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퀘.스.트!! 정통 JRPG의 진수, 게임 좀 해봤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게임!
소인은 어릴 적부터 일본 문화에 꽤나 깊게 심취 했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어찌어찌 사주셔서 즐기기 된 최초 게임기가.... 메가드라이브였어요.
뭐 소닉도 있고 랜드스토커도 있고 샤이닝 시리즈도 있지만 솔직히 그 당시 게임계 대세는 슈퍼페미콤 이었어요.
꼬질꼬질 모은 용돈으로 산 공략집 안의 드퀘5의 설정이나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재밌어 보이던지... 게다가 강산이 몇번이나 바뀔 시간이 지나도 전 일어 까막눈이라 성인이 되고 나온 드퀘 시리즈도 영 플레이 하기가 힘들었죠.
세월이 지나고 모바일 게임 붐이 일면서 과거 게임들도 하나둘씩 한글화 하더니 드래곤 퀘스트 5도 한글화를 하더군요. 차례 차례~
그리고 올해 드래곤 퀘스트 11이 플스4로 정식 출시하게 됩니다. 무려 한글화를 하고!! 이미 일본에선 한참 전에 출시한 게임이지만 까막눈 입장에서 그리고 향수가 어린 시리즈를 이렇게라도 플레이하는 마음에 일단 기쁨이 먼저네요.
자세한 유례까진 기억이 나질 않지만 토리야마 아끼라의 특유의 그 드래곤볼 얼굴을 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게임이죠 뭐. 어찌보면 다 똑같은 얼굴인 녀석들요.
(나름 개성은 있는데 이 아저씨 캐릭터들은 얼굴이 똑같단 말이죠. 못난건 아니지만요)
스토리도 너무나 단순합니다. 용자가 나타나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왕 내지는 악한을 무찌르고 평화를 가져온다.
게다가 등장하는 아이템이나 용어 심지어 아이템들도 거의 대부분 전작들에서 등장하는 전통의 아이템이고요. 유행한지 한참이라 이젠 RPG게임이라면 기본적인 틀이 되어버린 오픈월드 방식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일직선 스토리니까요.
(어마마마 이쁘시다...)
스쿠에니의 파판은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시스템이나 그래픽을 발전시키며 변화하는 노선이라면 드퀘는 전통을 계승하며 진화하는 시리즈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사실 그동안 파판은 이름값만 믿고 삽질하며 밀어붙이고 점점 매니악하게 가는 느낌이고 드퀘는 전통을 중시한답시고 전혀 발전이 없어서 구리구리한 NDS화면에 붙어 살며 이름값으로 버티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드퀘11은 상당히 다릅니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틀이나 모양새는 유지하면서도 몇 세월 앞서나간 하드웨어 성능이나 그래픽에 맞춰서 변화하고 발전한 느낌이 들어요.
텍스쳐 그리기 귀찮아서 대충 변명꺼리로 말하는 듯한 카툰랜더링 비스무리한 그림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그리고 게임 성격에 맞게 2D의 캐릭터를 3D로 만들려면 이렇게 하면 이쁘다라고 알려주는 듯한 그래픽이거든요.
게다가 몇몇 몬스터만이 아니라 모든 몬스터를 3D로 옮겼고 각각 자기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요. 몇몇 어색한 동작을 하는 몹들도 있었지만요...
(밝은 원색의 전체적인 색감이나 디자인 마음에 들어요)
물론 요즘 막 나오는 게임들의 최첨단을 달리는 영혼을 갈아서 폴리곤 뽑고 텍스쳐를 휘감은 그래픽에 비하면 이 게임은 동화수준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동화나 마찬가지인걸요. 주소비자들이 추억빨로 구매하는 아재들일테니까요... 뭐 게임스토리, 구성, 만듦새가 동화인데 동화 같은 그래픽이니 잘 어울리는거 아닐까요?
음악은... 음알못인 제가 듣기엔 뭐 나쁘지 않았는데 이 게임의 가장 혹평꺼리 중에 하나더군요. 뭐 전 나쁘진 않았는데 같은 곡만 연달아 나오는 느낌이라 좀 지루해지긴 했습니다. 단조롭달까? 고막이 텅스텐 수준인 막귀라서요.
게다가 전체적인 스토리는 상당히 길고 특유의 유치한 내용임에도 군데군데 흥미가는 짧막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엔딩 이후 드퀘 시리즈 특유의 즐길 꺼리가 없다거나 미니게임이라 할만한 것이 카지노 말곤 없더라고요. 용량도 넘치는 세상인데 부루마블도 넣어주지...
경마가 있긴 하지만 이미 노쇠해진 몸으로 말 안듣는 말 조작을 몇번 하다보니 푹 지치고요. JRPG를 하는 이유 특히 턴제 게임을 하는 이유는 편안히 그리고 비스듬히 앉아서 한손엔 와인을 들고 한손으로 툭툭 조작하며 즐기는 게임을 하려는거라고요...
주인공 모습이 아무리 봐도 트랭크스 열화버젼인 것은 제쳐두더라도 게임이 뭔가 한부분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다른 게임이라면 DLC로 뭔가를 더 붙여 팔텐데 드퀘11이 일본에서 출시한 지가 1년 반이 되는 시점에 아무 말이 없으니 결국 요건 요대로 끝이란 얘기겠죠.
(코스튬도 있긴 하지만 가짓 수가 너무 적고...)
좋게 봐주려고 해도 이야기도 그림도 구성도 갓 취학한 아동들이 할만한 게임입니다. 어쩌면 아재들이 어릴적 시절에 대한 향수랄까 추억이랄까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즐기는 유치한 게임이고요. 그런데 정작 이야기틀에 어울릴만한 어린 학생들은 안좋아할 게임이고요.
한참 꿈 많고 즐길 꺼리가 없어도 꺼리를 만들어 내는 세대가 아니라 일상에 지쳐 안그래도 여러가지 인생사가 질문과 짐을 안겨주는 나날에 별 생각할 필요 없이 피가 흥건하지도 동료에게 버프 주려고 조충곤을 xyxyab누르며 리듬게임 타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책 읽듯 시간 떼울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어요. 이왕 시간 떼울꺼 즐겁게 떼울수 있으니 더 좋고요.
다음 시리즈가 나오려면 4-5년은 있어야겠지만 이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틀에서 정해논 이야기틀에만 매달리지 않고 슬쩍 벗어나 좀 더 많은 여유를 줄 미니게임이나 놀이꺼리가 있으면 좋겠네요.
(도박은 폐가망신의...)
소싯적엔 드퀘류의 용자 이야기를 비웃으며 어차피 공상인 세계를 향해 현실성을 따지며 TSR에 외화를 낭비해가며 trpg를 하고 우월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망상도 가졌었는데 삶에 지쳐갈수록 이런 정형화된 게임도 좋네요. 택틱스 시리즈나 퍼스트퀸 같은 게임도 누군가 다시 만들어줬으면 해요.
생각해보니 PC 버전의 부재가 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