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중에 노트 20 울트라를 구매한 분이 있는데, 이어폰을 안 쓴다고 하여 제가 대신 업어왔습니다.
고가의 이어폰을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라 간단하게나마 사용기를 남겨 봅니다. 매일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좋네요. 처음이란건 언제나 구실이 필요한 겁니다.
브론즈로 받아왔습니다.
폰 카메라가 구린 탓에 (A90 5G) 음영의 대비가 진하게 나왔습니다만, 실제로는 애플의 로즈 골드와 유사한 색상입니다.
빛을 받으면 반들거리는게 보기 좋네요. 화장품 케이스 같기도 합니다.
박스 구성품은 별 것 없습니다.
케이블 박스 안에는 여분의 캡이 들어있고, 간단한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니, 이 녀석에게 초점을 맞춰 봅시다.
꽤 클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기보다 작습니다. 충전 중일땐 아래의 구멍에서 LED가 나옵니다.
사이즈는 대략 이정도. 딱 AA 건전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에는 이전에 쓰던 QCY-T5입니다. 정사각형 모양 탓에 두꺼워보이지만 실제로 둘의 높이는 같습니다.
내부 구조.
반대로 끼우는 일이 없게 충전 소켓이 있는 쪽과 반대쪽의 단차가 있습니다. 잘못 끼우면 뚜껑이 닫히지 않습니다.
가운데 LED로 충전 상태를 확인 가능.
옆에서 본 모습.
뒷면의 C타입 충전 단자.
이어폰의 전체적인 모습을 봤을 때, 제 감상은 콩보다는 그냥 금속 장식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블랙을 골랐다면 빼도박도 못 하고 검은콩 소리를 들었을 것 같네요. 뭐, 색상은 개인 취향이니까요.
이어폰의 뒷면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착용 방법을 헷갈리기 쉬운데, 곧 익숙해집니다. 갤럭시 웨어러블 앱에서 처음 인식할 때 착용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하니까 잘 보고 따라하면 쉽게 끼울 수 있습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착용과 음감 부분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소리라는게 사람마다 듣는 방식이나 선호하는 것이 전부 다른지라,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이렇게 느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착용감
갤럭시에서 디폴트로 지정한 방식대로 착용했을 때, 다른 건 몰라도 일단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홍보한 만큼 귀에 쏙 들어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른 오픈형 이어폰보다 훨씬 안정적이였고 노이즈 캔슬링이 바로 적용되더군요. 노캔 관련해서는 밑에서 자세하게 이야기 해 드리겠습니다.
한껏 기대에 부푼 채로 음악을 틀어봤는데 왠걸, 물에 젖은 것 마냥 먹먹하고 끔찍한 소리가 났습니다. 당황해서 음악을 잘못 틀었나, 하고 계속 바꿔봤지만 편의점에서 4천원 주고 사는 이어폰보다 못한 겁니다.
이어폰을 빼고 천천히 귀에 집어넣으면서 확인해보니, 귀에 밀어넣는 동안 소리가 점점 좋아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막힌 소리가 나왔습니다. 추측컨데 귓모양에 따라 스피커 구멍이 막혀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이어폰을 귀에 걸친 뒤 아주 살짝만 옆으로 돌렸을 때 가장 좋은 소리가 났습니다. 지인에게도 써 보라 했는데, 완전히 귀에 집어넣어야만 소리가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이건 개인이 알아서 찾아야 되는 것 같네요.
음색
비슷한 경쟁 구도로 에어팟 프로와 비교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저는 애플 제품을 단 한개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지라 그 부분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겠네요. 따라서 오로지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끼웠다는 가정 하에) 음색이 아주 좋습니다. QCY 같은 저렴이 이어폰만 사용해와서 체감이 더 큰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음악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더 늘어난 느낌입니다. 음역대가 굉장히 풍부합니다.
