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재미를 위해 명일방주 3주년 기념 이모티콘을 삽입했습니다. 귀엽습니다.)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아이비브릿지 시스템이 있습니다. 대충 남는 SSD와 GTX 970 하나 넣어서 거실에 뒀다가, 기글산 하스웰 ITX 보드셋을 구해온 뒤로는 필요가 없어져서 지인에게 쓰라고 줬었죠.
대충 1년 반 정도가 지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물론 비용은 받고요. 대충 대화가...
CPU가 너무 오래됬으니 최신으로 바꾸자 -> 메인보드도 바꿔야 한다
메인보드 바꾸면 메모리도 바꿔야 하네? -> 그럼 거의 새 건데?
그럼 이 참에 그래픽 카드도 바꿀까? -> ? 뭐... 상관은 없는데 파워가 조금 그렇지 않나
그럼 그냥 다 새 걸로 사자 -> ???
그렇게 섀시 빼고 거의 모든 부품을 다 바꾸게 되었습니다. 뭐, 어중간하게 한 두개 바꿀 바에야 이게 맞긴 한데...
보통 지인들에게 컴퓨터 부품 교체 의뢰가 들어오면 돈 아끼려고 몸을 비트는 경우가 대다수라 오랜만에 참신한 충격이었습니다.
도구 준비 ok
약통 (aka 나사통) ok
CPU는 인텔 i5-3570에서 라이젠 5 5600X로 교체했습니다.
4C/4T가 순식간에 고클럭 6C/12T로 올라가니 가장 큰 체감 성능 차이가 있겠죠.
보드는 기가바이트 GA-B75M에서 ASUS 터프 게이밍 B550M-PLUS으로 교체했습니다.
인텔 칩셋의 TUF 모델에 비해서는 꽤나 구성이 염가형이지만, 일단 가격차이도 있고 플라스틱 IO 방열판이야 있으나 마나니 딱히 신경쓰이지는 않습니다. 5600X 정도면 차고 넘치는 사양이겠죠.
애초에 제가 고른 모델이 아닙니다.
CPU 쿨러는 PCCOOLER GI-X4에서 딥쿨 AG620으로 교체했습니다.
딥쿨과 써멀라이트가 요즘 공랭 쿨러를 참 잘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딥쿨의 네모네모한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어쌔신 4가 빨리 출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기존의 GI-X4 쿨러는 단종되었는데, 풀 네임은 PCCOOLER GI-X4 CORONA 입니다. 이것 때문이지는 않...겠죠? 은은하게 들어오는 파란 헤일로 링이 나름 이쁘다구요.
써멀 구리스는 동봉된 것 대신 집에 남아도는 써모랩산 M2로 대체합니다.
정가 주고 사기엔 조금 아까우면서도 이거만한 가성비 써멀은 없다고 생각해요. 오래 가고 성능도 괜찮고.
요즘 CPU 쿨러는 조립성이 참 좋습니다. 지지대 세우고 구리스 바르고 나사 조이고 끝.
이런 커다란 쿨러를 장착할 때는 메모리를 먼저 보드에 끼우고 나서 하는 것이 편합니다. 나중에 쿨링팬 빼기 귀찮거든요.
메모리는 DDR3-12800U 8GB*2에서 DDR4-3200AA 16GB*2로 교체했습니다. 웃긴 사실은 "32GB라니 넉넉하게 쓰겠다" 라고 했더니 "16GB 아니었어?" 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너무 싸서 8GB 메모리인줄 알고 담았다네요.(...) 램은 언제나 다다익램이죠.
케이블은 잘 정리해서 안쪽에 넣어 줍니다. 대충 던져놓으면 언젠가 상단 팬에 갈리더라고요.
파워 서플라이는 마이크로닉스 클래식 II 500W에서 클래식 II 600W로 교체합니다.
보급형 중의 보급형 파워라 그게 그거 아닌가... 싶지만서도 1세대 모델보다는 지금 나오는 풀 체인지 모델이 조금이나마 더 안정적이긴 합니다. 그래픽 카드 바꿀 겸 해서 같이 바꾸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 브론즈다! 스탠다드 아니다!
그래픽 카드는 지포스 GTX 970에서 GTX 1660 SUPER로 교체합니다.
