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X58과의 인연은 2009년 봄쯤 됐을 겁니다. 그때 P6T 메인보드랑 i7 920을 사고 램을 8GB 맞췄던가. 그렇게 쓰다가 2년 뒤에 Z68+2500K로 넘어갔었으나...
2013년 말 정도였던가요. L5639가 시중에 떨이로 풀린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L5639랑 X58 보드를 샀습니다(...). Z68 세트는 친구한테 팔아버렸군요.
아무튼 그렇게 쓰던 게 세이버투스 X58+L5639였고 한동안 잘 쓰다가 뽐뿌가 와서 X5650으로 넘어갔다가 두어 달만에 990XE를 업어다가 메친 것이 2014년 초... 였는데 2015년 초에 X79 보드를 사놓고 i7 3930K를 사다가 업글을 하고 2년 뒤에 X99+i7 6900K ES로 물갈이를 했군요. 결국 X58 이후로 일반 플랫폼은 쳐다보지도 않는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이 마검 유성락 같은 놈의 X58을 잊지 못해서 재작년엔가 또 X58 보드를 사려는 시도를 했고 실제로 또 구입했었습니다(...). 보드는 역시나 동일한 X58 세이버투스, CPU는 i7 950 물려주고 GTX 660 Ti 꽂아서 좀 쓰다 보니 영 아닌 거 같아서 VGA 빼버리고 누나한테 넘겨버렸네요.
그리고 올해 새해를 맞이하야 뭔가를 질러버리고 싶다는 욕망에 휩쓸려 일단 ZBOX PI225를 사놓고... 심심풀이로 옥션이랑 네이버 중고장터 눈팅을 하다 보니 i7 950+X58 세이버투스가 12만 원에 올라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질렀습니다. 이래놓고 세이버투스 매물 나오면 또 살 듯.
2. 일단은 i7 950을 테스트해 봅시다
게시판에 올린 사진을 그대로 씁니다. 개인적으론 세이버투스를 당시 유행하던 X58 보드들의 배색들(빨강 혹은 파랑 도배)보다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이라 좋아합니다. 뭐 아무리 갈궈놔도 죽지 않은 점도 있었고요. 사실 전원 페이즈는 더 많이 우겨넣은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나온 시점이 좀 됐다 보니 USB 3.0/SATA3 단자가 없습니다. 세이버투스는 따로 컨트롤러 넣어서 둘 다 온보드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두 개씩이지만 그게 어딘가요.
일단 테스트를 좀 해봤습니다.
시스템 구성은 논오버 i7 950(3.06GHz)/4GBx3 RAM/GeForce GTX 1050 LP/S850 Pro 256GB/Seasonic SS-500ET.
CPU-Z 점수는 i7 2600K의 1686점보단 못합니다. 4790K와는 크게 벌어집니다.
일반 불공격 점수는 이랬습니다. GTX 670 보는 느낌이군요.
4.1GHz 언저리로 오버하니까 좀 나아졌습니다. 2600K 기본 클럭보단 낫군요.
PUBG는 1680x1050해상도에 옵션을 깔 대로 까내리고 60~80FPS선에서 사람이 할 수준이 됨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끝~ 이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4코어로는 별로다 싶어서 6코어 CPU를 찾아봅니다.
일단 980XE/990XE는 매물이 있어도 지금 돈주고 사긴 좀 아니다 싶은 수준이라 패스하고, X5690도 거기에 맞먹어서 넘어가고, X5650은 지금 쓰긴 좀 그렇고... 해서 X5670이 당첨됐습니다. 배송도 하루만에 끝-.
3. X5670으로 테스트를 해봅시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왔습니다.
사진이 커서 리사이즈하는 와중에 찍어논 다른 사진들을 아무 생각 없이 지워버렸군요. 덕분에 깔끔하게 넘어가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냥 넘기긴 좀 그러니까 다시 꺼내다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테스트하던 시점에는 메인보드 받침대로 ZBOX 상자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바다 2010 쿨러는 방에서 굴러다니던 걸 재활용.
스크린샷은 남겨놔서 다행이군요. X5670의 기본 클럭은 2.93GHz입니다.
기본 클럭의 점수는 950 오버한 것보단 약간 낫습니다. 피직스 스코어는 별 차이 없군요.
하지만 CPU-Z에서의 멀티스레드 점수는 확실히 좋고요. 그럼 오-바클럭을 해봅시다.
