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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 엔터테인먼트 : 게임기, 게임용 주변기기, 콘솔, 휴대용 게임기, VR, AR, 게임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 소식, 플레이 소감, 스크린샷, 플레이 영상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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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91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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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회원님께서 복돌과의 전쟁 시리즈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리플을 써 주셨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렸던 시리즈입니다. 이걸 제가 고딩 때 썼던 글이니까, 거의 3년쯤 됬을걸요? 별 것도 아닌 테마인데 꼴에 시리즈물로 기획하였으나, 현생에 치이면서 잊혀졌네요. 이 커뮤니티 외에도 기타 소규모 카페 등에 같이 공유했던 글인데, 조회수도 많이 쌓이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구요. 위 댓글에 회원님을 포함하여, 제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전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글을 잘 쓰지는 못합니다. 스스로의 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흑과 백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죠. 필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고쳐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영어권 자료를 가져오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번역체는 꼭 해결하고 싶은 숙제이죠. 그렇지만, 저는 글을 씁니다. 여기가 필력이 좋은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디까지나 의미 전달만 되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은 마치 자동차 옵션처럼 선택사항일 뿐이죠. 신문에 사설을 투고하는 분들처럼 화려하고 풍성한 글을 작성하면 좋긴 하겠지만, 그게 필수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필력 향상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최소한 평균 이상의 필력을 보유하고 있더라구요. 온라인에서 수많은 글을 읽으면서 느낀 바거든요. 

 

각설하고, 지난 글은 전부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플3에 대해 다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현대적인' 게임 콘솔에 대한 글은 나중으로 미루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 사유가 무엇이냐 하니, 프로텍션의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7세대 콘솔을 기점으로, 기기마다 ID를 할당하여 콘솔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려면 항상 중앙 서버에 연결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습니다. 굳이 프로텍션 목적이 아니더라도, 21세기 들어 변화하는 게이밍 환경에 맞도록 온라인 접속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가 되기 때문입니다. 추가적으로 펌웨어 업데이트 기능이 표준이 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롬에 영구적으로 기록된 바이오스를 통해 게임을 구동하지 않습니다. 뚫렸다? 최신 기능이라는 당근과 함께 유저에게 펌웨어 업데이트를 강요하면 그만이 되었죠. 물리 매체를 중심으로 각각의 기기에서의 미인증 코드 구동 차단을 지향한 방법에서, 중앙 통제를 지향하도록 완전히 바뀐거죠. 새롭게 변한 온라인 중심 프로텍션 매커니즘에 대해 다루기 전에, 전통적 콘솔기기에 적용된 매체 중심의 프로텍션 매커니즘에 대해 먼저 다루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싶어서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옹호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정품 씨디를 직접 구매한 뒤 추출해서 구동한다면 편하겠지만, 하드웨어 제조사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어 최신 게임 콘솔은 위와 같은 기능을 포함하여 출시되기에 더 이상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게임 콘솔 해킹이 방탈출 퍼즐처럼 재미있으면서도 훨씬 더 실용적이라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거든요.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여 개발되는 고가의 콘솔 게임은 스팀 게임처럼 할인하기도 쉽지 않고, 뚫리기 시작하면 개발사가 적지 않은 손해를 보기에 강한 프로텍션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상식을 뛰어넘은 프로텍션이 하드웨어의 잠재적인 활용성을 제한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홈브류라는 개념이 탄생한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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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게임큐브는 명백히 실패한 콘솔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공했다고 보기에도 애매하죠. 게임큐브가 연구소 밖을 나왔을 때, 이미 세상에는 100%에 가까운 플레이스테이션 1 하위 호환률을 자랑하는 가성비 DVD 플레이어이자 고성능 게임기였던 플레이스테이션 2가 이미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고, 비록 플레이스테이션보다는 못했지만 PC와 유사한 초고성능 하드웨어를 무기로 헤비 게이머 비율이 높은 10대 - 20대 남성층을 Halo와 같은 화끈한 타이틀로 공략하여 차츰 인지도를 쌓아올리기 시작했던 초기형 Xbox 도 있었습니다.  이 두 종류의 고성능 게임기 사이에 애매한 성능과 부족한 기능을 갖춘 게임큐브가 설 자리는 애매했습니다. 

