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A-100 칩셋의 T-BUFFER 기능을 시연하기 위해 개조된 퀘이크 3의 테스트 버전입니다. 마지막 테스트였던 1.08 기준.
3dfx가 야심차게 내민 T-BUFFER라는 게 성능보다는 '영화적 연출'을 목적으로 한 기술이었는데, 주요 기능은 모션 블러, 풀 스크린 안티 앨리어싱, DoF, 소프트 쉐도우, 소프트 리플렉션 정도가 있겠습니다.
근데 말이 좋아 영화같은 기술이지 화질에는 그에 걸맞는 퍼포먼스가 있어야 하는데 3dfx는 그걸 못했습니다. 당시 비교군인 지포스 2 GTS만도 못한 전체적인 성능 때문에 시원하게 망했죠. 그리고 3dfx를 인수했던 엔비디아 조차 지포스 FX에서 그딴 식의 화질 드립을 치다가 ATi에게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안 망했지만.
아무튼 관련 기술 중 모션 블러와 FSAA 4X가 적용된 퀘이크 3 테스트 버전을 구동한 영상입니다. 아래는 영상에서 따놓은 스크린샷들. 실기 컴퓨터에서 직접 찍지 않고 캡처 장비를 사용했는데 이유는 맨 뒤에 적겠습니다.
여담:
거창한 것 같지만 VSA-100은 부두 4/5 시리즈에 사용된 GPU 이름이고 개수에 따라 1개면 4 4500, 2개면 5 5500, 4개면 5 6000이 됩니다.
원래부터 부두 5 5500을 갖고 있었지만 몇 년 전부터 상태가 매우 안 좋아졌고 캐퍼시터까지 하나 떨어져버렸더니 화면출력도 제대로 되지 않는 흉물이 되고 말았던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베이 눈팅만 하염없이 하고 있었습니다만...
하나같이 뭔가 구입하기 찜찜한 가격이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 옥션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테스트만 해보고 보관 중이라고 써진 물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건 참을 수 없지.
그래서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일주일만에 도착.
한때는 부두 5 5500이었던 것(위의 물건). 사실 부두 4/5 들어서는 3dfx에서만 기판을 찍어내는 미친 결정을 했던 관계로 리테일로 풀린 물건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습니다.
원래 계획은 부두 5 5500으로 VSA-100 전용 퀘이크 3 테스트 버전을 돌리고 이걸 영상으로 기록하는 거였는데 준비과정이 꽤 복잡했습니다.
부두 5 5500을 장착할 시스템: 원래는 코퍼마인 펜티엄 3 1.0GHz 보드를 갖고 있었지만 회사에서 다른 부품들까지 챙겨오느라 가방에 마구 쑤셔넣어서 가져왔더니 집에서 작동을 안 함->다른 메인보드를 구입해봄->똑같음->다른 CPU를 구입해봄->반응 없음... 의 단계까지 와서 현자타임이 약간 오려고 했지만(테스트 하느라 온갖 변수를 다 체크해 봤지만 결론은 갖고 있던 CPU도 따로 구입한 것도 죽은 게 아닐까 싶군요) 결국 땡볕에 용산까지 기어나가서 멀쩡하게 작동하는 윌라멧 펜티엄 4 1.6GHz+비아 메인보드+TNT 2+랜카드+256MBx3 메모리를 세트로 가져오게 됩니다.
녹화 시스템 설정: 메인 데스크탑에는 예전에 콘솔 게임을 위해 USB 3.0 HDMI 캡처 장치를 사놨던 상태라 이걸로 노트북도 연결하는 등 나름 쏠쏠하게 써먹고 있었습니다만... 부두 5에는 HDMI 단자가 없죠. 그래서 VGA to HDMI 컨버터를 구입. 컨버터는 별도의 전원 입력을 받는 물건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괜히 대가리만 HDMI/D-SUB가 달린 케이블을 샀다가(눈물)...
OS 설치 및 기타 설정: 이거 하느라 몇시간을 소모했습니다. IDE 하드디스크에 드라이버든 뭐든 집어넣어야 되는데 당장 장비도 없음+순정상태의 윈도우 98 SE에선 USB 저장장치를 사용하려면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하지만 설치하지 못한 상태라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야 했다는 것. 결국은 어찌어찌 NTFS 인식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옆에 굴러다니고 있던 윈도우 XP가 설치된 노트북의 하드디스크에 필요한 파일을 넣고 노트북을 따고 하드디스크를 빼고 그 하드디스크에 어댑터를 꽂고 컴퓨터에 연결하고(후략)...
OS도 나중에 드라이버 한번 잘못 설치하고 두어 번 새로 설치했습니다.
부품 조립하기 시작한 게 오후 5시.
OS 세팅이 완전히 끝난 게 오후 9시쯤.
그 다음은 오픈지엘 드라이버로 한참을 싸우고 해상도 문제로 OBS와 씨름하다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단 3dfx 이 미친놈들은 공식 드라이버에 공용 오픈지엘 라이브러리(opengl32.dll)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글라이드 관련 라이브러리만 설치함) 서드파티 라이브러리가 필수였는데, T-BUFFER 테스트용 퀘이크 3 자체가 오픈지엘 라이브러리의 버전에 매우 민감해서 작동을 하다 게임이 튕기거나 블루스크린이 뜨는 경우까지 생기는데(리테일 버전 혹은 다른 게임에선 넘나 멀쩡하게 돌아가는 것) 이걸 해결하려고 20년 전에나 쓰던 GLSetup 설치도 해보려고 오만 애를 쓰다가 WickedGL까지 설치. 데모 버전이라 안내 메시지가 뜨고 화면 오른쪽 위에 WickedGL 로고가 나오긴 하지만 매우 안정적이라 이걸로 타협했습니다. 게다가 이 테스트 버전은 스크린샷 기능을 사용하면 게임이 바로 튕겨버리기 때문에 스크린샷을 남길 수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캡처 장비까지 동원하는 짓을 벌인 거니...
아무튼 녹화를 뜨고 4:3 비율로 크롭하고 유튜브에 올리니 새벽 2시가 되었더라는 얘기.
그나마 2003년에 찍어놨던 유이한 스크린샷들(...) 되겠습니다.
PATA방식 CDROM드라이브 하나 있으면 되니....
그나저나 저렇게 예전 것들하고 씨름하려면 플로피드라이브 같은 거라도 있어야겠네요.
어디 집에 있긴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