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 상단 링크 참조.
마우스 휠이 잘 안 굴러가는 관계로, 로지텍 G402를 분해하여 고쳐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단 링크에 있는 이전 글 참조.
맨 먼저, 위의 링크글에 나오는 다른 분들의 조언대로 BW-100 접점부활제를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이마트의 DIY 코너에서 판다는 정보가 있어 직접 가봤더니, 매대에 딱 1개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14,500원.
다음으로, 마우스 상판과 하판을 결합하고 있는 나사들을 숨기고 있는 테플론 피트를 떼어내어야 합니다. 총 4개의 테플론 피트를 떼어내고 5개의 나사를 풀어야 합니다. 저는 흔한 커터칼을 사용하여 테플론 피트를 떼어내었습니다.
테플론 피트를 떼어내고 나면, 테플론 피트를 떼기 쉽게 만들어진 홈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떼어내기 전에 알아두면 좋겠지요.
그런데, 나사를 풀려고 하니 제가 가지고 있는 싸구려 정밀 드라이버로는 여기에 사용된 나사를 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싸구려 정밀 드라이버 세트는 +나사용 2종, -나사용 4종으로 구성된 물건인데, +나사용으로는 제일 작은 #0짜리를 사용해도 마우스에 사용된 나사 위에서 자꾸 헛돌기만 하고 -나사용 중 제일 작은 물건을 사용했을 때도 나사 끄트머리의 일부가 나사머리 밖으로 튀어나와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나사산을 뭉개버릴 것 같더군요. 구입 당시에 2천원인가 3천원 주고 산 물건이라 큰 기대는 없었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문했습니다. 예전에 기글에서 봤었던 샤오미 wiha 24종 정밀 드라이버 세트. 이전에 낄낄님도 구입하셔서 간단히 리뷰한 물건입니다만, 이 정도 되는 물건이면 이렇게 어이없지는 않겠지 싶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샤오미가 이 제품을 판매하는 가격인 99위안은 한국 돈으로 약 ₩16,500원 정도인데, 현재 한국의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이 제품의 최저가는 배송비를 제외하고 ₩17,500원입니다. 배송비를 더하면 ₩19,700원.
이 제품이 지원하는 나사 규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케이스 상단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수납된 드라이버 세트를 꺼낼 수 있으며, 최대 2 N·m의 토크까지 견딜 수 있는 모양입니다.
케이스 뒷면에는 중국어와 영어로 제품 사용 전 반드시 (분해할 물건의) 전원을 분리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앞뒷면에 각각 중국어로 뭐라고 쓰여 있는 카드가 하나 나오던데, 그건 생략합니다. 아마도 A/S 관련 내용인 것 같더군요.
드라이버 본체 및 24개의 드라이버 비트. 여기서 PH00 규격의 비트를 골라서 사용해 보니, 허무할 정도로 쉽게 나사가 풀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PH0 규격으로도 시도해 봤는데, 역시 잘 되더군요. 결론은, 드라이버가 허접하면 규격이 맞아도 나사가 쉽게 안 풀릴 수 있다는 겁니다. 역시 공구는 좋은 걸 써야 해요.
그렇게 해서 드디어 마우스 밑판을 땄습니다. 안을 잘 들여다 보니, 먼지가 상당히 쌓여 있네요. 특히나 광학식 휠 인코더를 보니, 표면에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게 휠 오작동의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마우스 상부는 아예 물에다 담궈 씻은 다음 물기를 잘 털어 두세 시간 정도 말리고, 마우스 하부는 가지고 있던 먼지 제거제로 먼지를 털고 알콜을 묻힌 면봉으로 휠 인코더를 닦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보관하고 있던 테플론 피트를 다시 잘 붙여줍니다. 테플론 피트를 붙이지 않으면, 마우스를 움직일 때 뭔가 수평이 안 맞아서 덜걱거리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한 번 떼어낸 정도로는 아직 접착력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우스 내부를 청소해 줬더니, 휠은 이제 잘 돌아갑니다만… 어째서인지 왼쪽 버튼이 간헐적으로 더블클릭되는 증상이 새로 생겼습니다. 테플론 피트를 도로 붙일 때까지만 해도 눈치를 못 채었지만, 이후에 이 글을 쓰고자 사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왠지 더블클릭이 실수치고는 잦은 것 같아 이전 글에서 했던 것처럼 웹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를 통해 클릭 이벤트를 관찰해 보니 간헐적인 더블클릭 증상이 있더라고요. 아니 이건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 혹시 조립 실수인가? oTL
그리고, 접점부활제를 사긴 샀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뜯지도 않고 있었네요. 이건 이대로 보관해 둘지, 아니면 마트 영수증을 찾아서 도로 환불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금 돈이 쪼달리기도 하고, 접점부활제와 정밀드라이버를 구매하는 데 쓴 돈만 합쳐도 마우스 하나를 새로 살 만한 돈인지라…
추가 :
일단 마우스를 도로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한 다음,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을 각각 100번씩 눌러서 확인해 보니 더블클릭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최초 재조립이 뭔가 잘못되었었던 모양이네요. 접점부활제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그냥 환불. 영수증을 안 버려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오래 쓰다보면 마우스 케이스나 버튼 위치가 미묘하게 변형이 온다고 해야하나.. 버튼이나 휠을 아무리 갈아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소모품이라고 생각하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