 

2002년이 끝날 무렵, Playstation 2에는 다름아닌 GTA라는 킬링 타이틀이 반사회성 논란을 등에 업고 초대박 히트를 치고 있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7세대 게임 콘솔에서 곧 표준이 될 온라인 접속 기능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게임큐브에는 특별한 기능도, 특별한 타이틀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닌텐도의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있었으나, 게임큐브용으로는 딱히 대박을 칠 만한 고퀄리티의 타이틀은 없었기에 1위와 2위 사이에 낄 만한 경쟁력을 갖추진 못했다고 평가받습니다.

 

물론, 폭망한 콘솔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성능과 기능이 떨어지고 타이틀이 부족하기는 했으나, <메트로이드 프라임> 이나 <슈퍼 마리오 선샤인> 과 같은 게임은 이른바 중박 이상은 쳤습니다. 또한 당시 세대의 휴대용 콘솔이었던 GBA 연결 기능과 게임보이 플레이어 그리고 네트워크 플레이를 위한 외장 모뎀을 지원하였다는 점은 괄목할 만 하며, 256kb의 대용량 L2 캐시 메모리를 갖추고 있는 485MHz의 IBM PowerPC 아키텍쳐 기반 CPU와, 초당 1200만 폴리곤을 처리할 수 있는 ATi 162MHz 그래픽 처리 유닛을 갖춘 게임큐브는 전세대 콘솔이었던 닌텐도 64 대비 상당한 기술적 진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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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6세대 게임 콘솔 중 유일하게 게임큐브가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이라면, DVD 재생 기능이 있겠습니다. 닌텐도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오직 게임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이에 따라 표준 DVD 규격 디스크가 아닌, 8cm 지름의 미니 DVD와 규격이 비슷한 게임큐브 전용 디스크를 사용하였습니다. 디스크의 용량은 1.2GB로, 세가 드림캐스트에 미디어로 쓰였던 GD-ROM과 유사합니다. PS2나 XBOX에 비하면 2배 이상 낮은 용량이었으며 당시 기준으로도 '남아도는' 용량은 아니었기에, 2장 이상의 디스크를 포함한 게임 역시 발매되었습니다.

 

DVD를 수정한 포맷이었기에, 물리적으로는 DVD와 동일한 규격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5-6세대 게임 콘솔과 비슷하게 게임큐브용 디스크에도 독자적인 복사 방지 패턴이 삽입되고 독자적인 포맷을 사용하고 있어, 게임큐브 규격의 디스크를 컴퓨터에 삽입하면 디스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한편, PC로 구운 백업 디스크를 순정 게임큐브에 삽입하면 게임큐브의 펌웨어 단에서 디스크 읽기를 거부합니다. 이는 저작권 보호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전용 포맷을 사용함으로써 DVD 포럼에 로열티를 내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보통 DVD에는 마쓰시타가 개발한 CSS라는 복사 방지 포맷을 적용할 수 있지만, 더 높은 등급의 보안성을 필요로 했던 닌텐도는 마쓰시타와 접촉하여 더 나은 보안 시스템을 적용한 디스크에 대해 아웃소싱을 시도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옴.

 

이렇게 광학 디스크가 복제되지 않도록 디스크와 관련된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상당한 보안성을 자랑했으나, 닌텐도는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남겨두게 됩니다. 바로, 게임큐브의 소프트웨어 구동에 있어 '서명' 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았던 것이죠. 닌텐도에 의해 공식적인 디지털 서명이 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라도, 게임큐브가 그 코드를 읽을 수만 있다면 바로 구동이 가능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해커가 어떤 방식으로든 디스크 드라이브의 복사 방지를 우회하여 디스크에 작성된 코드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 내거나.... 어쩌면 디스크 드라이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게임큐브에 코드를 직접 주입하여 실행하게 한다면, 그 코드는 문제 없이 구동됩니다.

