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들이 밝힌 대로, 하고 나면 뿌듯하고 성취감을 주는 보양식 같은 게임은 아닙니다. 오히려 씁쓸한 느낌을 줍니다.
충격적인 도입부로 시작해서 점점 불쾌해지다가 나중에는 좀 씁쓸한 기분이 들게 하네요.
여러면에서 언차티드4와 정 반대에 위치한 게임이에요.
영화 기생충같이 뭔가 착잡하고 응어리진 느낌이 들게 하지만
이전에는 해본 적 없고 뻔하지 않은 게임을 원한다면 꼭 플레이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은 씁쓸한 내용 때문에 포기하기엔 아까울 만큼 신선한 충격을 주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가 이 게임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 처럼요.
1편의 엔딩과도 연결되는 주제인데, 이 엔딩을 통해서 조엘은 선을 위해서 움직이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돌리고, 무고한 이와 결국에는 자신마저 희생시킬 수 있다는걸 보여줍니다.
전작의 엔딩이 2편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루고, 다른 인물들도 단순히 선하거나 악함으로 규정되는게 아니라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충격적입니다....
물론 1편의 조엘과 마찬가지로 엘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주기도 하고요.
유비소프트 게임같은 여타 작품들은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건 그러려니 싶었는데 라스트 오브 어스는 이런 불감증을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특히 엘리가 이렇게까지 행동하게 만드는 동기를 깊이 공감하고 몰입하게끔 만듭니다. 게임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렇게 깊이 이입해본건 처음입니다... 덕분에 말과 감정, 행동도 훨씬 더 와닿았어요. 그래서 충격도 더 강했고요. 만약 트레일러처럼 진행되었다면 몰입하기 힘들었올거에요.
플레이 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할때 게임이 이렇게 강렬할 수 있는 매체구나, 게임만이 가지는 장점이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나머지를 짚어보자면 배우들 연기가 참 좋았고 얼굴 그래픽이나 표정 애니메이션이 세밀해서 희미하게 드러나는 감정까지도 느껴졌습니다. 어크 오디세이나 와치독2 같은 유비겜만 해보다가 이런걸 보니까 정말 큰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연출도 대단합니다.
그래픽이나 모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후처리가 잘 되었고 특히 빛이 정말 자연스러웠는데, 디지털 파운드리의 분석에서는 플스에서도 레이트레이싱을 흉내내는 너티독만의 방식을 찾은 것 같다고 언급하던데 덕분에 그래픽이 좋았습니다. 그동안 레데리2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는데 라오어2의 세밀한 표현이 좋았습니다. 빛도 더 자연스러웠고요. 사운드는 입체적이고 공포감도 잘 살렸습니다...
게임성도 놓치지 않았고 레벨 디자인, 적 AI도 발각당했을때 서로 소통하고 엄폐물 사이를 이동하며 조여오는게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플레이타임도 생각 이상으로 충분히 길었어요.
전체적으로 기존 게임들이 보여주었던것을 한차원 끌어올렸습니다. 메타 95점이 아깝지 않아요. 젤다 야숨, 갓오브워4, 레데리2와 같은 명작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다소 거북할 수 있는 스토리도 소화해낼 수 있고, 기존 틀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원하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본문에 언급하신 유비게임의 전형적 예시인 오리진이랑 오디세이도 한참 하다가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레데리2 플레이하면서 뭔가 갈증을 해결해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그래픽과 오픈월드의 깊이감뿐 아니라, 스토리 진행과 연출에서 느껴지는 캐릭터 빌드와 감정표현, 스토리와 함께 진행되는 성격 변화에 대한 묘사들 때문이었는데..... 라오어2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