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은 엔비디아(지포스)와 AMD(라데온)의 그래픽카드를 두가지 한꺼번에 꽂아 쓰는 것을 뜻하는 일종의 은어(?)입니다. 스타2에 나오는 프로토스반 저그반 한마리 셋트를 혼종이라고 했었는데 그게 마침 딱 알맞았던거죠.
암튼 혼종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과거엔 라데온에서 지포스의 물리 효과인 피직스(Physicsx)를 사용하기 위해 피직스 전용 카드를 달았었어요. 그러니까 라데온이 주력카드고 지포스가 서브카드인 셈이죠.
최근에는 거의 반대입니다. 우선 피직스는 사장되다시피해서 더이상 지포스 서브카드가 필요하지 않게되었습니다. 또한 지포스의 성능이 라데온보다 잘나오는 시즌이 길게 유지되면서 보통 지포스가 주력카드로 가고, 라데온을 서브카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라데온을 왜 서브로 쓰냐고요? 플루이드 모션 때문입니다.
플루이드 모션은 낮은 프레임 영상을 모니터 주사율에 맞춰서 프레임 보간을 해주는 기능입니다. 사실 플루이드모션 외에도 프레임 보간을 해주는 소프트웨어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유료거나(플루이드모션은 지원가능카드만 있으면 무료), GPU가 아닌 CPU로 보간하거나(CPU점유율이 높음), 보간방식에 차이가 있어 취향이 갈리거나 해서 혼종까지 오게 되는것이죠.
저의 경우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이용해서 프레임 보간을 해주는 드미트리 렌더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엿같은 정품인증 정책(시키는 절차대로 비활성화하고 재 활성화를 시도했으나 라이센스가 증발함) 때문에 질려서 그냥 혼종을 구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럼 먼저 어떤카드를 쓸지 정해야하는데, 타겟 성능을 4K 24,30 → 60프레임 보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보니 대략 RX460, RX560급이면 되겠더라고요. RX 400, 500시리즈의 엔트리카드는 RX550 이지만 얘는 60프레임 방어가 안된다고 해서 선택지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때 기글에서도 검색좀 해봤는데, 다들 굇수분들밖에 없더라고요...
https://gigglehd.com/gg/4635358
https://gigglehd.com/gg/8503156
https://gigglehd.com/gg/968668
참고로 RX560의 경우 리비전이 굉장히 지저분합니다. 처음 나온 칩은 SP가 1024개였지만 AMD가 잠수함패치를 통해 896개짜리로 바꿔놨습니다. RX460과 동일칩셋인데 RX560으로 팔아먹은거죠. 그래서 제조사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뒤에 14CU(896SP)라고 표시해주기도 했습니다. 자매품 RX560D도 있는데, 얘는 RX460을 리네이밍한 녀석입니다.
그럼 제가 가져온 카드는? RX560 14CU짜리입니다. 애초에 중고장터에선 그런 구분을 하는 사람도 드물고 RX460성능도 괜찮다고 해서 되도록 가로길이가 짧은 카드를 구매했습니다. 최선은 공간을 덜 차지하는 1슬롯 짜리 RX460이었는데, 단종된지 오래된데다가 중고매물도 없더라고요.
뜯어서 먼지청소하고, 써멀 재도포하고, 메모리에 써멀패드 붙이고 방열판을 결합한 상태입니다. 쿨러는..?
쿨러를 안달면 유사 1슬롯이 되기때문에 떼버렸습니다. 어차피 이걸로 게임할게 아니잖아요?
달아줬습니다. 딱 1슬롯만 차지해서 의도했던대로 아래쪽에 SATA 확장카드를 달 수 있었습니다. RX560 고정브라켓이 2슬롯짜리라서 확장카드 고정브라켓은 분리했네요. 전체 슬롯을 가로지르는 선은 무선랜에 연결하는 블루투스 선인데 길이가 짧아서 일단 저렇게 연결해뒀습니다. 아마 무선랜을 글카 2개 사이로 옮겨야 선정리가 될듯..
애초부터 팬리스로 나온 제품은 아니라서 아래쪽에 80mm 팬을 하나 뒀습니다.
부팅해보니까 인식은 잘 되네요. PCIe 대역폭을 공유하기 때문에 1080Ti는 8배속으로 내려갔고, 마찬가지로 RX560도 8배속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Gen3 x8정도 대역폭이면 2080Ti도 성능상 손해가 없기때문에 https://gigglehd.com/gg/hard/3592765 고민없이 혼종이 가능했습니다.
아이들 온도는 1080Ti쪽이 더 낮습니다. GPU-Z가 버전업을 많이하더니 보이는 정보가 이것저것 늘어났네요.
카탈리스트는 최신버전을 설치했습니다. 그사이에 UI가 새롭게 변했군요.
라라랜드를 자연스럽게 권하는 암드..
설정(오른쪽 위 톱니바퀴) > 비디오 > 사용자 정의 > Fluid Motion Video 옵션을 활성화 하면 됩니다.
플루이드 모션 외의 기능은 안쓸거니까 단축키는 전부 해제해줍니다.
마찬가지로 환경설정에서 인게임 오버레이와 아래에있는 항목들도 전부 꺼줍니다.
이후 Bluesky Frame Rate Converter https://bluesky-soft.com/en/BlueskyFRC.html 를 설치하고
팟플레이어에서 설정 > 코덱/필터 > 전역 필터 우선 순위 > 외부 코덱 추가 > 설치경로(exe 설치의 경우 Program Files\Bluesky ... , zip 설치의 경우 압축을 풀어준 경로)에 가서 BlueskyFRC32 또는 BlueskyFRC64 (팟플레이어 버전에 맞춰 선택) 해주면 위와같이 필터 목록에 뜹니다. 선택해서 우선순위를 최우선 사용으로 체크하고 적용하면 됩니다.
그 다음에는 BFRC를 켜서 GPU를 라데온으로 설정되어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이미 라데온 카탈리스트에서 플루이드모션을 활성화 했지만, 혹시나 해서 Enable AMD Fluid Motion 버튼도 눌러줬습니다.
AFM Mode는 프레임 보간 방식을 뜻하는데, Mode1은 원본2 + 보간3, Mode2는 원본1 + 보간4 조합입니다. Auto 모드도 있는데 저는 취향이 Mode1이라서 선택을 해줬습니다.
4K 30FPS 영상을 찾아서 틀어보니 제대로 보간이 잘 되네요. 목표했던대로 60프레임 방어가 잘 됩니다. Mode2가 부하가 좀더 높은 설정이라 Mode2로도 테스트해봤는데, 역시 60프레임 방어는 잘 되네요.
하지만 쿨러를 떼어버렸기 때문에 온도가 쭉쭉 오릅니다. 10분정도 틀었더니 90도를 찍어버리네요. 라데온은 살기위해 애타게 쿨링팬을 찾았지만 없죠? 역시 사람들이 괜히 1슬롯을 찾는게 아닙니다. 꺼놓고 아까 아래에 대줬던 80mm 쿨링팬을 히트싱크에 붙여주니 다행히 70도에서 온도가 안정화되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