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됐고 뭔가 지르고는 싶은데 마침 월급도 앵꼬날 시기라 비싼 거 사긴 그렇고 뭐 없을까... 뒤적거리다가 스틱 PC가 생각나서 보다 보니 20만 원 들어가는 물건들은 심리적 방어로 인해 패스... 를 하고 영 탐탁찮은 상태였는데 마침 PI225가 눈에 띄더라고요. 기존에 원격제어용으로 쓰던 박살난 바이오 Z 캔버스(...)를 자리이동으로 철수하는 김에 좀 더 작은 걸 써볼까 하고 일단 구입.
ITX PC만한 박스에 담겨 왔습니다. 정말로 2.5인치 디스크보다 약간 작은 정도. 두께는 살짝 더 두껍습니다.
구성품으로 본체/C 타입의 젠더(HDMI 포트와 2개의 USB 포트가 있습니다)/어댑터/국가별 콘센트 모듈/설명서/복원용 DVD가 들어 있습니다. 세팅할 때는 추가 USB 허브랑 무선 마우스에 바이오 Z에서 쓰던 키보드를 유선으로 연결.
윈도우 10 홈 버전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따로 OS를 구하거나 설치해야 하는 귀찮음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군요. 초기 세팅은 영문판 베이스로 설치돼 있어서 데스크탑으로 진입한 후에도 영어로 표시되는 일부 메뉴들이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워낙 느려서 제발 기다려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받은 물건의 윈도우 버전이 1703이었고 그래서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32GB의 스토리지 한계로 업데이트를 못 하겠다고 배짱을 튕기는 바람에 결국 새로 설치해야 했습니다. 그나저나 프로 버전으로 설치할랬더니 설치할 때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홈으로 깔려 버리는군요.
사양은 아폴로레이크 셀러론 N3350, 4GB RAM, 32GB eMMC 스토리지가 되겠습니다. 무선 칩셋(무려 인텔!)에 블루투스까지 가능한데 사운드 칩셋은 없군요. 하긴 출력단자도 없고.
TYPE C 포트가 두 개라 디스플레이+USB 포트 확보용으로 하나 써도 하나가 더 남습니다. 이쪽 단자로 전원 입력이 되는지는 모르겠군요. 어차피 전원을 위한 5핀 단자가 따로 있으니 그냥 주는 대로 쓰면 될 듯.
굳이 PI225를 선택한 건 OS 포함에 4GB 램이 달린 게 메리트였긴 한데... 실성능을 보자면 좀 처참합니다. 패스마크에서는 N3350의 스코어가 1100점댄데 베이트레일보다 좀 낫겠구나... 싶지만.
그건 함정입니다. 원래 1.1GHz에서 2.4GHz까지 부스트가 걸려야 하는 물건이 PI225에선 800MHz~1.1GHz로 동작합니다. 패스마크 성능만 보면 2007년에 나온 U7600 수준. 이쯤 되니 뭔가를 하려고 더블클릭만 해도 마우스 움직임이 멈칫멈칫 합니다. 유튜브로 1080P 영상 틀어놓고 다른 짓을 하면 안 되는 정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검색을 좀 하다 보니 바이오스에서 클럭 고정을 풀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원래대로라면 Features 항목에 CPU와 관련된 온갖 옵션을 건드릴 수 있게 돼 있지만 제가 받은 물건엔 그냥 CPU 정보만 확인할 수 있는 메뉴가 딱 두 개 나옵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인가... 하고 찾다 보니
Linus Tech Tips에서 그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더군요. 클럭 제한을 풀면 부하가 걸리면서 시스템이 꺼져버립니다. 그럴만도 한게 이 SSD 만한 PC에는 별다른 쿨링 수단이 없거든요. 해당 영상의 바이오스는 처음 출고될 당시의 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8년 1월자 바이오스엔 해당 메뉴가 싹 사라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뭐 아쉽긴 합니다마는... 재미로 산 거기도 하고 실제로 사용할 일이 있다면 다른 컴퓨터에 원격제어로 붙일 멍텅구리 터미널로 쓸 요량이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앞서 유튜브 얘길 했지만 그 정도의 비트레이트를 가진 영상은 충분히 재생가능합니다. 물론 딴짓을 하면 안 되겠지만. 4K 60fps도 가능하다는데 별로 기대는 안 합니다. 일단 소리가 안 나오잖아!
...아무튼 장난감 혹은 미디어센터 정도로는 충분히 가치가 있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놈의 회사에서 감사 준비할 때마다 디스크를 대량으로 교체하거나 원격제어용 PC를 따로 두거나 돈 좀 있으면 노트북을 쓰거나 하는데 그딴 거 집어치우고 이런 거 던져주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네요. 여차하면 바로 빼서 주머니에 넣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