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임베디드 프로그램 코드를 저장하는 용도로 STMicroelectronics가 개발한 상변화 메모리(PCM). 실리콘 다이의 레이아웃 도면이며 용량은 16MB(128Mbit)로 마이크로 컴퓨터용 메모리 중에선 꽤 큽니다.
SoC (System on a Chip)와 마이크로 컨트롤러(MCU)에 탑재되는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임베디드 플래시)를 대체하는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 개발이 활발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임베디드 플래시는 전용 트랜지스터에 높은 전압을인가해 데이터를 갱신하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원칙적으로 미세화가 어렵습니다. 즉, 로직 트랜지스터의 가공 기술을 줄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65~40nm기 임베디드 플래시 미세화의 현실적인 한계입니다.
28nm 기술은 물론이고 22nm, 16nm, 10nm 기술의 로직 트랜지스터 기술에 적용 가능한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유력 후보로 큰 주목을 받는 것이 임베디드 MRAM(자기 저항 메모리) 기술입니다. 기억 소자인 자기 터널 접합 (MTJ)를 금속 다층 배선의 제조 공정으로 생성해, 트랜지스터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며 어떤 트랜지스터 기술이건 대응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임베디드 MRAM의 개발을 이끄는 회사는 주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첨단 기술 파운드리, 즉 TSMC,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 인텔이 모두 임베디드 MRAM을 개발 중이며 일부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2018년 12월에 열린 IEDM에서 그 내용이 일부 공개됐습니다. 우선은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노리는데, 이 분야는 필요로 하는 동작 온도가 매우 높습니다. 125도, 심지어 150도도 필요합니다. 반도체 디바이스는 고온에서 열화가 심해지며 속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자동차용 반도체엔 첨단 제조 기술이 요구됩니다.
상변화 메모리에서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의미
최첨단 로직을 목표하는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후보로는 MRAM 외에도 저항 변화 메모리(ReRAM)와 상변화 메모리 (PCM) 기술이 있습니다. 임베디드 ReRAM은 자동차는 아니나 64KB (512Kbit)의 소용량 ReRAM을 내장하는 마이크로 컴퓨터 (8bit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파나소닉이 상품화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1위 파운드리인 TSMC가 마이크로/SoC 용 임베디드 ReRAM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이에 비해 마이크로/SoC에 임베디드를 목표로 한 상변화 메모리(PCM) 기술의 개발은 최근 거의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8년 전인 2010년 12월에 IEDM에서 마이크로 디바이스 업체인 NXPSemicondutors와 TSMC의 공동 연구 그룹이 임베디드 PCM 기술을 발표했던 게 마지막입니다. 여기에선 65nm 세대의 대량 CMOS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PCM 기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마이크로 컨트롤러 공급 업체인 STMicroelectronics가 갑자기 임베디드 PCM을 쓴 자동차 용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개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2월 4일 IEDM 학회에서 임베디드 PCM 기술과 임베디드 PCM을 넣은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기술 개발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0일에는 임베디드 PCM을 탑재한 샘플을 주요 고객들에게 출시한다고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업계에선 이를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상변화 메모리 PCM은 이론적으로 고온에서 신뢰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PCM은 칼코게나이드 합금 재료가 결정 상태와 비정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오가는 성질을 기억에 사용합니다. 결정 상태에선 전기 저항이 낮은데 이를 LRS라 부릅니다. 비정질 상태에선 전기 저항이 높은데 HRS라 부릅니다. 두 상태의 전기 저항 차이를 전류의 차이, 즉 데이터로 읽어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데이터의 리프레시 동작, 즉 결정 상태와 비정질 상태의 상태 변화에 고온 상태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결정 상태에서 비정질 상태로 상변화할 땐 펄스 폭이 짧지만 높은 전류를 가열 히트에 보내 칼코게나이드 합금을 가열합니다. 온도 변화가 매우 빨라, 빨리 가열되고 빨리 식습니다. 반대로 비정질 상태에서 결정 상태로 변화할 땐 펄스 폭이 길지만 낮은 전류를 가열 히터에 보냅니다. 이 때 온도는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식습니다.
PCM 데이터의 재기록 가열 온도는 200도를 넘습니다. 그러니 자동차 등급 0(G0)에 해당되는 150도의 온도에서도 데이터가 변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150도의 온도에서 장시간 방치되거나 반복되서 접하면 칼코게나이드 합금이 상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발표가 이번에 STMicroelectronics이 공개한 기술입니다.
150도의 온도 조건에서 40년의 긴 데이터 보존 기간을 확인
STMicroelectronics는 28nm 세대 FD SOI CMOS 로직을 기반의 자동차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기술을 국제 학회 IEDM에서 발표했습니다. 그 핵심은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프로그램 코드 저장용 메모리에 PCM을 썼다는 데 있습니다. IEDM의 발표에선 저장 용량이 16MB(128Mbit)인 실리콘 다이를 만들었습니다.
16MB(128Mbit)라는 용량은 마이크로 코드 저장용 메모리로선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양산중인 마이크로 컨트롤러 제품 중 임베디드 플래시 메모리의 최대 용량은 8MB입니다. 그리고 8MB 플래시를 내장한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제조 공정은 가장 작은 게 40nm입니다. 28nm로 16MB 양산이 시작되면 기존 기록을 갱신하게 됩니다.
