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가 국문법 질문하는게 되게 한심스럽네요.
객체높임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대국어에는 객체높임법이 어휘 대우로만 실현되지만, 중세 국어에는 어휘 대우만 존재하지 않았고 문법형태소 대우법 또한 존재했는데, 예를 들면
내 王 말ᄊᆞᆷ 듣ᄌᆞᆸ고ᅀᅡ 내 ᄆᆞᅀᆞ미 ᄭᆡᄃᆞᆮ과ᅌᅵ다 〈석보상절24:29〉
婇女ㅣ 하ᄂᆞᆳ 기ᄇᆞ로 太子ᄅᆞᆯ ᄢᅳ려 안ᅀᆞᄫᅡ 夫人ᄭᅴ 뫼셔 오니 〈월인석보2:43〉
다음과 같은 어휘입니다. 원형은 듣다/안다 인데, 여기에 선어말어미 -ᄌᆞᆸ-/-ᅀᆞᇦ-이 결합해 객체높임법을 실현한 것입니다.
현대 한국어에도 화석처럼 흔적이 남은 어휘가 있습니다. 화석화된 어휘에는
말ᄆᆡ 엳ᄌᆞᆸ고 쳔랴ᇰ 만히 시러 王舍城으로 가며 〈석보상절6:15〉
사ᄅᆞᆷ으로 ᄒᆡ여곰 그 엳틈을 可타 ᄒᆞ시니 〈소학언해6:38〉
선생님께 여쭤보자
다음과 같은 어휘가 있습니다. 옅다는 알리다, 말하다 정도의 뜻을 가진 동사로 여기에 선어말어미 -ᄌᆞᆸ-이 결합해 엳ᄌᆞᆸ다가 되고 이것이 굳어져 여쭙다의 형태로 화석화된 어휘입니다.
비슷한 어휘에는
즉자히 ᄂᆞ려와 世尊ᄭᅴ 뵈ᅀᆞᄫᅡ 머리 조ᄊᆞᆸ고 〈석보상절6:45〉
뎌 如來ㅅ 本願威力으로 알ᄑᆡ 뵈샤 〈석보상절9:15〉
길헤 만나셔 보셔든 뵈ᄋᆞᆸ고 가시ᄂᆞᆫ 바ᄅᆞᆯ 묻디 아니흘디니라 〈소학언해2:63〉
아버지를 뵙고 왔습니다
다음과 같은 어휘가 있습니다. 뵈다는 보이다의 준말로 뵈샤의 경우 선어말어미 -샤-를 붙여 주체높임법을 실현한 형태입니다. 뵈다에 선어말어미 -ᅀᆞᇦ-이 결합해 뵈ᅀᆞᆸ다(←뵈ᅀᆞᇦ다)가 되고 후대에 뵈ᄋᆞᆸ다로 변이해 굳어진 형태가 뵙다(←뵈옵다)가 된 것입니다.
즉, 중세 국어에는 문법형태소를 이용한 객체높임법이 존재했다는 건데요.
여기서 조금 의문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王이 좌시고 病이 됴ᄒᆞ샤 〈석보상절11:21〉
게 가셔 茶ᄅᆞᆯ 자ᄋᆞᆸ시고 〈첩해신어6:6〉
나의 ᄉᆞᄉᆞㅅ 졍읫 잔이오니 이 一杯만 잡ᄉᆞᆸ소 〈첩해신어2:7〉
아버지께서 진지를 잡수고 계신다
자시다의 옛 형태는 좌시다입니다. 이것에 선어말어미 -ᄋᆞᆸ-이 붙어 자ᄋᆞᆸ다가 되고, 다시 줄어 잡다가 되며, 여기에 선어말어미 -ᄉᆞᆸ-이 붙어 잡ᄉᆞᆸ다가 된 것입니다.
잡수다는 주체높임법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주체인 대상을 높여 대우하니까요. 그런데 보통 객체높임법에서 쓰이는 선어말어미 -ᄉᆞᆸ-이 왜 들어간건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대강 정리하기로는 선어말어미에는 객체/주체의 성격이 따로 없고, 그냥 쓰이는 장소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제대로 정리한 게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옛한글 깨져 나오는 환경이 더 많겠네요. 자료 첨부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