아직도 새 생산품이 나오는 것이 놀랍고, 가격도 정가 그대로 받아 드시는 것에서 두번 놀랐습니다. FHD 해상도 게임에서는 1660이나 2060만한 물건이 또 없긴 하죠. 70 라인업을 40~50 주고 사던 시절에 익숙한 저는 그래픽 카드 하나 사는데 100만, 200만이 우습게 들어가는 요즘 세상이 참 무섭습니다. 빨아먹는 전기와 내뿜는 열도 무서워요.
SSD는 컬러풀 SL160을 떼고 MX500으로 교체합니다. 이건 그냥 남는 거 달아주는 거라서 볼드 처리는 안 했습니다.
240GB SSD (OS) / 240GB SSD / 1TB HDD 구성이 됩니다.
요즘에는 윈도우 설치하고 드라이버 잡고 게임 몇 개 설치하면 240으로는 택도 없더라고요. 사무용을 제외하면 최소 500GB 정도는 되어야 그런대로 쓰는 것 같습니다.
케이스는 기존에 쓰던 것을 그대로 활용합니다. 모델명은 Antec 팬텀 DP301M. 지금은 단종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좋지만, 미니타워라 M-ATX까지만 장착 가능하고 흡기부가 디자인 요소로 인해 다소 빈약할 뿐더러 전면의 쿨링팬도 기본 탑재품이 아니고 추가로 달아야 하기에 큰 인기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합니다. 요즘의 초고사양 트렌드에도 맞지 않죠. 실제로 판매량도...
그래도 섀시의 두께나 질이 가격 대비 훌륭하여 3080이나 4080 같은 걸 끼얹지만 않으면 지금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들어갈 것 같지도 않네요.
전면에는 아틱 P12를, 상단에는 집에 남아도는 아틱 F14 팬을 달아주었습니다. 팬 중앙에 붙어있는 스티커가 떨어져서 창고에 처박아 두고 잊었는데 역시 언젠가는 다 쓸 데가 있군요.
조립과정 1.
자세히 보시면 상단 배기 팬 위치가 조금 우측으로 옮겨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는 보드 케이블에 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딱 붙이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만족스럽지만 미니타워니 감수해야죠.
그런데 이 보드, SATA 포트가 4개밖에 없습니다.
뭐 요즘에는 M.2 소켓이 국룰이니 2개 줄은 정도야...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죄다 하단에 수직으로 붙어있네요. 케이스도 작아서 ㄱ자 케이블은 아예 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왜 이 말을 하냐면, 기존에는 전부 ㄱ자형이었거든요.(...)
결국 다시 창고에 가서 남는 직선형 SATA 케이블을 두 개 뜯어왔습니다. 남은 하나는 보드에서 징발했습니다.
조립 과정 2.
SATA 케이블과 PCIe 케이블을 한 곳으로 나오게 묶어 정리했습니다.
가조립을 끝내놓고 부팅 테스트를 합니다.
테스트용으로 쓰는 키보드는 무려 02년에 생산된 물건입니다. 얼마 전에 장터에서 수상하리만치 깨끗한 상태를 자랑하고 있기에 홀랑 집어왔습니다. 텅텅거리는 소리가 좀 나긴 하지만 여전히 쓸만합니다.
모난 곳 없이 잘 돌아가네요.
전면의 LED는 버튼으로 색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23년인데, 슬슬 CD 대신 USB를 넣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USB가 얼마나 활용도가 높은데요. 공짜 부팅 디스크로 쓸 수도 있고, 아무튼 좋습니다.
이제 뒷부분을 정리합시다. 일부러 분리해둔 나머지 스토리지도 연결하고요.
조립 과정 3.
강화유리를 덮기 전에 완성된 조립샷 한 번 보고 가시겠습니다.
- 끗 -
제가 쓸 물건이 아니기에 딱히 벤치마크를 돌려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쓰던 3570 + 970 조합보다 월등히 좋은 성능이니 가져가서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전달한 뒤 마무리 지었습니다.
맨날 ITX 사이즈만 만지작대다가 오랜만에 미니타워를 조립하니 참 편하네요.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클 수록 조립이 편하다는 사실을... 다음 부품 교체 시기가 오면 ATX 보드를 사야겠습니다. 메인 컴퓨터의 5800X가 구닥다리 취급받는 시대가 언제 올 지는 모르겠지만요.
*교체하고 남은 부품은 현재 등산로에 출품되었습니다. 와 3세대 보드셋 타이어보다 싸다!
02년 생산 키보드지만 생긴 건 그보다 더 오래되어 보이는군요. 윈도우 키만 아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