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한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전동보드류 안전기준 개정에 대한 내용이며, [저속이륜전동차] 항목이 신설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저속이륜전동차는 전동킥보드, 전동보드 등의 제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저속 전동이륜차 제품군은 KC 안전인증, 배터리 KC 인증, 전파인증을 모두 통과해야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배터리 전압이 60V를 초과하는 제품은 인증 자체를 거부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더 이상 72V 전동 기체는 판매 불가능합니다. 수입 판매업자은 물론이요 미X모터X, 위X드 등 국내 제작 기체 역시 72V를 초과하는 배터리 팩이 포함될 경우 인증이 불가능하기에 판매할 수 없게 됩니다. 개인이 72V 기체를 직구해서 사용할 경우의 제한에 대한 정보는 없으며, 구매대행을 통한 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업체는 개인 사용 목적으로의 구매는 허용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배터리 팩 분해를 통해 임의적으로 배터리를 승압하는 행위는 문제가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그런 규제 자체가 없습니다. 물론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고 일부 국가에는 출력 제한 등이 존재해 Street-Legal하지 않은 전동기체들 역시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전동 모빌리티의 배터리의 용량이나 전압을 규제하고 특정 전압 이상인 기체의 판매 자체를 불법으로 막아두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중학교 3학년 과학책입니다. 교육과정이 바뀐 지금도 건재할겁니다. maybe... 최소한 제 세대때는 저걸 배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한번 더 복습하고 갑시다.
-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전류는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 물통의 위치 차이는 전위의 차이에 대응되는 관계이며, 이를 '전압' 이라고 칭합니다.
- 흐르는 물의 양은 '전류' 에 해당합니다.
- 물이 흐르는 관의 직경이 넓고 안에 방해물이 없다면, 저항이 낮아지고 같은 시간 흐르는 물의 양이 많습니다.
- 물의 위치 차이가 클수록 물은 더 빠르고 강하게 떨어질 것이며, 전압이 셀수록 전류는 더 세게 흐를 것입니다.
- 따라서 전압과 전류는 비례하며, 저항과 전류는 반비례합니다. (옴의 법칙, V=I*R)
- 물이 흐르는 양에 대한 값 * 물통 위치의 차이에 대한 값 = 물이 떨어지면서 내는 에너지의 총합입니다. (P=V*I)
- 줄의 법칙에 따라 저항체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는 전류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줄의 법칙, )
전동 모빌리티의 원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엑셀을 눌러 구동을 시작할 경우 모터에서 구동에 필요한 전류의 양을 컨트롤러에 보내며, 컨트롤러는 전류를 끌어와 모터로 흘러보냅니다.
배터리가 n mAh라면, 이 배터리는 n mA의 전류를 1시간 동안 끌어오고 나서 방전됨을 의미합니다. 만약 절전 모드 등의 사유로 0.5n mA만큼의 전류를 사용한다면 총 2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2n mA의 전류를 사용한다면 30분 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배터리에서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는 전류에는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어 이를 넘기면 배터리가 오버로드 되어 손상될 가능성이 있기에, 제조사에서는 '방전용랑' 이라는 개념을 설정하여 이를 제한합니다. 보통 배터리 용량의 배수인 C-Rate로 표기합니다. 만약 배터리가 n mAh이고 최대 10n mAh까지의 방전용량을 갖고있다면, 이 배터리의 방전 용량은 10C가 됩니다.
전동 모빌리티 배터리는 그 용도에 따라 다양한 용량이 이용 가능합니다. 보통 전압은 36볼트~ 72볼트까지 존재하며, 48볼트까지는 모두들 다 아는 '킥보드' 의 용도로 활용되며 이를 초과하는 제품군은 보통 정격 600W를 넘기므로 50cc 미만 이륜차에 해당하는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52V~60V까지의 전압이 이른바 '준기함급' 모델에 적용되며, 이를 넘어서면 기함급, 초기함급 등으로 불립니다. 정격 1마력이 넘기 때문에 최고 속력 역시 60km/h를 가볍게 초과하며 가속력과 배터리 용량 역시 매우 높습니다. 전동킥보드는 72V면 매우 강력한 초기함급 기체 취급하며 Kaabo와 같은 고성능 중국 브랜드가 72V를 사용함. 한편 전동휠은 100V짜리도 있습니다.
전동 모빌리티류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배터리 팩' 이며, 작은 18650 리튬 이온 혹은 리튬 폴리머 '셀' , 납산 배터리 등을 직렬 혹은 병렬로 여러 개 연결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배터리 셀의 갯수가 많다면 배터리의 용량은 커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18650이 많이 사용되며, 건전지 처럼 생긴 이 전지는 보통 1000-3000mAh에 공칭전압은 3.7볼트 입니다. 이는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배터리에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직렬로 연결한 배터리의 갯수는 S (Serial) 로, 병렬로 연결한 배터리의 갯수를 P (Parallel) 로 표기합니다. 직렬로 연결하면 배터리의 용량 (mAh) 는 그대로 전압이 높아지며, 병렬로 연결한 경우 전압은 그대로 배터리의 용량이 셀 갯수에 비례하여 늘어납니다. 따라서 내부에 들어간 배터리 셀의 갯수가 같으면 배터리의 총 에너지량은 같으나, 셀 배치를 달리 하여 전압과 전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셀은 그 특성이 거의 같아야 하고, 사용시 충전량이 모두 동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팩 안의 셀 전압이 각각 달라져 버리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이 증상을 '셀이 틀어졌다' 고 합니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배터리 셀들을 각각 관리하고 충방전량을 조절하는 회로인 '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이 팩 안에 들어갑니다. 대형 드론 등 초고방전 기기들은 BMS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전용 충전기로 셀 밸런싱을 하며 충전해야 합니다. 전동킥보드 정도의 방전율이면 보통 BMS가 들어가죠.
