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중세국어는 중세국어 시기 중 문자 창제 이후 시기(1446년 이후)를 말합니다. 약 150여 년 정도 지속되며, 관청에서 제작한 균질된 자료가 많이 존재하므로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시기입니다. 이전 시기는 고려~조선 초의 전기 중세국어이며, 이후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 약 300여 년 정도 이어진 근대국어(근세 한국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론 겸 형태론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중세국어 자료는 나오지 않습니다.
형태론이란
쉽게 말해서 단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앞서 작성될 예정이었던 글의 일부를 따면 단어 생성과 분석에 쓰이는 체계를 형태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태소의 정의
최소 유의적 단위: 의미를 가지는 단위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
언어에서 가장 작은 단위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자음이나 모음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는 않습니다. 어휘적이나 문법적으로 /ㄱ, k/나 /ㅣ, i/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들’, ‘맏아들’ 같은 단어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군요. 하지만 아들은 그 자체로 더 이상 쪼개질 수 없지만 맏아들은 ‘맏-’과 ‘아들’로 쪼개질 수 있으니 최소 의미 단위가 아니겠군요. 형태소는 쪼개지면 더 이상 의미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최소 단위를 의미하므로 ‘아들’은 한 개의 형태소지만 ‘맏아들’은 하나의 형태소가 아니라, ‘맏-’과 ‘아들’이라는 두 형태소로 구성된 것입니다.
조금 다른 예시를 봅시다. ‘먹는다’ 같은 경우 ‘먹-’, ‘-는-’, ‘-다’처럼 3개로 쪼갤 수 있겠네요. 여기에서 ‘먹-’은 실제로 食이라는 어떤 행위와 관련되어 있고, ‘※-는-’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다’는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진술)이 끝났다는 것을 표시합니다. 따라서 이들 각각은 하나의 형태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는-’은 선어말어미입니다.
하지만 나무木를 나, 무로 쪼개서 나我와 무蘿蔔를 뜻하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1인칭 대명사 ‘나’와 채소 ‘무’를 합쳐서 나무를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쪼개는 것은 자음과 모음 단위로 쪼개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맏아들의 경우 ‘맏-’과 ‘아들’을 합쳐서 만든 단어이기 때문에 쪼갤 수 있는 겁니다.
형태소의 유형
형태소는 문장에서 그 형태 그대로 쓸 수 있는 것과 다른 형태소에 붙어야만 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들이나 나무는 그 자체로도 문장에서 혼자 쓸 수 있지만, 먹는다의 ‘먹-’, ‘-는-’, ‘-다’는 서로 결합해서만 쓸 수 있고 단독으로 문장에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자립이 가능한 자립형태소와 항상 의존해야만 쓸 수 있는 의존형태소로 나눕니다.
형태소의 기능에 따라 실질적인 뜻이 있는 어휘형태소와 뜻이 없고 문법 표지로써의 기능만 하는 문법형태소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립형태소는 실질적인 어휘의 의미를 가진 경우가 많으므로 대부분 어휘형태소고 의존형태소는 다시 둘로 나눠서 용언(동사, 형용사)의 어간은 실질적인 뜻이 있으므로 어휘형태소, 활용 어미와 조사는 실질적인 뜻 없이 앞말에 붙어 문법적인 기능을 하므로 문법형태소가 됩니다.
특이하게도 오직 그 어휘에서만 나타나고 다른 곳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형태소가 있는데 이를 유일형태소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아름답다’라는 형용사에서 ‘-답-’은 앞의 명사가 지니는 성질이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의 형용사를 만드는 접사지만, 여기에서 ‘아름’은 그것이 명사라는 것만 알 수 있지 아름이 가진 뜻은 전혀 파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름’은 오직 아름답다에서만 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름’은 유일형태소가 됩니다.
이형태
하나의 형태소는 항상 일정한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값’이라는 형태소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봅시다.
[값]이 비싸다
[갑]도 비싸다
[감]만 비싸다
‘값’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환경 앞에 쓰이고, ‘갑’은 ‘ㅁ’ 이외의 자음으로 시작하는 환경 앞에 쓰이며, ‘감’은 ‘ㅁ’으로 시작하는 환경 앞에 쓰입니다※. 이처럼 모양은 다르지만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며 같은 뜻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것들을 묶어 한 형태소의 이형태라고 합니다.
