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쓰면서 생기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고, 어떤 경우간 항상 짜증을 수반하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론 가장 짜증나는 증상은 이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전원을 켜니, LED에 불이 들어오고 쿨링팬도 도는데 바로 꺼지는 증상"이요. LED가 없었을 시절에는 "쿨링팬만 잠깐 돌았다가 멈추는 증상"이라고 정리가 되겠죠.
새삼스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얼마 전에 겪어봤거든요. 그것도 새 시스템도 아니고 항상 쓰던거였어요.
AMD 라이젠 7 3700X https://gigglehd.com/gg/5201526
MSI MEG X570 갓라이크 메인보드 https://gigglehd.com/gg/5201838
아니 왜 잘 쓰던게...하고 생각해 보니, 변화가 없던 건 아니군요.
우선 그래픽카드 테스트 때문에 그래픽카드가 수시로 바뀌었고(이 문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겠지만),
하뉴나가 주신 파워 끼워본다고 파워도 꽂았다가 뺐고(계속 쓰지 않고 뺀 이유는 케이스 간섭 때문인데 이건 나중에 따로 쓸께요),
새로 산 케이스에 조립한다고 케이스도 바꿨고(중국 케이스를 3대째 샀는데 이번이 가장 형편없네요. 이것도 나중에)
CPU 쿨러를 새로 샀으니 쿨러도 바꿨고,
메인보드 글 쓴다고 CPU를 뺐다가 다시 끼우기도 했군요(https://gigglehd.com/gg/5441706 ).
이런 문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 '누드 테스트를 해 보라'는 거지요. 이번에 산 케이스가 워낙 말썽이라 케이스가 가장 의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우선 파워 케이블 연결상태를 확인 후 그래픽카드를 빼고 SSD를 빼고 메모리를 빼도 증상은 여전하더군요(이걸 모르는 분들이 은근히 있던데, 메모리가 없어도 켜지긴 합니다. 화면이 뜨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죠). 몹시 귀찮게도 케이스에서 메인보드를 들어내고, 혹시 몰라서 바닥에 두꺼운 박스도 깔아서 쇼트 안 나는걸 확인하고 테스트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이렇게 끝났으면 짜증나서 글도 안 썼을텐데, 지금은 정상 작동합니다. 결론은 CPU를 뺐다가 다시 끼우니까 잘 켜지네요. 라이젠이 어거지로 끼운다고 해서 켜지는 것도 아니고 분명 방향을 맞춰서 끼웠는데도 이래요. 겉보기엔 잘 끼웠어도 안에는 접촉이 불량했나 봅니다.
이런 증상을 보면 온갖 귀찮음을 무릎쓰고서라도 부품을 완전히 떼어낸 후 다시 조립하면서 테스트하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특히 CPU요.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