직접 적용해 봅시다. 개당 2000mAh짜리 18650 배터리 셀이 10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8볼트 정도의 전압을 필요로 하는 기기에 연결하려는 경우:
- 배터리 셀 2개를 직렬로 묶어서 팩을 만듭니다. (2S)
- 이렇게 만든 2S짜리 팩 5개를 병렬로 묶습니다. (5P)
- BMS를 연결하거나 각 셀별 연결단자를 마련한 뒤, 잘 포장하고 충전해 줍니다.
- 이 경우 배터리는 3.7*2 = 7.4 [V] 에 2000*5 = 10000 [mAh] 가 됩니다.
- 이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량은 7.4*10 = 74 [Wh]입니다.
만약 이 전지를 고전압 기기에 연결하고자 한다면:
- 배터리 셀 5개를 직렬로 묶어서 팩을 만듭니다. (5S)
- 이 셀 2개를 병렬로 묶습니다. (2P)
- 마찬가지로 BMS를 연결하거나 셀별 단자를 연결한 뒤 포장합니다.
- 이 경우 배터리는 3.7*5 = 18.5 [V] 에 2000*2 = 4000 [mAh] 가 됩니다.
- 이 배터리가 가진 에너지량은 18.5*4 = 74 [Wh] 입니다.
두 경우 모두 동일한 셀을 10개 사용하여 팩을 만들었으므로 배터리의 '에너지량' 은 동일합니다.
위의 개념을 실제 전동킥보드 스펙에 적용해 봅시다.
모 회사 전동킥보드가 2Ah짜리 18650 리튬이온 셀로 구성된 52V 24Ah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 52V 배터리 팩의 공칭전압은 51.8V입니다. 51.8/3.7 = 14S 이므로, 전지 14개가 직렬로 묶여 있습니다.
- 개당 전지의 용량은 2Ah이므로, 24/2 = 12개의 14S 팩이 병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따라서 이 팩 안에는 14*12 = 168개의 18650 셀이 들어가 있습니다.
- 전지의 용량은 51.8*24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약 1243.2Wh.
- 18650의 개당 가격을 3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이 배터리 팩은 50만 4천원을 약간 넘길 것입니다.
한편, 모터를 제어하는 컨트롤러는 최대 허용전류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전류를 자유자재로 흘려보낼 수 있으며, 컨트롤러마다 권장 전압이 다릅니다. 이 전압을 넘길 경우, 전압과 전류는 비례하므로 과전류로 인해 컨트롤러가 손상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에서는 컨트롤러의 용량을 제한하여 특정 전압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함으로써 오버로드를 방지하게 됩니다.
보통 컨트롤러는 순간적으로 견딜 수 있는 최대 전류를 '용량' 으로 표기하며, 이 용량이란 30초 동안 컨트롤러가 지속적으로 내보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전류가 됩니다. 30초가 지나면 컨트롤러가 끌어오는 전류의 양이 점차 줄어들어, 60분 이상으로 흐르는 지속 전류는 컨트롤러마다 다르나 국내 컨트롤러 생산업체 기준으로 최대 전류의 약 40% 정도. 이를 정격 출력으로 표기합니다.
모터의 경우 사용 가능한 최대 전류량이 정해져 있으며, 이 값을 넘기지 않는다면 어떤 출력으로도 사용 가능합니다.
위의 개념을 실제 전동킥보드 스펙에 적용해 봅시다.
모 회사 전동킥보드가 2C짜리 48V 21Ah 배터리를 사용하고, 정격 10A의 25A 컨트롤러를 사용한다고 합시다.
- 이 배터리는 2C입니다. 따라서 방전용량은 21*2 = 42 [A] 입니다.
- 컨트롤러의 최대 용량은 25A이고 배터리 방전용량은 42A입니다. 따라서 최대 출력 시 25A 흐름.
- 48*25 = 1200 [W], 따라서 이 기기의 최대 출력은 1200W입니다. 1마력은 735W이므로, 약 1.4마력.
- 방전을 지속한다면 전류량이 줄어들어, 약 10A 정도가 됩니다. 48*10=480 [W], 따라서 정격출력은 480W.
- 풀스로틀로 경기장을 계속 달려 10A를 지속적으로 소비한다면, 21Ah의 배터리는 약 2시간을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세 개념을 이해했다면, 전동 모빌리티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모터의 일률 (P) = 전압 (V) * 전류 (I) 입니다.