 

2003년, 바로 전 문단에 기술했던 취약점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닌텐도 게임큐브에 코드를 주입하는 방법을 해커가 발견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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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은 이 게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원래는 세가 드림캐스트용으로 출시되었던 온라인 RPG 게임으로, 장르 특성상 네트워크 접속을 필요로 하므로 게임큐브용 모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최초의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큐브에서 이 게임을 부팅할 때마다 게임의 중앙 서버로부터 최신 패치를 받아 게임에 적용하는 신기술이 도입되어 있었는데, 게임큐브가 게임 서버로부터 패치를 받아오는 IP 및 DNS 주소를 변경하여 게임의 본 서버 대신 사용자가 소유한 컴퓨터에서 게임큐브 실행용 코드를 받아오게 만든다면, PC에서 PSOload.exe 프로그램을 돌린 뒤 거기에 게임큐브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자가 직접 게임큐브 실행파일인 DOL 파일를을 주입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코드를 주입하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기동이 가능했고, 네트워크 어댑터를 통해 PC와 접속하므로 단순히 코드를 받아오는 것 뿐만 아니라 업로드 역시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이 취약점은 게임큐브의 정품 디스크를 컴퓨터로 백업하거나, 백업된 디스크의 롬 파일을 게임큐브에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면서 백업 게임을 부팅하고 실행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취약점은 정말 미친 듯이 매끈하게 작동했으나, 사용하기 위해서는 <판타지 스타 온라인> 정품 게임을 반드시 구동하고 컴퓨터에서는 PSOload를 항상 실행시켜야 하므로 매우 귀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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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해커들이 이 취약점을 응용하여 게임큐브에 다양한 코드를 업로드하면서 홈브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복사 롬파일을 구동하는 동안, 'Datel' 이라는 회사는 게임큐브용 디스크 포맷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2003년 이 회사는 게임큐브의 지역 제한을 바이패스할 수 있게 하는 FreeLoader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합니다. 그 후 게임 치트 프로그램인 액션 리플레이 역시 게임큐브용으로 출시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Datel이 출시한 위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닌텐도의 인증을 받지 않은 소프트웨어라는 점입니다. 이 소프트웨어들이 상식적으로 닌텐도의 허가를 받을 만한 제품이 아니죠.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는 전부 게임큐브용 디스크의 형태로 발매되어, 게임을 구동할 때처럼 삽입하고 바로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는 Datel이 게임큐브용 디스크 드라이브 해킹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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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큐브 디스크에는 특수한 마킹이 있습니다. 이는 BCA (Burst Cutting Area) 라는 특수한 식별자로써, 디스크에 물리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디스크 공장에서 디스크를 마스터링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용 디스크 버너에는 없는 특수한 YAG 레이저로 중심과 가장 가까운 부분에 둥글게 각인하며, 게임큐브 디스크 외에도 영화 및 소프트웨어 디스크에 메타데이터 기록을 위해 널리 활용되는 방법입니다. 알루미늄 반사 영역을 물리적으로 깎아서 만들기 때문에 집에서 굽는 DVD-R으로는 구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각인된 BCA는, 22.3±0.4 mm 에서 23.5±0.5 mm까지의 디스크 지름 영역에서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BCA 영역에는 디스크의 ID 코드, 생산 정보 및 시리얼 넘버와 같은 정보가 기록되며, 정보량은 12바이트부터 188바이트까지 16비트 단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록된 정보는 DVD 레이저로 읽을 수 있으나, 해독을 위해서는 특수한 전자회로가 필요합니다. 게임큐브의 경우 BCA에 독자 규격의 정보를 추가하여 DVD단에 하드웨어적으로 BCA를 해독할 수 있는 코드를 추가하고, BCA 해독에 실패할 경우 복사 디스크로 규정하여 읽기 자체를 거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 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으나, BCA 정보가 해독된 직후 게임큐브의 메모리를 홈브류 프로그램을 통해 통째로 덤프할 수 있다면, BCA를 직접 해독하여 복사 씨디를 돌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메모리를 통째로 덤프하여 해독하는 방식은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해킹 기법이며, 이후 읽으실 PS VITA 편에서는 메모리 덤프가 불가능하도록 SoC에 아예 메모리를 넣어서 밀봉해뒀다구요.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서 알아낸 BCA 영역에는, 위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마킹된 6개 영역의 섹터 위치 정보가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영역 역시 특수 레이저로 기록되어 있으며, 디스크의 내용 읽기를 시도하기 전에 먼저 디스크에 찍힌 6개의 점의 위치가 BCA에 기록된 섹터 위치와 물리적으로 100%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디스크의 내용 읽기를 거부하는 방식이었죠. 어떤 게임큐브 디스크에든 BCA에는 전부 같은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나, 기록되는 게임 데이터들은 다르기 때문에 6개의 점은 게임 데이터의 섹터 위치에 맞추어서 각인됩니다.

