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년 전에 사진을 찍는다면 당연히 필름 카메라를 꺼냈겠고, 10년 전쯤에 사진을 찍는다면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가리켰을 겁니다. 5년 전에 사진을 좀 잘 찍고 싶다면 DSLR이 최고의 선택이었을거고, 2~3년 전이라면 미러리스도 괜찮겠다고 했겠죠.
그럼 지금은?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가 화질, 성능, 기능 등에서 여전히 뛰어난 건 맞는데.. 굳이 그거까지 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발전했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D700 팔고 나서 습관적으로(...) 뭐 살만해 보이는 재밌는 카메라 없나.. 하고 뒤적거려 보는데. 거래량 자체가 예전보다 확 줄었어요. 카메라 관련 사이트들이 예전의 사건 이후로 여기저기 분산되고 예전만 못한 건 맞는데.. 그걸 감안해도 매물의 총량 자체가 많지 않아요.
사실 저만 해도 겉으론 카메라를 보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그냥 폰이나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 더 크네요. 백만원짜리 카메라는 사도 백만원짜리 폰은 아깝다고 생각해서 선뜻 지르지 못한다는 게 문제지만.
2.
전통적인 카메라 업계 자체는 사라지지 않겠지만,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 곳은 점점 더 버티기 힘들겠죠. 니콘/캐논이야 프로페셔널만 잘 잡으면 규모는 줄어도 회사는 유지될테고, 소니야 현 시대의 변화에 맞추는 데 가장 성공한 회사 아닐까 싶은데. 문제는 나머지..
후지필름이 미러리스는 APS-C만, 중형으로 확장(?), 철저한 복고풍 이미지를 파는 것 보면 컨셉은 잘 잡았구나 싶은데, 계속 그렇게 유지해 나갈 뒷심이 있을지가 모르겠어요.
펜탁스는 개인적으로 가장 암울하게 보는 곳입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보급형은 미러리스에 다 먹혀 들어갔는데 이쪽은 그냥 손 놓은 것 같고, DSLR은 계속 하고 있지만 허리를 담당하는 APS-C 기종이 그닥 안 팔리고, 풀프레임은 너무 비싸고, 중형이 있긴 하지만 미러리스 중형이 나오면 글쎄...
올림푸스와 파나소닉도 좀 불안해 보이긴 합니다. 폰카 시장이 커지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을 곳이 보급형 미러리스니까요. 하이엔드 미러리스라 해봤자 그 값이면 풀프레임 사지 뭐하러 센서 작은거 사나 싶기도 하고요. 파나소닉은 영상 쪽을 그나마 건졌지만 올림푸스는 그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