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에 3사의 발표를 쭉 지켜보면서 글을 올렸었는데, 발표를 보면서 확 느껴지는게 있습니다.
제가 정리글에선 짧게 줄이긴 했는데 인텔과 엔비디아 모두 자동차 산업 관련 분량이 전체 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산업 종사자와 대화하고,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새로운 전장용 프로세서 및 솔루션을 소개하더라고요.
그중 산업 종사자와의 대화,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대한 내용을 상당부분 스킵해서 제 정리글 내용이 짧은 편입니다. 해당 내용들은 예전부터 알려져있기도 했고 양사에서 설명하는 구성도 비슷하더라고요.
인텔하고 엔비디아라고 게이밍을 아예 안하는건 아니에요. 인텔은 ARC 그래픽카드 준비도 하고 있고, 엔비디아도 첫마디가 GPU 15억개 출하했다는 얘기였거든요. 기존의 PC-게이밍 시장은 계속 유지하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동차 산업에 이미 진출했고,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율주행에선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이렇게 3요소를 주로 활용하는데 센서와 카메라의 양을 늘릴수록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양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선 고성능 CPU와 고성능 GPU가 필요합니다.
인텔에서 그래픽카드 사업에 재 진출하는 이유는 "그래픽카드가 숙원사업이고 인텔이 최강자의 자리를 탈환할 것이다" 가 아닐겁니다. 어차피 자율주행 하드웨어 만들 때 GPU를 개발해야하니까 사서쓰기보단 직접 만들어서 쓰고, 그 결과물을 코인시장으로 폭등한 데스크탑 그래픽카드 시장에 팔아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리는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봐요.
엔비디아의 경우 3050과 3090Ti를 발표하긴 했으나 3050의 가격($249)은 그리 공격적이지 않았고, 스펙도 DLSS와 RTX를 적용하면 최신게임에서 간신히 FHD 60프레임을 넘는 정도로 나왔습니다. 그 대신 지포스 나우 성능을 올렸어요. QHD 120프레임까지 나오죠. 그래픽카드 가격이 비싸야 사람들이 대안을 찾을 것이고, 그 대안중 하나가 지포스 나우이기 때문에 엔비디아 입장에선 그래픽카드 가격을 낮출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하고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AMD는 그런거 없었잖아요? 대신 게이밍과 콘솔에 집중하겠다고 했죠. 여기서 체급차이가 납니다. CPU하고 GPU 자체는 원가가 높기때문에 그렇게 많이 남지가 않아요. 지금 코인시장때문에 가격이 왜곡된 상태라 그렇지, 특히 GPU는 면적대비 가격이 최악이죠. 솔루션으로 만들어서 팔아먹어야 이익이 남는데, 그게 AMD 입장에선 콘솔인겁니다.
자동차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AMD는 캐시카우인 콘솔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때문에 게이밍에 대한 얘기를 강조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게이밍에 집중한다고 자신감있게 말하는것에 비해 2021년에 소비자가 체감한 GPU 물량의 경우 AMD는 적고 엔비디아는 많았습니다. 게이밍(콘솔)에 집중하는거였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거든요.
콘솔 독점작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세대 콘솔에서 나왔던 AAA급 게임들은 대부분 PC로 이식된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내려가면 사람들이 콘솔보단 PC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AMD도 마찬가지로 그래픽카드 가격을 적극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미국같이 고정적으로 콘솔을 사는 시장이 있긴 하지만, 작년 콘솔판매량을 살펴보면 한국과같이 원래 콘솔 잘 안사던 국가에서 늘어나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