 

Datel은 FreeLoader 및 Action Replay의 디스크에 6개의 점을 정확한 위치에 찍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디스크의 섹터 크기는 물리적으로 매우 작고 특수한 레이저가 필요하므로, 공장에서 전용 도구 없이 몇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섹터를 수동으로 찾아 기록할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게임큐브가 예상하는 그 BCA 정보를 그대로 추출한 뒤 디스크에 있는 첫 번째 섹터에 그대로 기록합니다. 그 뒤에는 게임큐브가 6개의 점 영역을 성공적으로 읽었을 때 보내는 신호를, 디스크에 아예 통째로 기록해 버립니다. 이렇게 할 경우, 게임큐브 디스크 드라이브는 이 점이 정확한 위치에 찍혔을 것이라고 판단한 뒤 다음 단계인 디스크 내용 읽기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 프로텍션은 의외로 간단하게 설계되어 있어, 진짜 디스크에 물리적으로 기록된 6개의 점이 BCA에 기록된 위치와 동일해서 그런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디스크 단의 펌웨어가 6개의 마킹 영역을 정확하게 읽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본체가 그 정보를 받기만 하면 오케이. 그래서, 아예 자사의 디스크에 6개의 점을 기록하는 대신 섹터 정보 파악 완료 신호를 통째로 박아넣음으로써 드라이브가 그 구간을 읽는 순간 ok 신호를 보내게 함으로써 통째로 스킵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Datel이 발견한 이 방법은 커뮤니티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오직 자사의 디스크 생산에만 활용되었습니다. 해커들은 Datel이 디스크 드라이브를 어떻게 뚫었는지 알아낼 수 없었고, 방법이 공개된 시점에는 이미 더 쉬운 해킹 방법이 발견된 후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Datel만 활용하게 되어 실제 게임큐브 해킹에는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Datel이 디스크 드라이브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이를 우회한 디스크를 생산하는 동안, 해커들은 새로운 코드 주입 방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 이상 게임큐브 해킹에 게임큐브용 모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대신 액션 리플레이 디스크가 게임큐브 해킹의 주요한 도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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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큐브용 액션 리플레이는 게임큐브의 메모리를 패치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게임큐브의 메모리를 수정하여 게임 데이터를 변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만큼, 이 방법을 잘만 활용하면 해킹의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29줄의 특수한 코드를 액션 리플레이에 입력하면, 게임 디스크 대신 메모리 카드의 첫 번째 섹터로부터 실행 파일을 불러오도록 메모리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섹터에 DOL 파일이나 홈브류 로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액션 리플레이는 이 특수한 코드를 활용하여 첫 번째 섹터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SD 카드에 게임큐브용 게임을 저장하여 구동할 수 있도록 점차 용량이 커지기 시작함에 따라, 게임큐브용 메모리 카드와 SD 카드를 변환하는 컨버터가 개발되었고 액션 리플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SD 카드로부터 부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었습니다. Datel은 이를 빠르게 인지하여, SD 카드 메모리 어댑터와 번들되어 판매되는 새 버전의 액션 리플레이를 출시합니다. 기존의 방식이 코드를 수동으로 입력해야만 했던 것과 다르게, 전 문단에 언급한 방법을 소프트웨어의 기능으로 추가하고 액션 리플레이에 아예 파일 탐색기까지 내장함으로써 SD 카드에서 불러오는 기능이 훨씬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액션 리플레이 방식 역시 전용 소프트웨어와 도구가 필요하기에, 이후 개발되는 모딩은 보다 사용자 친화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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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큐브를 켜면 디스크를 읽어들이거나 메모리 카드 관리 등의 조작을 가능케 하는 'IPL (Initial Program Launcher)' 이라는 바이오스 소프트웨어는 암호화되어 게임큐브의 메인보드상 ROM 칩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 칩을 떼어낸 뒤 개조된 IPL이 포함된 ROM을 설치하면, 말그대로 게임큐브를 켜자마자 개조된 바이오스가 부팅되어 복사 게임과 홈브류를 실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DOL을 실행하는 방식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로우레벨 단계의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접근하여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정할 수 있는 영역은 DVD 복사 방지 시스템 비활성화, 네트워크 또는 메모리 카드에서의 소프트웨어 실행, USB에서 프로그램 실행 기능을 포함했으므로, 한번 설치하면 홈브류 과정을 번거롭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이 IPL은 현재 롬 칩째로 추출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며, 지금은 게임큐브 에뮬레이터를 실행할 때 필요한 파일이 되었습니다.

