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IDF 2016에서 ARM의 SoC 코어를 생산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64비트 ARM 코어와 Artisan 물리 IP를 인텔의 10nm 공정 커스텀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것입니다. ARM Artisan은 ARM 프로세서의 셀 라이브러리와 메모리 컴파일러가 포함되며, ARM 코어의 물리 설계를 인텔 프로세스에 최적화하는 POP도 제공합니다.
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퀄컴이나 미디어텍 등의 프로세서 개발사가 자신들의 ARM SoC 설계 칩을 인텔에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인텔이 ARM 라이센스를 받아 ARM 코어를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요.
인텔은 이렇게 함으로서 파운드리의 고객을 확보하고 인텔 팹에서 만드는 칩의 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현재 PC 시장이 위축되면서 성능에 대한 슈요도 줄어들고 있기에 PC 시장은 한계에 도달했고, 칩 다이의 미세화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텔은 자신들의 칩만으로 자신의 팹을 채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ARM 코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로서 인텔은 TSMC, 삼성, 글로벌 파운드리와 똑같이 경쟁하게 됩니다. ARM 기반 모바일 SoC를 제조하는 칩 업체들은 TSMC와 삼성을 고르는 것처럼 인텔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요. 또 알테라 FPGA에 최신 ARM 코어를 통합한 칩도 제공될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가 오픈되면 ARM 라이센스를 받은 칩 제조사가 인텔 팹을 이용해 ARM 기반 칩을 제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ARM은 대게 CPU 코어 같은 IP를 RTL(레지스터 전송 레벨)로 라이센스합니다. 소프트 매크로인 RTL은 어떤 프로세스건 가능하기에 이론적으로는 인텔 프로세스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럼 이번 ARM과 인텔의 파운드리 파트너쉽은 무엇이 다를까요? ARM의 POP를 포함한 Artisan IP가 제공된다는 것이 다릅니다. RTL에서 라이센스를 받은 칩 업체들은 제조 공정 기술에 맞춘 최적화를 직접 했어야 하며, 여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함께 노하우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ARM Artisan이 제공된다면 그럴 필요가 없지요. 짧은 시간 안에 최적화된 라이브러리와 노하우를 이용해 고효율 코어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ARM은 고성능 Cortex-A 계열 코어에 대한 POP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즉 인텔 팹에서 Cortex-A 고성능 코어를 탑재한 SoC를 설계가 쉬워졌다는 것이죠. 다만 Cortex-M과 Cortex-R의 ROP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또 POP가 제공되는 건 인텔이 ARM 코어를 자사 프로세스에 이식하는 데 깊이 협력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POP가 제공되기에 ARM 코어를 인텔 프로세스 전용으로 설계한 하드 매크로도 제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리 설계의 하드 매크로가 IP로 제공되는 경우는 더욱 간단해, 그대로 매크로를 자사 SoC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하드 매크로를 제공한다면 ARM 코어의 설계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현재 파운드리 업체에서 첨단 프로세스를 견인하는 분야는 모바일과 네트워크며, 이들 분야는 ARM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ARM 기반 칩을 제조하는 파운드리는 모두 Artisan 액세스가 가능해 주요 프로세스에서 ARM의 주요 Cortex-A 코어 POP가 제공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첨단 프로세스의 파운드리 고객은 ARM의 IP 플랫폼을 갖추는 것이 전제조건입니다. 그게 인텔 파운드리에 빠져 있어서, 예전에는 ARM 기반 칩을 인텔 첨단 공정으로 만들려고 해도 쉽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인텔이 파운드리같은 모양새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것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이 진지하게 임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인텔은 원래 직접 설계한 칩을 직접 제조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이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할 때도 자사 IP를 쓰는 쪽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려 했었죠. CPU 코어만 봐도 아톰 계열 CPU 코어를 파운드리 고객에게 IP로 제공했습니다. 반면 다른 파운드리는 ARM의 Artison 제공에 더 주력했지요.
