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혐오감이 느껴질 수 있는 비위생적인 사진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Logitech G1 옵티컬 게이밍 마우스는 명작으로 칭송받던 MX300의 후계기이자 MX510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G 시리즈 마우스입니다. 오늘날 Logitech G 시리즈는 게임용 주변기기 대표주자 중 하나인데 G1은 그 시작을 알린 신호탄입니다.
G1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보인 것이 2005년 7월입니다. 벌써 12년이 넘는 세월입니다. 그런데도 수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고 G102라는 G Pro를 기반으로 한 보급형 아닌 보급형 제품이 나와서야 진정한 G1의 후속작이라는 이명과 함께 Logitech의 대표 마우스 자리를 물려줄 정도로 장기집권하였습니다.
<사진 1 - 출처> Logitech G1 옵티컬 게이밍 마우스
이번에 제가 소개하는 제품이 바로 'Logitech G1'입니다. 10년도 넘은 물건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찾아보면 널려있는 흔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고장입니다.
마우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자주 생기는 문제 중 하나가 휠 고장입니다. 분명 휠 작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 해보면 제대로 인식이 되지 않는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아래 영상처럼 말입니다.
<영상 1> How to fix mouse wheel scrolling problem
증상이 있을 때 미리 촬영부터 해놨어야 했다는 걸 지금 글을 쓰면서 느낍니다. 제삼자의 영상을 예시로 글을 쓰다 보니 괴리감이 조금 존재합니다. 반사적으로 "이건 찍어야 해!"라는 자세가 몸에 익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상 2> G1
모든 전자제품이 정상 작동을 하지 않을 때 가장 처음 알아보아야 할 것은 사용법이고 그다음은 관리법입니다. 제 기억으로 구매 이후로 마우스를 단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었고 사후관리 기간은 끝난 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분해 과정이 잘 보이는 영상이 찾았습니다.
<사진 2> 분해 결과
구형 기기라 그런지는 몰라도 구조가 단순해 분해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영상에서는 선 연결을 해제했습니다만, 저는 유달리 선을 뽑는 것에 겁이 많은 편입니다. 힘 조절을 잘못해서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겁니다. 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There is more than one way to do it."
어떠한 일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 펄(Perl) 창시자 래리 월(Larry Wall) -
그래서 저는 그냥 선은 두고 나사들을 모조리 풀어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 마우스는 옴론(Omron) 스위치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원가 절감 차원으로 타사 부품으로 바뀐 적이 있어 개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들었는데 다행히도 제 G1은 태생부터 옴론입니다. 반면 휠은 가느다란 철사들이 지탱하는 것들 보고 좀 놀랬습니다.
<사진 3> 휠이 해체된 밑판
세월의 흔적은 처참했습니다. 센서가 눌어붙어버린 먼지에 막혀 휠을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불어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아 밑판은 아예 무자비한 물청소를 시켜주었습니다.
<사진 4> 해체된 휠
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부에 먼지가 한가득합니다. 고무 부분은 빼서 물에 씻고 나머지 부품들은 긁고 털어냈습니다. 휠에 달린 철사와 저 용수철 모양의 철사가 휠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걸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영상이 없어 나중에 재조립할 때 제법 애를 먹였습니다.
<사진 5> 기판
그래도 기판은 양호한 편입니다. 휠 부분에 먼지가 좀 있고 위쪽 뚜껑에도 휠 부분에 먼지가 끼어있어 닦아주기만 하면 될 정도입니다. 다만 청소할 자세가 안 나오는지라 나사를 풀고 진행했습니다.
<사진 6> 청소 후
여기서도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청소 후 말끔해진 내부 사진을 깜빡한 겁니다. 이제 다 끝난다는 마음에 얼른 치우고 쉬어야지 했더니 어느새 G1이 조립되어 있었습니다. 뭐 그래도 멀쩡하게 살아났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닐까요?
하고 스크롤을 내리니 오우야...
키보드도 5년쓴거 열어보니까 장난 아니더라고요
주변기기는 소모품 취급이 맞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