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전 유치뽕짝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JRPG라면 드래곤 퀘스트 같은 유소년 눈높이의 동화 같은 게임들을 좋아해요. 게다가 집 없는 설움 때문인지 타이툰 시리즈 같은 건축,건설 시뮬레이터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블럭 쌓는 샌드박스 게임을 아주 좋아해요. 아주 오래 전 게임 중에 더 타워(북미명 심타워)처럼 아기자기한데다가 조물주(건물주?)의 시점에서 즐기는 게임이면 더더욱 푹 빠지죠.
그런데 블록 샌드박스에 아기자기유치뽕짝한 동화같은 이야기가 합쳐진 게임이니 제가 안좋아할 리가 없죠.
이야기 서사는 간단합니다. 마왕의 사교집단이 세계를 장악하고 '만들기'를 금지하고 오로지 파괴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금지된 '만들기'를 되게 잘하는 주인공이 나타났다. 뭐 이리저리 이야기를 진행한다....죠.
게임진행 방식이나 아이템들도 전작과 비슷한 구조로 흘러가지만 크게 다른게 있다면 비어있는 섬이라 불리는 스토리 진행 후에도 즐길수 있고 자기 맘껏 꾸밀 수 있는 장소가 전작의 크기보다 훨씬 커졌고 스토리 진행 지역과도 간접적이지만 연동 되기에 1편에서처럼 주무대에서 빗겨간 스끼다시 한접시 같은 느낌이 확 줄었습니다.
게다가 1편에서 자신의 창작물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자랑하고 공유하던 장소의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져서 아파트 한동 크기도 안되던 크기가 이젠 아예 제작한 섬 전체를 타 유저가 방문해서 놀 수도 있고 psn 친구등록을 한 유저끼리는 코옵 플레이처럼 건설을 도울 수도 있어요.
(스토리 후반부에 건설하게 되는 옥좌의 방을 리모델링 했어요)
(텅 빈 섬 거주민들은 당연하면 당연하겠지만 음식을 먹기 때문에 농사도 짓습니다. 작물의 종류가 두자리수 인거 같아요)
동료 시스템도 변경 돼서 엔딩 후에 각종 건축 자재나 가구 재료를 모을 수가 있는 소재섬 탐험에 동료가 전투를 돕습니다. 드래곤 퀘스트에서 어느 정도 전통이 된 마물 길들이기도 존재해서 슬라임, 하구레메탈, 골렘등을 길들여서 높이 점프하거나 하루 한번 미니게임, 아이템 제작 보조, 날아 댕기기등의 추가 액션이 가능하게 해줍니다.
(스토리npc에요. 텅 빈 섬에선 못 꼬셔요)
(시리즈 전통 꼬시기 몹인 팬서는 역시 이번 작에서도 꼬실 수가 있어요 특수능력은 이중 점프. 낙하뎀 무효)
물론 아이템 종류도 꽤 많이 늘었고 그래픽이나 연출도 향상 되었지만 애초에 아기자기 오밀조밀유치뽕짝하기에 1편이든 2편이든 막눈인 제가 보기엔 별로 변한게 없어보입니다. UI나 맵, 메뉴등은 꽤 바뀐거 같지만 말에요.
(스토리지역들은 그리 크지 않은 맵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와따리가따리 미션이 많기에 웨이포인트 찍기를 생활화)
스토리는 전작보다도 더 퇴보한 느낌이에요. 전작이라고 엄청난 서사를 가진건 아닌 뻔하지만 그래도 반전이 있는 이야기였는데 이번작은 그보다 못해요. 부제에서 예상한 틀에서 단 한발자국도 못 벗어난 이야기인데다가 전작과 아주 동일한 챕터 진행과정과 스토리 엔딩 후에 건축이외엔 딱히 할 일이 없다는게 문제에요. DLC 두개가 예정 되어 있는데 하나는 아이템 추가 DLC인거 같은데 가능하다면 DLC 2편 이후라도 몬스터 인베이젼 같은 추가 컨텐츠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일단 건설 쪽은 적잖이 바뀐게 있습니다. 건축한 구조물의 크기와 화려함만이 아니라 무드도 신경써야하고 마을 주민 개개인 별로 원하는 수치가 달라 그걸 맞춰줘야 하기도 하고 소재섬에서 길들여 오는 가축을 이용한 요리레시피나 브리딩도 새로 생겼어요.