- 고방전 배터리 Cell은 내부 저항이 낮아 한 번에 출력 가능한 전류의 양이 큽니다.
- 전류량이 큰 고성능 모터 컨트롤러를 사용합니다. 많은 양의 전류를 Draw 함으로써 일률을 늘릴 수 있습니다.
- 전압이 높은 배터리 팩을 사용합니다.
- 동일한 일률을 내기 위해 필요한 전류량이 낮아져, 적은 전류로도 큰 일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 열에너지는 전류량의 제곱에 비례하며 (), 저항과 전류는 반비례합니다. (V=I*R)
- 전류가 낮으면 내부 저항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버려지는 저온의 열에너지가 적어집니다.
- 일반적으로 60V의 전동킥보드를 72V 승압개조할 경우 최대 약 20%의 효율성 향상을 달성 가능합니다.
- 전압과 전류는 비례합니다. 전압이 높아질수록 더 쉽게 전류를 끌어올 수 있습니다.
즉슨, 높은 전압의 배터리는 기체의 성능 뿐만 아니라 효율성 증대의 효과가 있습니다. 전동 모빌리티가 특유의 환경 친화성 및 저렴한 유지비용으로 각광을 받은 점을 고려한다면, 에너지 효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팩터 중 하나입니다. 즉 효율적인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압을 높게 해야 하죠.
그런데 왜 제한하냐구요?
현재 전동 커뮤니티에 각종 떡밥이 돌고 있습니다. 72볼트 배터리가 들어가는 국산 전기 오토바이를 밀어주려는 시도일 것이다, 전동 죽이기의 일환이다 등등.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압 제한의 근거가 대체 무엇인지 참 궁금해서 미쳐 돌아갈 지경입니다.
- '킥라니' 의 대다수는 공유킥보드 유저들입니다. 고출력 전동제품은 고가의 레저용 제품으로써 공유킥보드와 다르게 저렴하게 막 타고 다니는 일은 있을 수가 없으며, 그렇다고 그런 고성능 전동제품이 바이크보다 출력이 특별히 더 세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얘네들이 배달 오토바이들보다 훨씬 착하게 운전하드라구요. 오토바이도 비싼거 타는 사람들이 딸배들보다 훨씬 나은거처럼..
- 60V나 72V나 출력 자체는 사실상 동일하며, 일반인 인식은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위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약간의 성능 차이가 존재하나 그게 시속 70이냐 80이냐 차이일 뿐이죠. 정격이 3000와트가 넘는 모델은 그냥 도로에서 타는 오토바이나 다름이 없으며 이 정도 출력은 60V와 72V에서 모두 구현 가능합니다. 전동킥보드가 시속 70으로 달리든 80으로 달리든 똑같은 플래그십 기체일 뿐이고, 번호판을 발급받는 전기 오토바이도 60V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레저용 기함급 킥보드 유저들은 72V를 못 타면 60V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저 효율성이 저하될 뿐.
- 번호판 및 차대 등록과 72V 규제는 상관이 없습니다.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고성능 제품을 제한하려면, 배터리의 전압이 아닌 모터의 최대 출력 및 속도를 제한하죠. 자동차에서 연료땡크 사이즈에 제한을 걸지는 않습니다. 화물차 90km/h 제한이나, PM인증 전동킥보드 25km/h 제한이 그 예시로서, 고출력 전동킥보드의 판매를 제한하려면 최대 출력에 리밋을 걸면 됩니다. 왜 전압을 건드냐 이말이죠.
- 배터리 폭발 및 전기 안전 관련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터리의 전압을 몇 볼트 올려도 그에 상응하는 컨트롤러와 모터 등의 부품이 안정적이라면 전압을 이유로 기기가 안전상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오히려 전류가 덜 들어가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어차피 배터리 팩의 갯수는 동일하기 떄문이죠.
- 제대로 된 국산 전기 오토바이는 아직 없습니다. 국내 오토바이 회사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판매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산 부품으로 생산되었거나 아예 중국에 ODM을 맡긴 모델이 태반입니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죠. 전동 모빌리티에 대한 R&D따위는 말아먹은 회사를 밀어줄려고 하는거면 전 반대합니다.
무튼간에, 앞으로 72V 기체를 한국에서 볼 일은 없습니다. 킥XX 같은 전동킥보드 해외구매대행 업체는 자기네들이 해내겠다고 주장하는데 신빙성이 크게 높다고 보기는 힘들고. 듀얼트론 브랜드로 신뢰도 높은 전동킥보드를 생산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하는 미니XXX의 경우, 자사의 72V 기체는 해외 전용으로 판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72V 기체를 60V로 구조 변경하여 판매할 경우 인증을 새로 받아야 하며 그 인증값 역시 부담스럽기에 그렇다고..
암튼 그렇습니다. 개인이 구조변경하는건 상당한 손재주와 지식을 요구하나 최소한 불법은 아니므로, 60V 사서 배터리 승압하고 72V 전용이나 아예 전압 선택 가능한 컨트롤러로 갈아끼우면 안될건 없겠죠. 근데 뭐.... 그런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씁쓸하네요. 72V 기체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