사실 X58 계열에서의 웨스트미어 제온들의 오버 정보는 국내에서 극히 적은 편이었는데 마침 몇 년 새에 어느 고마운 분께서 좋은 팁을 써주신 덕에 쉽게 진행한 편이었습니다. 특히 CPU 인가전압을 1.5V 넘게 줬다는 점에서 뜨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1.35~1.38 정도로만 생각하던 제가 안일하다고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몇 번의 문제는 있었던 관계로(부스트클럭이 4.2GHz대로 고정돼서 스피드스텝을 꺼야 했다던가, 웨스트미어 제온은 등급별로 배수락이 다르게 걸려 있다던가 등) 삽질을 좀 해야 했습니다.
불공격 점수는 확실히 올랐습니다. 당장 피직스 점수가 950보다 50%는 올랐군요.
이렇게 4.7GHz(!)를 먹여버리면 라이젠 5 1600의 기본 클럭과 같이 놀...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점수는 최대치일 뿐, 같은 벤치를 반복하면 점수가 쪼그라들어 버립니다. CPU 클럭 역시 4.7GHz까지 뽑아내다가 일정시점 이후 4.2GHz까지 떨어지는 걸 확인. 발열 혹은 전압 관련 문제로 보입니다. HWMONITOR에서 표시되는 의외로 CPU 자체의 온도는 50~60도 정도인데 이게 센서 오류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전압이 강하한다던가 칩셋에 무리가 온다던가 파워가 파업을 하려고 한다던가(...하고 보니 이거 시소닉 500W군요). 더 해보다가 시스템이 뻗어서 더 이상의 오버클럭은 종료, X5670의 오버 적정선은 4.2GHz 정도로 판단하고 테스트를 끝내기로 했습니다.
해서 6195점으로 타협. 배그 스샷은 못 찍었지만 1080p에서 역시나 최하옵에 가까운 설정에서 60~100FPS로 사람이 할 수 있는 프레임이 나왔습니다.
4. 그래서 지금도 쓸 만한가
개인적으론 그렇다고 봅니다. 최상위 클럭(3.46GHz)의 i7 990XE의 경우 4.2GHz 정도로 3930K랑 딱히 다를 게 없는 성능이 나왔기 때문에 비슷한 클럭의 6코어 CPU들이라면 지금도 쓰는 데 무리는 없다고 봅니다. 테스트에선 1050으로 진행했지만 더 좋은 VGA(GTX 1060 정도)를 쓰면 게임을 하기에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좀 복잡한 조건이 붙습니다. CPU 구하기는 의외로 쉽고(X5670은 아직 옥션에서도 6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어요) DDR3 램도 그렇고 SATA SSD도 그냥 사다가 쓰면 됩니다마는... 그놈의 보드가 일단 발목을 잡습니다. 일단 매물이 나오느냐부터가 문제고 그 다음이 이게 살 만한 가격이느냐가 그 다음이죠. X58 보드는 수요가 아직도 있는 건지 이상하게 프리미엄이 붙어서 팔리더라고요. 저도 세이버투스 세트가 12만 원이 아니었으면 계속 고민했을 겁니다(...). 그 다음은 USB 3.0 지원과 SATA3 지원의 문제인데 사실 서드파티 칩셋을 붙이지 않은 초기의 보드에서도 추가로 카드를 장착하면 가능하긴 합니다. PCI-E 레인이 36개라 널럴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력소모의 문제는 간과할 수가 없는 것이,
X58 플랫폼의 전력소모는 뭐 말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X5670의 기본 TDP가 95W이긴 하지만 그건 기본 클럭일 때의 얘기고, 오버클럭을 위해 퍼먹여줘야 하는 전압+원래부터 높은 X58 칩셋 자체의 전력소모까지 합하면 쉽게 넘길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자료를 뒤져보는데 영 딱 맞아떨어지는 결과는 없지만 990XE 4.6GHz 시스템의 전체 로드 전력이 490W까지 나온다는 차트는 있군요). 이것보다 나은 라이젠 5 1600의 기본 TDP가 65W니까 따져보면 답은 라이젠쪽이 훨씬 더 가깝죠.
종합해 보면 시간 남고 할 일 없고 부품을 운좋게 구하게 되거나 쓸데없이 이런 거에 집착하는 성격이 아니라면 현재로썬 그 매력은 그다지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뭐 저처럼 심심풀이 겸 추억에 빠져 굴려보는 것도 좋겠지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밀가루 2천 원어치만으로 근사한 저녁 차리는 법이요? 집에 남는 캐비어나 이베리코 흑돼지로 만든 생햄 정도는 있으시죠? 오늘은 그걸 꺼내서 같이 요리를 해볼 거에요~' 수준의 테스트나 마찬가지라는 느낌.
2700K를 순정으로 그럭저럭 쓰고있는 입장에서, 성능이 그 이상 나온다면 (게다가 6코어라면) 장수만세 반열에 앞으로 몇년은 더 남아있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