건축도구도 설계도를 제작하는 연필이나 블럭 사선자르기 커터, 원거리 건축도구등등 개척레시피라고 부르는 업적해결을 통해 얻는 새로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업적달성이 꽤나 어려운 것들 몇가지가 있어 보여 걱정이네요.
어쨋든 드래곤 퀘스트라고 전투도 있습니다만 난이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전사한다고 세이브로 돌아가버리는 참사도 없고 주인공을 철저히 노가다꾼으로 설정했는지 동반npc가 큰일은 대부분 처리해줘요. 주인공은 노가다맨이니 용사님은 아니니까요. 게임 내에서도 굳이 언급을 해줍니다.
(생각보다 간단한데 풀이를 눈치채기 애매한 퍼즐들)
그 외에도 새로 생기거나 바뀐 것들은 각 지역에 숨겨진 퍼즐을 풀고 작은 메달을 얻어 코스튬 아이템등을 얻거나 소재섬 탐험 중에 방문하는 전작 유저가 지은 건물 중 베스트 100선 방문도 있고 건축 블럭의 방향을 회전시키는 도구와 전작에선 한개 만들던지 아니면 들고 있던 모든 재료를 한방에 다쓰던지 양자택일이었던 제작시 생산량을 정할 수가 있고 몇가지 아이템의 색을 바꾸거나 마인크래프트만큼의 논리회로는 불가능하지만 블럭을 당기는 자석블럭이나 함정 발동 스위치가 생겼고 1인칭 시야모드와 달리기(도대체 왜 이런걸 전작에선 안넣은거냐..)도 추가 되었어요.
1편에서도 있던 시스템이지만 새로 생긴 제작 연필로 만든 설계도를 텅 빈 섬에 깔아주고 근처 상자에 재료만 모아주면 마을 주민들이 알아서 건설을 해줍니다.
(동료 가능한 몬스터가 적지 않아요)
여러가지 부분에서 일본 특유의 시스템이나 UI의 고집적인 부분으로 게임을 즐기기 어렵거나 힘들었던 부분을 많이 개선 한거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지붕이나 2층 이상 건축물 내부에서의 시점 문제라던가 게임 저장 슬롯이 딱 하나뿐이라서 시범으로 건축해보기 위해 다중세이브를 하거나 가족이나 연인이 다른 캐릭터로 즐길 수가 없네요. 뭐 플스 프로필을 새로 파서 하면 되지 않겠나 싶지만....
(재밌다. 유치한데 재밌어...)
아무래도 전작이 드퀘라는 IP로 남들 다 만드는 샌드박스게임 나도 함 맹글어보자하고 시범처럼 만들었다가 예상보다 더 크게 대박이 난건지 엉성했던 전작을 편의성과 다양한 컨텐츠로 아주 잘 버무려서 만든 후속작인거 같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너무 뻔하고 스토리가 너무 뻔하고 서사가 너무 뻔한 부분같은 몇가지를 빼면 추운 겨울날 아니 미세먼지 많은 겨울날 느긋하게 앉아서 꿈꾸던 아기자기한 왕성이나 폭포수 흐르는 전원의 농가마을, 사막에 높이 솟은 피라미드와 사신의 신전을 지으면 저처럼 5일이 사라질꺼에요.
3편 제작이 계획 된다면 이야기를 좀 더 보강하고 아직은 모자란 편의성을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3편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