이번 인텔과 ARM 제휴를 통해 인텔은 '평범한 파운드리'처럼 ARM의 Artisan IP와 POP를 갖추게 됐습니다. 자사 IP를 쓰라고 강요하지 않고 업계 표준 IP를 제공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인텔은 더 이상 자사 IP를 고집한 파운드리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까지 몰렸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인텔 IP로는 경쟁력이 없으니 ARM IP를 갖춰야만 고객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란 거죠. 이는 인텔 코어가 인텔이 생각했던 것 만큼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말도 됩니다.
ARM IP가 갖춰지면서 인텔은 다른 파운드리와 순수하게 공정 기술과 제조 서비스를 갖고 경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인텔의 우수한 성능/전력 기술을 어필하기 쉽다는 것. 또 2.5D 패키지 솔루션인 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 (EMIB)를 갖고 있어 실리콘 인터포저를 쓰지 않고 저렴하게 FPGA나 HBM 고밀도 배선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고속 Serdes 등의 하드 매크로도 인텔만의 장점입니다.
반면 인텔 입장에선 제조 가격을 다른 파운드리에게 어느 정도 맞춰야 합니다. 독보적인 IDM 업체로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x86 CPU를 소품종 대량생했던 인텔의 경우, 웨이퍼 제조 단가가 비싸져도 원래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업계 분석가들은 인텔 공정의 웨이퍼 비용이 매우 비쌀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허나 파운드리의 위치로 내려와서 경쟁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게 중요합니다. IP는 다른 업체와 똑같은 ARM Artsan을 쓰니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지요.
어쨌건 ARM과의 제휴는 인텔에게 새로운 고객을 제공해주는 기회입니다. 새로운 파운드리 고객으로 LG 전자가 포함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LG는 ARM 기반 모바일 SoC를 만들기 위해 인텔의 팹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바일 SoC에서 죽을 쑤고 있는 LG가 역전을 위해 인텔의 제조 기술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애플과 퀄컴이 있습니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애플의 모바일 SoC를 인텔 팹에서 만들거란 소문이 있었지요. 그러나 애플 A 시리즈와 퀄컴의 하이엔드 칩은 ARM에서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받은 커스텀 마이크로 아키텍처입니다. 이건 ARM Cortex-A 코어 POP가 아니지요. 허나 인텔이 다른 회사의 IP를 가져오는 데 주력하면서 다양한 IP를 갖추게 되면, 진입 장벽이 보다 낮아진 파운드리가 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A 시리즈에서 사용하는 PowerVR GPU 코어의 Imagination Technologies도 소프트 매크로지만 인텔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인텔이 EDA 툴 제조사와 관계를 증진하는 데 열심이기도 합니다.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파트너쉽을 강조하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인텔이 직접 ARM 칩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POP를 개발한다는 건 인텔이 언제든지 ARM 코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허나 인텔이 제품을 직접 만들게 되면 파운드리의 고객과 충돌하게 됩니다. 삼성이 ARM 코어 기반 서버 칩을 개발했다가 출시를 취소했던 것도 고객사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텔은 ARM과의 제휴 외에도 많은 발표를 했습니다. 14nm 이후의 공정은 제공하는 프로세스에 따라 성능을 개선한 프로세스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10nm는 10nm 외에 10+, 10++의 세가지 공정이 나옵니다. 14nm도 14+가 있어 카비레이크에 쓰였지요. 인텔의 제조 공정은 앞으로 다양한 버전으로 파생되며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공정에서 중요한 노광 기술에 대해서도 밝혔습니다. 지금은 10nm 액침 다중 노광을 쓰며 7nm의 첫 세대도 그러할 것입니다. EUV의 경우 지금보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네요. EUV는 일부 제품에서 먼저 도입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프로세스 파생 제품은 저렴한 가격으로 내놔 물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Cortex-M을 인텔에서 뽑아내면 꽤 고성능의 녀석이 튀어나올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