 

https://fdocuments.in/document/gamecube-hacking.html

 

롬을 통째로 바꿔치기하는 방식이 통했던 이유는, 게임큐브의 부팅 과정이 이른바 External Interface Bus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I에는 복호화된 데이터가 들어간 뒤에도 쉬프트 레지스터가 지워지지 않아 암호화 키를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으며, 특수한 하드웨어를 활용하면 암호화가 복호화되는 키스트림을 알아내어 복호화된 바이오스를 통째로 따낼 수 있었습니다. (매우 기술적인 내용이며,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를 참조하세요)

 

첫 번째 오픈 소스 IPL 소프트웨어는 2004년에 출시되었으며, 백업 게임을 부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IPL 칩을 대신하는 다양한 모드칩이 개발되어 지역 코드 해제와 같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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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L 기반의 모드칩 이후, 게임큐브의 CN302 DVD Debug port와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모드칩 역시 개발됩니다. 이 포트를 사용하면 드라이브의 디버그 모드에 접근할 수 있고, 이 부분에 설치하는 모드칩은 포트에 특수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복사 방지 시스템이 없는 일반 DVD를 구동하도록 패치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을 응용하는 모드칩중 대표적인 제품이이 Xeno GC이며, 오픈 소스 기반이며 매우 저렴하고 설치하기도 쉬워 오늘날에도 여전히 Xeno GC의 복제품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DVD Debug port를 사용하는 모드칩은 말 그대로 DVD 드라이브만 패치할 수 있어, 시스템을 수정하거나 SD 및 USB 드라이브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여전히 IPL 기반의 모드칩을 사용해야 합니다. 

 

WODE는 게임큐브와 하위 호환이 가능한 Wii를 대상으로 개발된 모드칩이며, Wii에서 게임큐브 모드로 기동할 때 사용합니다. IPL 기반 모드칩이 가진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게임큐브를 모딩하기 싫거나 순정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세이브파일 버그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큐브에도 세이브 파일 불러오기 프로세스를 악용한 취약점이 지금까지 <동물의 숲> 을 포함한 12개 이상의 타이틀에 있었으며 이 방법 역시 현재까지 꾸준히 발견되거나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게임큐브의 독자적인 디스크를 집에서 찍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닌텐도는, 수많은 해커들로 인해 자사의 게임큐브가 3년 만에 탈탈 털려버리게 됩니다. 다음 세대의 게임기 Wii에는 보다 현대적이고 강력한 보안을 적용했지만, 사실 그 Wii의 하드웨어적 구조는 이전의 게임큐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고 게임큐브를 털었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서 Wii 역시 털리게 됩니다. 

 

 



  • profile
    title: 오타쿠아라 2022.02.16 20:52
    어디에나 액플이 있군요
  • profile
    디렉터즈컷 2022.02.17 00:59
    필자께서는 스스로 필력이 부족하다 하셨지만 흔한 기글러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소재만 충분하다면 어디 게임웹진 칼럼니스트 하셔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있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헥사곤윈      Close the World, Open the nExt 2022.02.17 01:13
    글 정말 잘쓰십니다. 재미있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2)
  • profile
    허태재정      본업보다는부업 2022.02.17 06:32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사람은 탐욕으로 발전하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 ?
    화랑 2022.02.17 10:46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미있게 정독했습니다. 나중에 또다른 게임이야기 기대해 보겠습니다!
  • ?
    마라톤 2022.02.17 11:19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_^
  • ?
    leesoo      raysoda.com/user/leesoo 2022.02.17 15:29
    잘봤습니다. 이런거 너무 흥미진진하네요!
  • profile
    Cliche      Whole Lotta Red 2022.02.17 18:44
    시리즈 부활 기원 1일만에 성공했네요 ㄷㄷ
    이번에도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
  • ?
    PLAYER001 2022.02.17 19:43
    너무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된지 4주일이 지난 글에는 새 코멘트를 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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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리 400 미니입니다. 아타리 400을 모델로 한 복각형 게임기로 가격은 99.99파운드입니다. 25종 게임 탑재, 아타리 CX40 조이스틱 디자인, 아타리의 8비트 기종 에뮬레이션 지원, USB 메모리에 저장된 게임 플레이 가능.
    Date2024.01.14 소식 By낄낄 Reply6 Views934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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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콤, 레지던트 이블 레벨레이션의 DRM 추가 업데이트를 롤백

