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진 기변병 https://gigglehd.com/gg/5966543 여기서 궁시렁거리다가 결국 a7R2를 샀습니다. 중고 90만원. 제가 '산' 카메라 중에서는 가장 비싼 모델일것 같네요. 펜탁스 K-5 신품이 가장 비쌌지만 그건 선물받은 거고.
작년 말에 사서 미국에도 이걸 들고 다녀 왔는데, 대체적인 소감은 이렇습니다.
1. 크기/무게: 작고 가벼워서 미러리스를 쓴다고 하지만, 솔직히 아주 가벼운 편은 아닙니다. 카메라도 카메라지만 풀프레임은 렌즈가 클 수밖에 없잖아요. 이 분야에서 베스트 조합을 노렸다면 a6000을 그대로 썼었어야죠.
그래도 크기/무게에 불만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손에 풀프레임을 들려 있다는 느낌에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2. AF 성능: 10년도 더 전에 펜탁스 DSLR로 카메라에 입문한 사람은, 무슨 카메라를 써도 AF가 좋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런데 a7R2는 확실히 좋네요.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니콘 D610이나 파나소닉 GX85보다 더 낫다는 느낌입니다. 이건 렌즈 문제도 있겠죠. 소니 FE 번들이 느린 렌즈는 아니니까.
여기에 무음 촬영 모드로 다니니 완전 폰카 쓰듯이 촬영 중입니다. 보고, 켜고, 찍고. 이 지극히 당연한 거에 감탄 중입니다. 그만큼 AF가 형편없는 카메라를 많이 썼군요.
3. 스크린: 5년 전 카메라라 그런가 스크린의 표현은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보다 더 오래된 펜탁스 K-5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a7처럼 별로인 수준을 넘어서 레트로한(?) 느낌을 주는 수준까진 아닌데...
야외에서 사진 찍는다고 스크린 밝기를 '화창한 날씨'로 바꾸니까 색이 아예 틀어져버리는군요. 이러면 화면을 보고 찍는 의미가 많이 줄어들지 않나.
4. 조작성: 펜탁스로 입문해서 펜탁스를 쓰던 사람이라 형편없는 AF에 익숙해졌는데, 마찬가지 이유에서 어지간한 조작계는 다 불편하다고 여깁니다. 습관의 문제거나 적응하면 나아진다? 아니요. 썩 좋지 않아요. 지금도 화밸을 커스텀으로 잡고, 리모콘 조작이나 화면 설정 등을 만질 때마다 궁시렁거립니다.
단축 버튼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놨으면서, 여기에 할당할 수 있는 기능은 몹시 한정적입니다. 무음 촬영 모드로 바꾸면 AF 소리도 자동으로 죽여줘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아무리 설정을 해 봐도 100% 마음에 들진 않네요.
5. 배터리: 중고로 배터리 4개가 딸린 매물을 샀습니다. 이거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해서, 원래 쓰던 a7의 배터리 3개는 함께 정리했는데 실수였습니다. a7은 배터리 하나만 끼워서 보낼걸 그랬어요.
미국 가서 하루에 배터리 3개를 다 써봤어요. 온도가 극단적인 곳이라면 이거 가지고 모자라겠죠. 배터리에 민감한 분이라면 더 비싼 a7M3를 살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6. 센서: 2번과 더불어서 가장 감탄하는 항목입니다. 예시로 들기 좋은 사진이 라데온 RX 5600 XT인데 이건 엠바고가 걸려 있어서 지금 못 올리겠고, 새로운 국민조합. 3세대 라이젠 + 3200MHz 메모리 https://gigglehd.com/gg/6477440 에 쓴 사진을 써야겠네요.
100% 리사이즈한 사진입니다. 메모리 칩을 찍어야 하는데 번들 렌즈의 최소 촬영 거리가 멀어서 이게 한계입니다. 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적당히 크롭하면 이 정도까진 되거든요. 그리고 적당히가 아니라 최대한으로 크롭하면-
이렇습니다.
원래는 시그마 C 17-70mm 캐논 마운트 렌즈를 사서 MC11에 물려서 쓰려 했는데, 초점만 맞춰서 찍고 크롭해도 이미지 품질이 괜찮다보니 그냥 번들렌즈만 쓸까 고민하게 되네요.
결론: 조작성이 마음에 안 드는거야 어쩔 수 없고, 배터리만 괜찮다면 평생 여기에 정착할 것 같은데... 배터리 때문에 언젠가는 후속작으로 건너갈 것 같네요.
a7M3가 가장 유력한 후속 모델이나, 고화소뽕을 한번 맛보고 나니 2420만 화소로는 양에 차지 않군요.
가성비충이라서 100% 마음에 든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90만원의 돈값은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