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래간만에 본가에 가니 마침 자이글이 있더라구요. 저녁은 그걸로 고기 구워먹기.
열화상 카메라에 온도계, 전력 사용량 측정기까지만 있었어도 제대로 된 사용기를 썼겠으나, 그런거 없이 갔으니 대충 씁니다.
우선 연기가 덜 나고 기름도 확실히 덜 튑니다. 허나 없는 건 아닙니다. 고기는 언제나 그 자취를 남기가 마련입니다. 연기랑 냄새가 '적다'도 아니고 '없다'고 말한다면 그거 과장광고입니다.
일반 불판이나 렌지에 비해 구조가 좀 복잡해서 청소하기도 성가시네요. 불판이나 기름받이 쪽이야 뭐 그런갑다 하는데, 전구 곳곳에 낀 기름을 닦아내기가 여간 성가십니다.
위쪽에 달린 전구(?)로 요리하는 건데 저기 열이 어마무시합니다. 어지간한 불보다 더 뜨겁지 않나 생각되네요. 따라서 화력은 통과. 전기세가 궁금하지만 이건 측정할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
불판 자체는 넓으나 전구가 가운데만 비춰주기에 실질적으로 구워지는 건 가운데 세네점(?) 정도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불판도 가운데만 화력이 좋은 건 마찬가지나, 이건 주변으로 가면 화력이 급격히 줄어드네요.
무엇보다 고기를 구는 패러다임이 달라집니다. 원래 불판에 고기를 구울 땐, 음 이쯤 됐음 익었겠지 하고 고기를 뒤집고, 잘 익은 고기를 보며 흐뭇하거나 안 익거나 탄 고기를 보며 실망하는 분기로 갈라지게 되는데요.
이건 고기의 아랫면이 아닌 윗면을 굽다보니 눈으로 보면서 음 저정도 익었음 되겠지 하고 뒤집으면 됩니다. 다만 고기를 뒤집었을 때 안 익은 부분이 위로 올라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이런 방식이 더 직관적이고 쉽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리고 전구의 열이 퍼지면서 굽다보니, 고기가 고루 익는 편입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
다만 가격은 싸지 않네요. 일반 부르스타+불판+가스라 해봤자 3만원이면 끝나는데, 이건 최하 20만원부터 시작이라..
그래도 확실히 고기굽는덴 편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