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일본에서 연 테크 토크의 내용을 간추렸습니다. 주요 화제는 포베로스 패키징, 옵테인 H10 SSD, 아이스레이크 내장 그래픽. 대부분이 기존에 알려졌던 내용인데 각 문단 끄트머리에 부가 설명은 처음 나온거라, 그거 올리는 김에 같이 소개합니다.
포베로스는 기능마다 최적의 프로세스를 구현해 패키징
우선 인텔의 3D 적층 기술인 포베로스(Foveros)입니다. 현재 PC용 CPU는 CPU 코어, GPU 코어, 캐시 메모리, 메모리 컨트롤러, PCI-E와 칩셋 인터페이스를 하나의 다이에 넣습니다. 예전에는 여러 칩으로 구현했던 걸 하나로 합쳐 구성이 간단해졌지요.
하지만 제품마다 필요한 기능, 성능, 가격이 다른데 그걸 하나의 다이로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AMD의 경우 젠 CPU에 베가 GPU를 넣은 APU를 출시 중이나, 여기에 들어간 GPU는 그래픽카드의 GPU에 비해 규모가 1/6 이하로 작습니다. CPU 코어 역시 순수 CPU보다 훨씬 작지요.
하나의 다이에 제각각 다른 기능을 구현하는 여러 다이를 함께 패키징하는 Multi-Chip Module(MCM)은 여러 제품에 사용 중입니다. 인텔의 슬림 노트북용 CPU는 GPU와 I/O를 CPU의 다이 /칩셋에 함께 패키징합니다.
인텔은 패키지 내부에서 여러 다이를 함께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인 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EMIB)를 개발, 인텔 CPU와 AMD의 GPU/비디오 메모리를 함께 패키징한 Core Mobile Processor with Radeon RX Vega M Graphics, 흔히들 카비레이크-G라 부르는 프로세서를 2017년에 출시했습니다.
EMIB 같은 기존의 MCM은 하나의 패키지에 여러 다이를 구현하는 2D 구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다이 위에 다른 다이를 입체적으로 쌓는 기술도 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 칩은 64단 다이를 쌓아 용량을 늘린 제품이 출시됐으며, GPU의 경우 라데온 VII가 여러 그래픽 메모리를 쌓은 HBM2를 사용했습니다. 메모리 다이의 적층은 이미 실용화된 셈입니다.
이제 포베로스입니다. 인텔은 EMIB를 발전시켜 메모리 다이 뿐만 아니라 CPU, GPU, I/O 컨트롤러, AI 처리 프로세서, SRAM, 전원 회로 등의 다양한 기능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게 포베로스입니다. 포베로스를 쓰면 하나의 패키지에 메모리 뿐만 아니라 다른 기능 블럭을 쌓아 구현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포베로스는 서로 다른 기능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면서 성능, 소비 전력, 가격을 절감합니다. 하나의 다이에 여러 기능을 넣으면 모든 기능을 같은 공정으로 제조합니다. 하지만 최적의 제조 공정은 제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CPU, GPU, 모뎀, SRAM에 서로 다른 공정을 써서 만드는 게 단일 다이보다 소비 전력/비용에서 더 나을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나의 다이에 여러 기능을 합치려면 다이 크기가 커지고, 제조 난이도와 비용이 오릅니다. 하지만 다이를 여러개로 나누고 이를 입체적으로 쌓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든다면 각각의 다이 크기가 줄어드니 제조 난이도와 비용이 줄어듭니다.
또 포베로스의 스택 다이를 전부 인텔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AMD와 NVIDIA의 GPU에 탑재되는 HBM은 다른 메모리 제조 회사에서 만든 것과 같습니다. 또 개발/제조 과정에서 기능 시험이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나의 다이에 여러 기능을 넣으면 특정 기능 블럭만 테스트하기 어려워, 문제가 생겼을 때 다이 전체를 못 쓰게 됩니다. 그러나 다이를 나누면 테스트가 쉽고 문제가 생겼을 때 교환도 편합니다.
포베로스도 해결할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비용. 이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또 다른 문제는 발열입니다. 제각각 다른 프로세스로 만든 다이는 발열도 다릅니다. 포베로스는 PC 같은 고성능 시스템에서의 활용을 상정하고 있기에, 각각의 블럭은 높은 성능을 내야 합니다. 이걸 적층해서 생기는 발열을 해결해야 합니다.
인텔은 포베로스를 쓴 첫 제품으로 코드네임 레이크필드(Lakefield)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22nm 공정 제조 I/O, 캐시, 다이에 10nm 공정의 차세대 CPU 아키텍처 서니 코브의 고성능 코어, 그리고 저전력인 4코어 아톰 프로세서, 11세대 내장 그래픽으로 구성된 다이를 넣고, 그 위에 DRAM 다이를 올리는 식입니다.
M.2 SSD에 옵테인 메모리를 결합한 옵테인 메모리 H10
다음은 인텔 옵테인 메모리입니다. 인텔은 마이크론과 함께 3D XPoint라는 메모리 기술을 2015년에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낸드 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고, 1000배 더 오래 가고, 10배의 셀 밀도를 실현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요. PC에선 고속 디스크 캐시로 쓰는 PCIe M.2 옵테인 메모리와, 옵테인 메모리 기반 SSD를 일부 판매했습니다.
인텔은 2019년 봄에 옵테인 메모리를 쓴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옵테인 메모리 H10은 PCIe M.2 카드에 용량을 공개하지 않은 옵테인 메모리와, 인텔 3D 낸드 플래시를 쓴 1TB SSD를 함께 장착한 제품입니다. 자세한 스펙은 밝히지 않았기에, 옵테인 메모리의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캐시가 아닌 스토리지로 쓸 수 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인텔은 스토리지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에서 옵테인 메모리의 사용을 설정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사용 여부나 캐시 작동 방식 등을 설정하는 걸까요? 그 이상의 언급은 없네요.
차세대 CPU 아이스 레이크는 그래픽 드라이버에 주력
인텔은 2019년 상반기에 코드네임 아이스 레이크라 불리는 차세대 CPU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이스 레이크는 서니 코브 아키텍처의 CPU 코어와 11세대 내장 그래픽 기능을 통합합니다. 인텔은 11세대의 내장 그래픽이 1TFLOPS의 연산 성능을 지닌다고 말합니다. 그래픽카드 GPU의 연산 성능이 1TFLOPS에 도달한 건 2008년의 라데온 HD 4850이니까 그보다 11년이 늦군요. 2013년에 나온 PS4의 GPU가 1.84TFLOPS임을 감안하면 게임을 본격적으로 할 수준은 아닙니다.
11세대 내장 그래픽은 코어/비주얼 컴퓨팅 그룹 수석 부사장인 라자 코두리가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내장 그래픽의 드라이버 소프트웨어를 지금까지 나왔던 것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며, CPU 출시 후에도 적극적으로 최적화해 성능을 높여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내장 그래픽의 성능을 향상시킬 져이가 있으며, 지금까지 충분하지 않았던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로 성능을 높여 나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성과를 보려면 아이스레이크가 일단 나와야 되겠지만요.
또는 DRAM을 거쳐서 열이 잘 빠져 나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