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의 신입사원을 위한 PC 이야기 https://gigglehd.com/gg/4441779 에서 인간적으로 쿼드코어는 쓰자고 말했는데, 정작 마누라 컴퓨터가 펜티엄입니다. 한때는 펜티엄 주제에 하이퍼스레딩을 지원한다며 가성비 CPU로 일컬여졌던 그거. 월광가면님이 주신 메인보드에 달아서 쓰고 있었죠.
한동안 잘 쓴건 맞는데 2019년엔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남는 CPU와 남는 메인보드와 남는 메모리를 조합해서요.
그래게 해서 나온 라이젠 5 1600 + ASUS PRIME X370-PRO( https://gigglehd.com/gg/852956 ) + 커세어 도미네이터 DDR4-3000 8GB x2 시스템. 다른 부품은 원래 쓰던거니까 패스하고 바뀐 건 그거 3개입니다.
케이스는 Fractal Design Define C https://gigglehd.com/gg/1734180 인데, 작은 메인보드 넣었을 땐 그냥저냥 쓸만했으나 ATX 넣으니 조립하기 너무 힘드네요. 선정리 구멍에 바로 메인보드가 닿고, 아래쪽엔 구멍도 없고요.
하지만 지금 보니 케이스 조립하기 힘들었던 건 그냥 헤프닝입니다. 헤프닝이 하나 또 있었는데 SSD가 인식이 안되요. SSD가 메인보드랑 호환을 타나, 갑자기 죽었나 고민하면서 케이블도 바뀌 끼워보고 옆에 굴러다니는 남는 SSD도 꽂아보고.. 외장하드 케이스에 연결하니 인식이 됐다 안됐다 해서 정말 SSD 문제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케이스 문제고..
결국은 SATA 케이블 문제였군요. 마누라가 SATA 케이블이 불안하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고장난 키보드와 함께 폐기처분.
이제 컴퓨터는 잘 부팅이 됐습니다. 그리고 본론은 여기서부터죠. 메모리가 분명 16GB를 꽂았는데 하드웨어 예약이 8.1GB가 들어가면서 실제 가용 메모리는 7.9GB가 되버린 거였어요.
'하드웨어 예약'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솔루션은 대게 이렇더군요.
시스템 구성-부팅 고급 옵션-최대 메모리 체크 해제
cmd를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bcdedit /set removememory 실행
내장 그래픽에 할당된 메모리 확인
메모리 뺐다 끼우기/슬롯 부분 지우개로 문대기
순서대로 해봤지만 다 안됩니다.
메모리가 불량한가 싶어서 슬롯별로 바꿔보고 남는 메모리도 가져와 봅니다. 이젠 숫자 바이오스 포스팅할때 인식하는 메모리가 16GB가 아닌 8GB가 되버립니다. 상태가 더 악화됐죠.
이쯤에서 발견한 거.
왼쪽 중간에서 윗부분. DRAM Status를 보면 분명 8192MB 메모리 2개가 들어가 있지요. 그런데 거기서 더 위의 Memory를 보면 8192MB입니다. 그러니까 램 두짝 들어갔다고 제대로 인식하는데 정작 사용은 한쪽만 하고 있는거.
다른 시스템에서 멀쩡히 잘 쓰던 메모리 3종을 빼와서 테스트했으니 램 문제는 아니고.. 혹시나 싶어서 바이오스 리셋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네요.
바이오스 버전이 오래된거니 최신 버전으로 해볼까 싶어서, 바이오스에서 바로 플래시 업데이트를 실행하고 인터넷에서 새 바이오스를 받아 업데이트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엔 부팅이 안됩니다.
분명 얘가 재시작을 해야 하는데 5분 넘게 검은 화면. 바이오스 플래싱하다가 날려먹은게 몇년 만이던가.. 하고 바이오스 플래시백 기능이 있는 메인보드인가? 찾아보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최신 바이오스는 2018/12/14군요. 그런데 스샷 찍은건 없지만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받은 바이오스는 2018/12/30이었나.. 하여간 날짜에 3이 들어갔거든요. 결론은 ASUS가 엉뚱한 바이오스를 받아서 덮어 씌웠다는 소리. 그러니까 안 켜지죠. 이 글 제목이 'ASUS는 제 일요일을 가져갔습니다'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럼 이 메인보드를 a/s 센터에 들고 가서 바이오스 플래싱하다 날아갔어요 징징징거려야 하는데.. 이 메인보드가 제 기억으로는 공식 유통품이 아니고, 1세대 라이젠이 막 들어와서 CPU는 있는데 메인보드를 못 구해서 리뷰 진도가 안 나가던 대 혼란의 시절에 어케어케 돌고 돌아서 저한테 온 거였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들고 가도 시리얼 찍어보고 '우리 물건 아닌데요?'라는 말과 함께 a/s가 안 될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결론은 애먼 메인보드 하나가 날아갔는데, 바이오스 업데이트 과정 자체가 위험을 어느 정도 수반하는 행위라고는 하나, 엉뚱한 롬을 연결해둔 ASUS 탓을 하고 싶어지고...
이쯤에서 마누라는 그냥 원래 쓰던 펜티엄 시스템을 쓰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삽질했는데 그건 도저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서.
마침 테스트용으로 쓰던 MSI B450 게이밍 플러스 https://gigglehd.com/gg/3313723 를 갖다 붙이기로 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은 이렇게는 못하죠. 저야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남는 CPU, 남는 메인보드, 남는 램, 남는 SSD, 남는 그래픽카드 뭐 그런게 있으니까 종류별로 바꿔가며 트러블슈팅을 하거나 땜빵이 되지..
메인보드 바꾸고 나니 문제의 그 램에서도 바로 16GB.
하지만 제가 테스트용으로 쓰려고 했던 메인보드가 하나 사라진 셈이니 이참에 X470 메인보드나 한장 사야겠군요.
그리고 마누라 컴퓨터는 남는 27인치 모니터를 끌여와서 듀얼 모니터로 구성. 누가 보면 주식하냐 오토 돌리냐 하겠군요.
그 결과 원래는 오늘 리뷰도 쓰고 주간뉴스도 쓰려 했는데 이 시간이 되도록 한 일이 아무것도 없네요.
ASUS 메인보드는 어떻게 플래싱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하나, 그냥 고이 보내줘야 하나 고민 중.. 제 돈주고 산 메인보드가 저 지경이 났으면 메인보드가 얼마나 잘 접히나 볼까? 이랬겠지만, 얻어서 쓰던 거고 그동안 썼던 정이 있어놔서 함부로 버리긴 좀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