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만에 앞 자리가 올라간 macOS 11.0 Big Sur 입니다.
실사용 중인 맥북이지만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고 업데이트했습니다. 버전은 개발자 베타2 이고, 메이저 업데이트인데다가 최초 발표 이후로 채 3주가 지나지 않았으므로 개선의 여지가 많을 거라는 점은 감안하고 업데이트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주 쓸만하더라구요.
Karabiner가 안 되는 점은 조금 치명적이긴 한데, 초기 개발자 베타치고 아주 부드럽고 버그도 거의 없이 잘 작동합니다.
캡쳐를 그대로 기글 글쓰기 창에 붙여넣기 했더니 색감이 조금 죽네요. 원래는 훨씬 화사한 색감입니다.
아마 P3 지원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디자인 변경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새롭게 바뀐 디자인은 전반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시각적으로 확실히 정돈되어 보이고 반투명이나 중첩으로 인한 블러 등의 요소들도 기존보다 더 잘 정리되어 들어갔습니다. 창 크기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컨트롤 인터페이스들은 아이콘 위주로 직관적이고 명료합니다. 길어지고 명확해진 반투명 사이드바는 보기에도 낫고 시인성도 좋습니다. 강조 컨트롤은 앱마다 각기 다른 색상으로 약간의 개성을 부여합니다. 원래 카탈리나까지는 다크 모드를 사용했었는데 새로운 UI는 라이트 모드가 더 장점이 잘 드러나는 거 같아서 라이트 모드로 써 보고 있습니다.
애플 뮤직은 원래도 흰색 위주 인터페이스와 대치되도록 컨텐츠에 아주 다양한 색상과 플레이리스트 전용 일러스트를 사용하였는데, 이번에는 움직이는 그라데이션과 더 크고 화사해진 추천 썸네일들로 컨텐츠를 더욱 주목하게 만듭니다. 이런 변화는 애플 뮤직에서 가장 잘 드러나지만 사실 디자인 변경 전체에 걸쳐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인터페이스는 더 간결하게, 컨텐츠는 더 크고 화려하게 보여줍니다.
상단 바와 사이드바, 아이콘 위주의 컨트롤은 iPadOS를 생각나게 합니다. 과연 맥와 아이패드는 서로를 흡수할지 궁금하네요. 다만 아직 터치스크린 맥을 상정하고 디자인했다, 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닌 거 같습니다. 뒤에서 따로 준비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이콘 디자인은 테두리가 둥글어져 형태적으로는 iOS 아이콘처럼 단조로워졌으나 디테일은 화려해졌습니다. 스큐모피즘의 부활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스큐모피즘 2.0, 뉴모피즘이라고도 불리는 이 트렌드는 예전 스큐모피즘이 유행했던 iOS 6 혹은 이전처럼 풍부한 그림자와 톤, 다양한 질감 및 빛 효과를 사용합니다만 그 목적은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예전의 스큐모피즘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를 위해 현실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현실에서 사용하던 메타포를 그대로 집어넣으려 했기 때문에 버튼은 실제 스틸이나 플라스틱 질감으로, 계산기 버튼은 실제로 볼록하게, 메모에는 찢긴 듯한 자국을, 사진에는 실제같은 꽃을 사용했으며 사파리의 나침반은 유리와 금속 질감이 사실처럼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그 후로 '사용자들이 이미 디지털 기기에 잘 적응했다는 것'을 전제로 디자인한 플랫 유행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플랫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추상적이어서 지루함을 불러왔고, 굉장히 세심하게 잘 설계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에게 사용성에 대한 충분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주지 못했습니다.
스큐모피즘 2.0은 이전의 효과를 다시 가져오되, 여전히 디지털 기기에 잘 적응한 사용자들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스큐모피즘 2.0이 제공하는 질감과 그림자, 빛 효과들은 현실 세계의 그것들과 별로 맞닿아 있지 않습니다. 사파리 아이콘의 질감은 현실의 나침반과 별로 비슷하지 않습니다. 메일 아이콘도 실제의 종이가 접힌 자국을 재현하는 데에 애쓰지 않았고, 사진 아이콘 또한 효과는 많아졌을지언정 전혀 현실에 존재하는 꽃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는 계산기, 홈, 앱 스토어, 환경설정 등 여러 부분에서 마찬가지입니다. 더 풍부하고 깊이감 있는 시각적 효과를 사용하되, 그것은 단지 원래의 플랫 UI에 보는 재미를 추가한 것이지 현실의 형태를 모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쁘냐구요? 전반적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메일 아이콘에 쓰인 수취인 표시는 억지로 디테일을 넣으려고 했다는 느낌이 들고 연락처 아이콘은 덜 다듬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포토부스의 렌즈나 미리보기의 잉크통 등은 조금 과해서 새로운 아이콘 세트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메시지 앱과 페이스타임 앱 아이콘의 음영 효과도 과해 보이는데 이건 과함을 의도한 거 같기도 합니다. 여튼 맘에 쏙 들진 않아요.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는 애플이 정식으로 공개한 베타가 맞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알림 아이콘만 해상도가 낮아 격자가 보입니다. 제발 다음 베타에서 하루빨리 고치길 바랍니다.