STMicroelectronics가 개발한 임베디드 PCM 기술의 다시 쓰기 횟수는 메모리 셀 레벨이 10의 7승(천만번), 16MB 실리콘 다이에서 1만 시간입니다. 코드 저장용 메모리로선 충분합니다. 위 그래프의 가로는 재기록 횟수, 세로는 저항 값입니다.
임베디드 PCM 메모리 셀 단면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입니다. 어드레스와 제 1 금속 배선 사이에 기억 소자를 형성했습니다.
데이터 유지 특성을 주목할만 합니다. 메모리 셀 레벨에선 150도의 온도 조건에 40년의 긴 보존 기간을 확인했습니다. 16MB의 실리콘 다이에서 150도의 온도 조건에 120시간 동안 고온에 방치해도 열화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165도로 온도를 올려도 4년 간 문제가 없다고 전망됩니다. PCM의 고온 특성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데이터입니다.
16MB 실리콘 다이의 데이터 재기록 특성(오른쪽)과 고온 방치 특성(150도에서 베이킹 리셋 상태로 방치, 왼쪽). 재기록을 1만번 반복해도 열화가 조금 시작됐을 뿐입니다. 베이킹에선 120시간이 지나도 열화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또 6MB(48Mbit)의 PCM을 내장하는 32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 테스트 칩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테스트 칩은 STMicroelectronics가 상품화한 임베디드 플래시 저장 용량 6MB의 자동차용 32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비슷합니다. SPC58EE/PC58NEx와 스펙이 비슷합니다. 이게 테스트 칩이니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재설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6MB(48Mbit)의 PCM을 내장한 32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 테스트 칩. 리플로우 솔더링 내열성 테스트, 데이터 보존 테스트, 데이터 리프레시 수명 테스트 등 기본적인 신뢰성 테스트를 30개의 칩에서 실시한 결과 모든 칩이 정상임을 확인했습니다.
128Mbit 임베디드 PCM 다이에서 93.3%로 높은 생산 수율을 달성
IEDM 2018에선 STMicroelectronics 외에 다른 곳도 임베디드 PCM의 개발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Chinese Academy of Sciences CAS(중국 과학원)과 실리콘 파운드리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Corp)의 공동 연구 그룹과 다른 실리콘 파운드리인 TSMC가 제각각 임베디드 PCM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중국 과확원과 SMIC의 공동 연구 그룹은 40nm 벌크 CMOS 로직에 임베디드하는 PCM 기술입니다. 128Mbit의 대용량 임베디드 PCM 실리콘 다이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습니다. 웨이퍼 레벨의 제조 수율은 최고 93.3%로 매우 높습니다. 또 제품의 품질 인증에 필요한 신뢰성 테스트를 일부 실시해 좋은 결과를 거뒀습니다. 장기 신뢰성은 128도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 10년 간 데이터 보존이 가능했고, 10의 8승(1억번)의 데이터 리프레시를 반복해도 표준 셀에선 판독 마진에 눈에 띄는 열화가 없었습니다.
PCM 메모리 셀의 단면을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금속 배선 사이에 기억 소자를 만들었습니다.
128Mbit의 대용량 임베디드 PCM 실리콘 다이. 왼쪽은 평면도, 오른쪽은 다이의 현미경 사진.
프로토타입 실리콘 웨이퍼의 수율. 왼쪽은 리셋 동작(HRS 쓰기)의 수율, 오른쪽은 세트(LRS 쓰기)의 수율입니다. 수율이 100%인 다이는 자주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불량 다이는 웨이퍼 중앙과 테두리 일부에만 있습니다. 웨이퍼 제조 수율은 최고 93.3%에 달했습니다.
금속 다층 배선에 PCM의 기억 소자를 형성
TSMC는 40nm 벌크 CMOS 로직을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PCM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두 발표와 다른 점은 메모리 셀의 구조입니다. 기억 소자를 다층 금속 배선의 4층과 5층 사이에 형성했습니다. 이러면 로직 트랜지스터 기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FinFET로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셀의 장기 신뢰성은 다시 쓰기 횟수가 20만번, 데이터 보존 기간이 120도의 온도에서 10년입니다. 테스트 칩으로 용량 1Mbit의 실리콘 다이를 만들었습니다.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용량 1Mbit의 PCM 실리콘 다이 레이아웃.
지금까지 마이크로 컨트롤러/SoC의 미세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은 MRAM과 ReRAM이며, 그 중에서도 MRAM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있습니다. 그런데 PCM 기술의 프로토타입 용량이 16MB(128Mbit)로 임베디드 메모리 중에선 역대 최고를 달성,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임베디드 MRAM 기술의 최대 용량은 128Mbit까지 발표됐으며, 이것도 연구 그룹의 성과이지 실리콘 파운드리의 발표는 아닙니다. 그 전까지 임베디드 MRAM의 용량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40Mbit(5MB)가 전부였습니다. 즉 현재 양산중인 마이크로 컨트롤러 임베디드 플래시의 최대 용량인 64Mbit(8MB)를 넘지 않았습니다.
임베디드 PCM 기술의 화려한 등장은 차세대 마이크로 컨트롤러/SoC의 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의 행방을 흔든 사건입니다. 당분간 기술 개발이 어떻게 되는지를 두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