    캡콤이 레지던트 이블 레벨레이션에 DRM을 추가한 업데이트를 롤백했습니다. 레벨레이션은 출시된지 11년이 된 게임입니다. 새로 출시한 게임도 몇 년 지나면 DRM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오히려 그 반대지요. 스팀에서 부정적인 ...
    Date2024.01.14 소식 By낄낄 Reply4 Views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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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의 요구 스펙

    수어사이드 스쿼드: 킬 더 저스티스 리그의 요구 스펙입니다. 울트라 조건에서 요구하는 스펙이 상당히 높네요. 여기에 나와 있진 않지만 요구 용량도 65GB라고 합니다.
    Date2024.01.14 소식 By낄낄 Reply3 Views404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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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No Image

    MSI Claw, 2~3년마다 새 버전이 출시

    MSI는 휴대용 게임기인 Claw의 새 버전을 2~3년 주기로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1세대가 성공을 거둬야 후속작이 나올 수 있겠지요. 너무 자주 새 모델이 나오면 업그레이드 효과도 적고, 개발 자원을 차지하니까 이렇게 한 듯...
    Date2024.01.14 소식 By낄낄 Reply1 Views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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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OneXplayer X1 휴대용 게임기/태블릿이 16일에 출시

    OneXplayer X1 휴대용 게임기/태블릿이 16일에 출시됩니다. 10.95인치 화면이 있으며 게임 컨트롤러가 기본적으로 달려있지 않기에 모바일 게시판에 올려야 하나 고민했으나... 게임 패드를 옆에 붙일 수 있고, OCulink로 외장 그래픽카...
    Date2024.01.13 소식 By낄낄 Reply5 Views491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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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No Image

    포탈 N64 테이크 다운 - 밸브로부터

    밸브측으로서는 이 N64 포탈이 닌텐도 독점 라이브러리에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려달라고 요청했다는군요.   이미 닌텐도는 밸브가 에뮬레이션 올리는 것에 '나 너 고소 시전할꺼야!'를 한적이 있습니다 (Dolphine)   이건 그 갓 양덕...
    Date2024.01.13 소식 Bytitle: 폭8책읽는달팽 Reply1 Views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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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소니 PS5 V2 듀얼센스 컨트롤러 출시 예정

    베스트바이에 소니 PS5 V2 듀얼센스 무선 컨트롤러가 등록됐습니다. 생긴 건 기존 모델과 같고 가격도 같습니다. 다만 한번 충전해서 12시간 쓸 수 있다고 하니 배터리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추측됩니다. 무게는 360g에서 280g으로 줄어듭...
    Date2024.01.13 소식 By낄낄 Reply2 Views638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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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사이버펑크 2077 속편 개발 중

    CDPR은 사이버펑크 2077의 추가 DLC보다는 속편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2077년은 시작이었을 뿐이라는 트윗도 썼네요. 다만 후속작이 당장 나올리는 없고, 몇 년은 걸릴 겁니다.
    Date2024.01.13 소식 By낄낄 Reply3 Views533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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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샤프 패미컴 타이틀러

    1989년에 샤프에서 출시한 패미컴 타이틀러입니다. 패미컴 호환 기종인데 이걸로 게임만 하라고 만든 건 아니고, S 비디오 단자를 탑재하고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 자막이나 다양한 효과를 넣는 편집을 하는 제품입니다. 내용물 다 ...
    Date2024.01.13 일반 By낄낄 Reply0 Views521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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