독도 둥글둥글해졌습니다.
새로운 파인더야 뭐 그럭저럭 봐줄 만은 한데... 맙소사, 런치패드는 이거 실화냐고 애플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각 아이콘별로 컬러나 채도 차이도 너무 심하고 그림자도 다르게 적용되어 있어서 들쭉날쭉한 입체감으로 보입니다.
옆에 아직 이런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Edge 브라우저 같은 아이콘과의 부조화도 조금 거슬립니다.
사파리는 조금 맘에 안 듭니다. 파비콘 표시되는 건 좋은데 공간을 많이 먹어서 탭을 어느 정도 이상 열면 정작 이름이 안 보여요. 조금 더 공간 효율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탭 미리보기가 매번 뜨는 것도 약간 거슬립니다. 새로운 탭 화면에서는 Favorites가 너무 밑에있습니다. 배경에 사진 띄우는 기능이 새로 생겨서 사진 감상하라고 밑으로 좀 내린 거 같은데 그럼 사진 없을 땐 다시 올려줘야죠. 개인정보 리포트도 사실 별 감흥이 없네요.
기존 사파리에서 익스텐션 활용이 불편했는데 검색창 바로 옆에서 접근 가능하게 해둔 건 좋습니다.
제어 센터는 확실히 편합니다. 아이폰의 UI를 macOS에 맞게 잘 바꾼 거 같고 음악 재생 여부, 에어팟 연결 여부 등에 따른 유동성도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디테일이 문제입니다. 보시면 키보드 밝기 버튼의 가운데 정렬이 안 맞아요. 맙소사... 제가 아는 애플이 맞습니까? 빨리 예전의 그 변태같음을 좀 보여주세요.
알림 센터가 위젯을 겸한 점도 좋네요. iOS 14랑 통일성도 있고, 보기에도 기존보다 낫습니다. 애플치고 옵션도 다양하고.... 근데 캘린더앱 등 일부 위젯은 크게로 했을 때 중간보다 오히려 정보량이 적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음악 앱이 위젯이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물론 음악재생 시작하면 자동으로 알림 센터에 뜨지만, 거기엔 컨트롤이 건너뛰기 뿐이거든요. 그리고 재생 중 아니면 사용하지도 못하구요. 이것도 애플 똥고집 같아요. 아, 그리고 작게 - 중간 - 크게 버튼이 영문에서는 S, M, L 한 글자씩이어서 괜찮았는데 한글에서는 테두리가 너무 작아 보이네요. 수정 해주겠죠?
파인더 폴더 아이콘도 모서리가 둥글어졌습니다. 귀엽지만 음영 효과가 좀 과해 보이기도 하는군요.
아까 메시지 앱도 그렇고 왜 이렇게 약간 과한 것들을 자꾸 시도하는지... 트렌드세터로써의 욕심일까요.
정식 출시 전에 다듬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애플 똥고집에는 별 기대 안하겠습니다.
불평하며 끝냈지만 전반적으로 Big Sur은 아주 준수한 업데이트입니다. 디자인 변경 방향성이 마음에 들고, 시각적으로도 좋아 보입니다. 대부분의 기본 앱을 아주 잘 리디자인했고, 새로 생겨난 요소들도 잘 어우러집니다. 초장부터 아주 불안했던 카탈리나에 비해, 버전 앞자리가 바뀐 메이저 업데이트임에도 안정성이나 부드러움이 우수하고 버그도 별로 없다는 점도 마음이 놓입니다. 다만 몇몇 아이콘이나 인터페이스 디테일은 고쳐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급하게 많은 것을 바꾸느라 생긴 약간의 실수라고 믿겠습니다. 아직 정식 출시까지는 두 달 가량이 남았으니까요.
오랜만에 업데이트를 통해서 '새로운 기기를 쓰는 거 같은 설렘'이 살짝 들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워낙 기기 업데이트를 해도 감흥이 없어서요.
둘 다 사용하고 있는데 카탈리나 디자인이 더 나은 것 같긴해요.
오래봐서 그런것도 있겠고, Big Sur는 macOS 라기 보다는 ios느낌??
가장 시급한건 정말 아이콘이 아닌가 싶네요.
너무 과하고, 심지어 거부감이 들기까지 해요.
전 솔직히 파인더 아이콘 조차도 너무 불편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