클래식 - 락 - 일렉트로니카 - 힙합 순으로 틀어본 결과, 저음역대 부분에서 강점이 두드러집니다. 오픈형 이어폰이기 때문에 저음 튜닝을 열심히 했나 봅니다. 야외에서 들을 때도 베이스가 잘 들려서 좋습니다.
야외에서 노이즈 캔슬링을 켠 채로 대략 두어 시간 정도 돌아다녀보니 배터리가 30% 닳았습니다. 연속 사용시간은 대략 6~7시간 정도, 사용하지 않을 때 케이스에 넣어서 충전하는 것을 가정하면 하루 정도는 너끈히 쓸 수 있겠습니다.
갤럭시 웨어러블 앱에서 노캔 ON/OFF, 터치, 기타 여러가지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이퀄라이저 기능은 갤럭시에 내장된 이퀄라이저와 별개로 동작하기 때문에 양 쪽 모두에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저는 풍성한 설정이 제 귀에 제일 맞는 것 같네요.
터치를 끈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어폰을 꽂고 귀에 잘 들어갔나 돌려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터치로 인식되어 음악이 멋대로 재생되거나 갑자기 전화가 걸립니다. QCY-T5도 터치 기능이 있어서 귀 한번 만졌다가 강제로 다음 노래를 듣게 되는 불상사가 자주 있었습니다. 아예 꺼버리니까 편안 그 자체입니다.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완전한 노캔은 아닙니다. 에어컨 실외기 소음이나 기타 생활 잡음 정도를 차단해 주는게 고작입니다. 오픈형이니 당연하겠지만요. 오로지 차음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면 없느니만 못한 기능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전 이어폰에 완벽한 노캔 기능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소리야?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코드리스 이어폰 사용자는 야외에서 돌아다니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길을 걷습니다. 눈과 귀 모두 외부의 반응으로부터 차단되면 아마 보행자 사고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겁니다. 같은 이유로 사실 전 커널형 이어폰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반쪽짜리 기능을 넣어야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 정도가 오픈형 이어폰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야외에서 들어봤을 때 분명히 시끄러운건 여전했지만, 도심에 즐비한 실외기 소리가 들리지 않고, 저 멀리서 분노의 질주를 즐기는 누군가의 엔진 소음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저는 만족했습니다.
결국엔 기대치의 차이가 아닐까요. 노캔 기능을 생각하고 들었다면 분명 실망할 것이고, 세미-커널형 정도를 생각했다면 저랑 비슷한 결론을 내리게 되겠죠.
게임 모드 (저지연 모드)도 한번 사용해 봤는데, 실험실 태그에 있는 것을 보니 아직 개발중인 기능인가 봅니다. 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모바일 디스코드로 통화까지 같이 해본 결과, 이것도 노이즈 캔슬링과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줄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틱한 응답 속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빨라집니다. 사이터스 같은 리듬게임을 별도의 설정 없이 하기에는 여전히 힘들지만 어느정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보정이 되긴 합니다.
결론
버즈 라이브가 상당히 잘 나온 물건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특이한 외형과 착용법 때문에 아예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거고, 귀에 꽂는 방식에 따라 소리가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 역시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내장된 여러 기능들 역시 평가가 엇갈립니다. 누군가는 가격 대비 애매한 성능에 실망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괜찮은 성능에 적당한 노캔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버즈 라이브는 여태 나왔던 이어폰들과 비교해 봤을 때 분명 특출나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음색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노트 20 울트라의 사은품으로 증정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뿌려지고, 그에 걸맞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천후로 사용되어야 하는 코드리스 이어폰이라고 생각해 보자면 이만한 이어폰이 없습니다. 음감용 이어폰이 많게는 수십만을 호가하는 현재 시장에서 그것들과 비교선상에 놓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게 제 결론입니다.
세줄요약
+ 이쁘다
+ 무난한 성능, 무난한 기능
- 호불호 갈리는 착용법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카페에서 커피 하나 사먹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굴러가야 하고, 먹고살기 위해 일도 해야하니 그저 조심하는 방법밖에 없군요.
모두 무탈하시길 바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한동안 장터에서 매복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