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각으로 8월 27일, 글로벌 파운드리는 7nm FinFET 공정의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고, 그 대신 엔지니어와 투자를 14/12nm FinFET과 FD-SOI로 돌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맞춰 AMD의 CTO, Mark Papermaster는 Zen 2 CPU와 Navi GPU를 TSMC의 7nm 공정으로 제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의 14nm를 제휴했으나 재미를 못 봄. IBM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해 자체 개발
우선 글로벌 파운드리의 상황을 봅시다. 여기는 원래 14XM라는 독자적인 14nm 프로세스를 개발, 2014년 중순부터 내놓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4월에 돌연 삼성과의 제휴를 발표, 삼성의 14LPE와 14LPP라는 두가지 프로세서를 도입했습니다. 이 중 14LPP를 써서 2016년부터 AMD 라이젠과 베가를 생산했습니다.
2017년 9월에 개최된 GTC(Globalfoundries Technology Forum))에선 이 14LPP를 기반으로 12LP를 개발, AMD가 이걸 써서 2세대 라이젠을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베가의 12LP 버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14/12nm 세대의 경우, 삼성에게서 라이센스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일이 글로벌 파운드리에게 썩 맞지 않았다네요. 그래서 자체 개발 노선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2014년 10월에는 IBM의 반도체 사업을 통째로 인수했습니다. 여기에는 IBM이 개발한 7nm 공정 기술도 포함돼, 이를 이용해 글로벌 파운드리가 7nm 공정을 생산할 예정이었습니다.
이후에도 IBM은 첨단 프로세스 개발을 계속 진행, 2014년부터 5년 동안 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2014년 7월에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첨단 프로세스 기술은 글로벌 파운드리에게 제공되며, IBM의 Power 시리즈 프로세서 생산도 2024년까지 독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17년 5월에 설명회를 열어 첨단 프로세스의 개발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때 다 Gregg Bartlett(SVP, Strategy & Business Transformation)는 "글로벌 파운드리는 7nm를 오랫동안 사용할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ArF+액침 멀티 패터닝에서 EUV 노광으로 전환하는 첫번째 공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7nm 공정 개발에 실패, 2017년 말부터 AMD는 TSMC 7nmn로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파운드리의 이번 결정은 올해 CEO로 취임한 Tom Caulfield 박사의 새로운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보도자료에서 "반도체의 수요는 결코 늘어나지 않으며, 우리 고객은 최신 기술을 빨리 도입하길 요구한다", "반도체 노드를 이전보다 오랫동안 사용한다"며 7nm의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7nm 공정 개발을 무기한 연기하고 7nm 개발에 들어가야 할 투자는 '고객에게 부가가치가 더 높은 포트폴리오를 확충하는데' 사용합니다.
7nm 공정 개발을 맡았던 엔지니어도 14/1nm 프로세스 포트폴리오의 확충에 필요한 개발에 배치합니다. FD-SOI 프로세스는 계속해서 개발합니다. 그러니까 7nm 공정과 그 이후를 포기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첨단 프로세스의 사용은 큰 투자이며, 7nm로의 전환은 큰 도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AMD의 Zen 2 CPU와 Navi GPU는 TSMC에서 만듭니다. AMD는 이미 TSMC 7nm 공정에 맞춰 여러 제품의 테이프 아웃(설계의 최종 단계)까지 마쳤으며, 초기 샘플 실리콘의 성과는 매우 좋다고 합니다.
AMD는 TSMC가 7nm 파운드리 파트너라고 언급한 후, 12/14nm는 계속해서 글로벌 파운드리가 파트너이며, 라이젠/라데온/에픽을 제조하는 뉴욕의 Fab 8에도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라 보충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떤 상황인가. 글로벌 파운드리가 7nm 공정 개발에 실패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7월의 AMD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리사 수 CEO는 "현재 7nm 에픽의 샘플은 TSMC에서 제조된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칩의 제조 기간, 웨이퍼를 Fab에 탑품하고 칩이 나오기까지의 기간은 1분기, 즉 3개월 정도였습니다. 최근에는 2분기(5~6개월)로 늘었습니다. 7nm의 경우 트랜지스터 배선층(M0/M1)은 멀티 패터닝이 꼭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따라서 7월에 샘플이 나왔다면 올해 1월이나 아무리 늦어도 2월 초, 빠르면 작년 말에 생산을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이걸로 계산하면 7nm를 글로벌 파운드리 대신 TSMC에서 만든다는 결정이 2016년 말이나 2017년 초에 나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브로드컴이 Cortex-A72 코어의 물리 구현을 POP IP를 쓰지 않고 직접 했을 때 8개월이 걸렸습니다.
최적화에 2개월이 걸렸으니 8개월이지만, 7nm 같은 최신이라면 12개월이 걸린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즉 생산 시작 1년 전, 2016년 말~2017년 초에 이미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를 양산에 쓰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는 소립니다.
AMD에 이어 IBM도 탈주.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 고객이 사라짐
그러나 이후에도 글로벌 파운드리는 7nm의 양산이 가능하다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2016년 9월에는 프로세스 디자인 키트를 제공하고, 2017년 후반에는 테이프 아웃, 2018년 초에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2017년 5월 설명회에서는 첫 고객의 테이프 아웃이 2018년 2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AMD의 타임라인과는 거리가 벌어집니다. 그래도 글로벌 파운드리는 다른 고객인 IBM이 있었으며, IBM Power 프로세서의 테이프 아웃이 2018년 2분기였을 겁니다. 2016년에 열린 HotChips 28에서도 IBM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를 낙관적으로 보는 로드맵을 내놓았습니다.
Power 9는 글로벌 파운드리의 14nm 공정을 이용해 제조하며, 그 후 7nm 공정을 사용한 Power 10이 나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열린 HotChips 30에선 로드맵이 2020년으로 연기됩니다.
결국 IBM의 2018년 제품은 14nm에 머무릅니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7nm 수요가 높지 않다'고 말한 건, AMD와 IBM이 모두 글로벌파운드리의 7nm를 쓰지 않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 고객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합니다.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 양산이 마땅치 않아 TSMC로 갈아탔으나, 그 후에도 글로벌 파운드리는 7nm 개발이나 수정 등을 계속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IBM에도 버림받자 7nm 양산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해결이 안된다고 판단, 7nm를 포기한다고 결정내렸다 봅니다.
글로벌 파운드리의 CEO는 올해 3월에 Sanjay Jha에서 Tom Caulfield 박사로 갑자기 교체됐습니다. Sanjay Jha는 IBM에서 300mm 웨이퍼 생산라인에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에서 IBM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글로벌 파운드리의 7nm 공정을 포기하자 IBM 측 인사가 근무할 이유가 사라졌으며, 이후 재건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영입했다고 봐야 합니다.
AMD 로드맵에 영향은 없지만 첨단 프로세스 개발에 경각심을 주다
글로벌 파운드리의 이번 발표는 AMD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이미 1년 반 전에 내부 결정이 내려졌고, Fab의 변경에 대비할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NVIDIA는 튜링에서 TSMC의 7nm 양산 라인을 쓰지 못하고 12nm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반면 AMD는 CPU와 GPU 모두 TSMC의 7nm 양산 라인을 확보했습니다. AMD의 경쟁 상대인 인텔은 10nm 개발에 문제가 있습니다.
첨단 프로세스의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확인하게 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제 7nm 이상으로 나아가는 파운드리는 TSMC, 삼성, 인텔의 3개 회사 뿐입니다. 이들 회사들이 앞으로도 미세화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역시 한 자릿수 공정부터는 장난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