과 함께 덜덜덜덜 거리면서 집 전체가 흔들린다던가,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같은 기계음을 내진 않고요. 바람이 나옵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은 아니네요. 차가운 바람은 에어컨을 틀고 몇 분이 지난 후에야 '더 시끄러워지면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람 자체는 분명 차갑기에 성능에는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소음이 궁금하시겠죠. 30cm 거리 두고 52.3dB입니다. 조용한 건 아닌데 저 정도면 참고 쓸만하지 않나 생각 중입니다. 어차피 여기에서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일만 할 거라서요. 이걸 켜두고 자겠다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겠지만, 한 낮의 열기를 식히는 용도로만 쓰겠다면 참아줄 만 합니다.
이 상태로 틀어두고 온도가 얼마나 떨어지나 보기로 했습니다. 7시 57분에 에어컨을 켰을 때 30도였습니다.
리모컨입니다. 에어컨 앞에 모니터를 두니 신호가 막혀서 안 되네요. 그래서 모니터를 조금 비스듬하게 두기로 타협했습니다. 풍량 조절, 전원, 모드 조절, 예약, 회전, 터보 기능이 있는데 온도 조절이 없습니다. 아래의 휠이 바로 온도 조절이었는데, 그 설명 한 줄을 안 써주네요.
터보 모드에서는 소음도 팍 오릅니다. 더 차가운지는 모르겠으니 바로 끕시다.
일반 상태에서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의 온도는 17도입니다. 갑자기 가슴이 막 벅차오르고 감격의 눈물이 나올것 같습니다. 한 여름에 이 방에서 17도라는 숫자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창고는 안녕하신가 보기 위해 들어가 봤습니다. 후끈하군요. 뜨거운 바람 나오는 곳의 온도를 측정했으나 어두워서 온도계 사진을 바로 찍지는 못하겠고요.
밖에 나와서 확인해 보니 54도네요. 저야 창고가 꽤 넓어서 어느 정도 공기가 희석될 여지가 있으나, 좁은 창틀 공간에서 창문까지 닫아버린다면 정말 난리가 날 것 같습니다.
7시 57분에 30도였는데 8시 16분에는 에어컨 온도 기준 27도, 온도계 온도 기준 28도까지 떨어졌네요. 방 크기는 한 평이 안 됩니다. 정사각형 형태의 방인데 벽 하나 길이가 230cm 쯤 되거든요. 작은 방 하나를 식히는 데 이 정도면 성능에는 불만이 전혀 없고, 원래 쓰려고 했던 목표에 맞으니 만족스럽네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끕시다. 전원을 켜도 본격적인 냉방을 시작하기까지 몇 분이 걸리는데, 전원을 끌 때도 바로 꺼지지 않고 팬이 몇 분동안 돌면서 꺼지네요. 그리고 전원을 껐다 켜면 저 방향도 초기화됩니다. 전원을 켜고 방향 조절 버튼을 눌러서 반드시 돌려줘야 합니다.
전력 사용량까지 재기 너무 귀찮지만, 쓰는 김에 조금만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전원을 껐을 때 대기 전력은 0.7W.
이게 바람만 나올 때의 전력 사용량입니다. 28W 쯤 되네요.
원래 쓰던 선풍기도 미풍에서 그 정도는 먹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냉각을 시작하면 무시무시한 숫자까지 올라갑니다. 556W면 라데온 RX 6900 XT 수냉 버전을 풀로드로 돌렸을 때나 나오는 숫자였던 것 같네요. 에어컨을 껐는데도 저 숫자를 보니 서늘해지는 듯 합니다.
그래서 한낮에 더울 때만 에어컨을 쓰고, 방 온도가 좀 내려간 뒤에는 선풍기로 살기로 타협했습니다. 정말 더울 땐 전기 사용량이 550W여도 쓸 건 쓰고 살아야죠.
귀찮으신 분들을 위한 요약
1. 설치가 생각보다는 까다로움
2. 높이가 길고 폭이 좁은 창문형 에어컨 중에서는 가장 쌈. 30만원 특가는 심심찮게 나오는 듯
3. 냉각 성능은 괜찮음
4. 소음은 시끄러움. 사무실이라면 몰라도 켜두고 자는 용도로는 비추
5. 전기 사용량은 어마무시함
6. 정말 일반 에어컨을 장착할 견적이 안 나온다면 이걸 쓰되, 그렇지 않다면 이런 에어컨은 피하길 권장
7. 하지만 에어컨 있으니 좋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