※음절말 평폐쇄음화가 일어난 폐쇄음이 비음화가 되는 환경은 ‘ㄴ, ㄹ, ㅇ(/ŋ/)’도 존재하지만, 이것을 초성으로 가지는 조사가 ‘값’의 뒤에 올 수 없기 때문에(는, 를 등) 환경은 ‘ㅁ’이 초성인 경우로만 한정됩니다.
교체
한 형태소가 여러 이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교체라고 합니다. 원래 ‘값’이라는 형태소가 환경에 따라 ‘갑’, ‘감’으로 교체되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형태소 확인 기준
그렇다면 ‘값’, ‘갑’, ‘감’이 모두 한 형태소에 속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1. 의미의 동일성
‘값’, ‘갑’, ‘감’은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양이 똑같더라도 의미가 다르다면 한 형태소의 이형태라고 볼 수 없겠지요. 예를 들어 ‘[감]만 맛있다’라는 문장에서 ‘감’은 비록 형태가 같지만 먹는 과실을 뜻하므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형태소에 속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2. 상보적 분포(배타적 분포)
‘값’, ‘갑’, ‘감’은 절대 동일한 환경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값’은 모음 앞에서, ‘갑’은 ‘ㅁ’이 아닌 자음 앞에서, ‘감’은 ‘ㅁ’ 앞에서만 나타나며 각 형태가 서로 같은 환경에서 겹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과 뫼, 백과 온은 의미는 같다고 생각되지만 동일한 환경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한 형태의 이형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곧, 한 형태소의 이형태들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서로 완벽히 배타적으로 존재하며, 배타적으로 분포하는 이형태들을 모두 합쳐야 하나의 형태소가 되기 때문에 각각의 이형태들은 서로를 구성하기 위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므로 상보적으로 분포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기본형
한 형태소가 하나로만 나타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형태가 둘 이상일 때는 이들을 간편하게 가리킬 수 있는 대표 형태가 필요합니다. 이형태의 대표형을 기본 이형태라고 부르는데, 간단히 줄여서 기본형이라고 부릅니다.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 기본형만을 수록하므로 사전에 올라간 형태가 기본형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용언(동사, 형용사)의 경우 기본형에 종결어미 ‘-다’가 통합된 활용형이 등재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본형 선정 기준
기본형을 고를 때 아무 이형태나 대표로 삼아도 문제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기본형에서 다른 이형태로 교체되는 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를 대표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 이형태 교체 설명이 쉬운 것
‘값’을 기본형으로 삼는다면 자음 앞에서 ‘ㅅ’이 탈락(자음군 단순화)해 ‘갑’으로 교체되는 현상과 ‘ㅁ’ 앞에서 ‘ㅅ’이 탈락하고 ‘ㅂ’이 ‘ㅁ’에 동화되어(자음 동화) ‘감’으로 교체되는 현상, 모음 앞에서 ‘ㅅ’이 연음되는 현상 모두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값’을 기본형으로 삼습니다.
2. 빈도가 높은 것
食을 뜻하는 형태소에는 ‘먹-’과 ‘막-’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음조화에 따라 각각 ‘-어’와 ‘-아’와 결합하게 됩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배타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따라서 기본형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교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그 기준을 사용 빈도가 더 높은 것을 선정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좀 더 널리 사용되는 ‘먹-’을 기본형으로 삼게 됩니다(食의 의미인 ‘막다’는 제주 방언으로 남아 있습니다).
3. 역사적으로 오래된 것
사용 빈도에서조차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주격 조사 ‘이’와 ‘가’는 나타나는 환경도 상보적이고 기능하는 문법 표지도 동일합니다. 그러나 사용되는 환경이 배타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사용 빈도는 두 형태소가 거의 같습니다. 그러면 무슨 기준을 적용해야 할까요? 바로 더 먼저 등장한 형태소를 기본형으로 삼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가’는 근대국어 시기에 등장했지만 ‘이’는 그 이전부터 쓰이고 있었으므로 ‘이’를 기본형으로 삼게 됩니다.
단어형성법은 다음 글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