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회 상으로 받아왔던 PC용 스피커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음악 감상 용도로 이 물건을 잘 활용해 왔습니다.
음질은 그지 같았지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딥니까. 스피커 없어서 핸드폰 볼륨 맥스로 해놓고 듣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에 비하면 전 훨씬 나은 처지 아니겠습니까?
국내 모 회사의 5만원대 저렴한 PC용 북쉘프 스피커이지만, 이거 한국산 아닌거 같아요. 딱 봐도 '그 국가' 의 smell이 smellsmell 기어올라오지 않습니까?
이 물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액티브 스피커' 라는 특징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액티브 스피커는 내부에 파워앰프를 내장한 스피커이죠. 따라서, 굳이 파워앰프를 따로 구비할 필요 없이 전원과 음성출력 연결하는 것만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나, 내장 앰프의 품질에 따라 스피커의 음질도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리고 저가형 물건 대부분은 내장된 파워앰프의 성능이 정말로 형편없죠.
오늘, 3.5파이 단자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꾹 눌러봤습니다. 작동합니다. 이 빌어먹을 물건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단선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케이블 단선은 오랜 기간 탈착을 반복하며 낡아 발생합니다. 근데, 이 스피커의 경우 계속 프리앰프를 연결해 두느라 케이블을 건든 기억도 채 없네요. 정말로 품질에 의심이 갑니다.
선택지는 단 세 가지.
- 스피커를 분해한 뒤 끊어진 3.5파이 잭을 다시 잇는다.
- 앰프와의 연결선을 끊고 입력단자에 직결한다.
- 맘편하게 수리를 맡긴다.
그리고, 2번을 선택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 지금껏 카오디오 헤드유닛을 프리앰프로 사용했으며, 그 특성상 고품질의 인티앰프로도 사용 가능.
- 프리 아웃 사용시 불가능했던 일부 음장효과 및 버튼 동작 비프음 활성화 가능.
- 자기 전 앰프 안 꺼도 됨.
- 음질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
- 콘센트 여유공간이 생김.
수능이다 뭐다 해서 시간이 안 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쫄보성향으로 인해 선뜻 시도하기가 망설여졌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망가진 거,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를 해 봤습니다.
이 스피커는, 우측 스피커가 Master 역할을 하고, 좌측 스피커가 Slave 역할을 합니다. 우측 스피커에 앰프가 내장되어 있고, 우측 채널은 그대로 스피커에서 재생하며 L-OUT 스피커 연결선을 통해 좌측 스피커로 L 신호를 전송합니다.
분해하기 전. 먼지의 압박.
분해한 뒤.
스피커의 재질은 전형적인 싸구려 목재 MDF입니다. 하지만 이 가격대의 스피커라면 큰거 바라지는 않고, 그냥 적당한 음질만 보장하면 어떤 목재든 상관없긴 하죠.
스피커 하나당 고역 / 중저역 두 개의 유닛으로 나뉘어진 형태이지만, Crossover 회로가 없습니다? 와떠뻑.
원래 대부분 주파수를 적당히 분배하기 위해 이런 구조로 되어 있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저가형 물건에게 뭘 바란 건지;;;
완전히 분해한 뒤 스피커 연결선을 자른 사진.
뒷쪽의 L-OUT 단자가 일반적인 스피커 연결 단자이므로, 앰프로 통하는 연결선을 자른 뒤 스피커와 직결합니다.
소스기기 출력 연결.
배선도를 보고 적당히 연결합니다. 저는 초록 / 보라에 연결했는데, 여기가 프론트가 아니라 리어 스피커 연결이었네요.
어차피 여기에 5.1채널 따위는 없으므로 생략합시다.
이제 필요없으니 짜릅니다.
단순 음질 개선이 아닌, 음의 특성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M@STERPIECE> - 秋葉原区立すいそうがく団!
동영상은 쿵쾅쿵쾅 울리게 들리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블라인드 테스트로도 한번에 알아맞출 수 있을 정도의 차이입니다.
우선, (말 안해도 당연하겠지만) 청감이 개선되었습니다. 스피커 앞을 가로막는 막이 사라져 뻥 뚫린 느낌이 들며, 모든 음역대에서 뭉쳐 있는 소리가 풀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소니의 카 헤드유닛에 기본적으로 지원되는 기능인 'DSO' 는, 현재 소니 DAP 제품군에 적용되는 ClearAudio+와 유사한 기능으로, 음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기능입니다.
내장 앰프 사용중 DSO 기능 작동시 저역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고역대가 강조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패시브 스피커에 직결한 뒤 DSO 기능을 활성화하면 위와 같은 특성이 나타나지 않고 ClearAudio+와 유사한 작동양상을 보입니다.
분명히 지금껏 사용하던 그 스피커 내장 앰프에 뭔가가 있는 것이겟지요. 주파수 특성 등이 영 좋지 않던가...
암튼 이제 자기전에 앰프 끄러 안가도 됩니다. 개꿀.
카오디오의 헤드 유닛은 보통 50W/4옴 × 4ch을 지원하니 작은 스피커 2개정도는 왜곡 없이 스피커의 능력만큼 성능을 최대한 뽑아 쓸 수 있겠습니다.
카오디오에서 앰프를 따로 다는 결정적인 이유가 지속적으로 빵빵하게 음악을 틀다보면 해드 유닛의 높은 발열로 인해 소리가 맛가기에 안정적인 대출력 사운드를 보장 받기 위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