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M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큰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대기업들이 모두 매출과 영업 이익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그 이유는 반도체 수요의 성장, 메모리의 가격 상승이 있습니다. 

 

 

세계 반도체 시장 통계는 2017년 8월 19일에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50.5%를 성장할 거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6월 6일만 해도 30.4%를 예상했었지요. 가트너도 10월 12일의 발표에서 반도체 메모리 시장이 57%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7월 11일엔 이 숫자가 52%였습니다. 

 

이번 반도체 메모리 시장 확대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DRAM과 낸드 플래시의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DRAM과 낸드가 똑같이 호황을 맞이한 경우는 없었지요. 그래서 메모리 제조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DRAM 생산을 줄이고 낸드를 늘리거나, 낸드를 줄이고 DRAM을 늘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DRAM과 낸드의 물량이 동시에 부족해지졌습니다. 가격 상승은 DRAM이 더 심하긴 하지만 양쪽 다 정상적이진 않습니다.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에 12.5달러였던 4GB DRAM 모듈의 가격이 2017년 4월에 25달러로 두배 뛰었습니다. 또 DRAMeXchange의 10월 30일 발표에 따르면 4GB DDR4 DRAM 모듈이 2016년 2분기 말에 13달러였으나 2017년 4분기에는 30.5달러로 1년 반만에 2.3배 올랐다고 합니다. 

 

DRAM 판매액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1, 2, 3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들 3개 회사가 DRAM 시장의 95%를 차지합니다. 2015년에는 DRAM 판매액이 감소했으나 2016년 1분기에 매출 하락이 멈췄고, 이후 급격히 올랐습니다.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이들 세 회사가 98%를 차지합니다.

 

모바일 DRAM은 2015년에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기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반면 PC용 DRAM은 2016년 하반기에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2017년 상반기 DRAM 가격은 모바일 DRAM보다 PC용 DRAM이 더 비쌌습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판매액은 DRAM과 마찬가지로 삼성이 1위. 35%를 차지합니다. 이후 도시바와 웨스턴 디지털(샌디스크)가 17~18%씩 차지해서 2, 3위. 다음은 12%의 마이크론, 10%의 SK 하이닉스, 6~7%의 인텔입니다. 이걸 다 더하면 거의 100%가 나옵니다. 이들 회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판매액이 조금씩 늘었으나 2016년부터 크게 성장했습니다. 

 

회사별로 봅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외에도 다른 영역이 있습니다. 메모리 사업만 따로 떼어내서 발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에서 메모리 사업의 비중이 큰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 8년 동안 메모리 사업이 반도체 사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80% 정도입니다. 그리고 메모리 시장이 좋을 땐 그 비율도 높아집니다. 

 

삼성은 DRAM 호황기 끝물인 2010년 3분기에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 이익을 기록했으나, 이후 DRAM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허나 2016년 2분기부터 크게 상승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반도체 메모리 전문 기업으로 매출의 98%가 DRAM과 낸드 플래시에서 나옵니다. DRAM은 77%, 낸드 플래시의 매출은 21%입니다. 마이크론은 적자를 많이 봤으나 여기도 2016년 8월 이후 회복했습니다. 

 

DRAM 부족과 가격 상승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DRAM 시장 교란의 이유 중 하나가 대만 DRAM 제조사입니다. DRAM이 부족했을 때 대만 제조사가 생산을 급격히 늘리면서 공급 과잉을 초래,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대만 제조사는 적자만 봤지요. 

 

삼성, SK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지금의 독과점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이들 기업은 20nm에서 18~17nm로 미세화를 진행 중입니다. 제조 공정을 개선하면 실리콘 면적이 줄어들어 생산량이 늘어나 비용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큰 폭의 증산은 어렵습니다. 

 

새로운 생산 라인으로 증산하는 게 확정된 회사는 SK 하이닉스입니다. 중국에서 DRAM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18년에 양산을 시작합니다. 삼성은 DRAM 생산 증가를 검토 중으로, 빠르면 2018년 하반기에 단행합니다. 다만 확정된 건 아닙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까지 포함하면 삼성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눈에 띕니다. 삼성은 2017년에 2016년의 2배가 넘는 260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3D 낸드 플래시가 140억달러, DRAM이 70억 달러, 기타 파운드리가 50억 달러입니다.

 

공급만 놓고 보면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먼저 수급이 완화돼며 DRAM이 그 다음입니다. 다만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거의 성장하지 않고, 서버도 DRAM 용량 증가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아, 공급 과잉보다는 수요 감소로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