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나가와의 니콘 박물관에서 '환상의 프로토타입 렌즈'라는 기획전이 2018년 10월 2일부터 12월 27일까지 열립니다. 니콘이 1950~80년대에 개발한 렌즈 중 60개를 전시했으며, 일부는 Z7 미러리스 카메라에 장착해 실제로 촬영했습니다.
Auto Nikkor Telephoto-Zoom 85-250mm f/4 (1958년)
초점 거리의 피사계 심도를 나타내는 방법을 검토하던 시절의 디자인입니다. 실제 출시된 제품은 경통 부분의 디자인이 다릅니다.
Nikkor-Q Auto 5cm f/2.5 (1960년. 미발매)
지금은 작은 팬케이크 렌즈의 인기가 높으나, 저 때만 해도 니콘 렌즈가 이렇게 작으면 포스가 약하다는 이유로 상품화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같은 시기에 나왔던 Nikkor-S Auto 5cm f/2는 필터 나사가 앞으로 튀어나도록 설계, 더 길어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디자인 때문에 후드가 필요 없다고도 했지요.
Nikkor-S Auto 5cm f/1.4 (1961년)
1960년의 Nikkor-S Auto 5.8cm F1.4 다음에 나온 대구경 표준 렌즈로, 1962년에 나온 Nikkor-S Auto 50mm F1.4와 이름이 다릅니다. 5cm로 초점 거리를 표기한 렌즈는 시제품이며 판매되진 않습니다. 시장에 출시된 렌즈는 50mm로 표기합니다.
저 시절에 표준 렌즈가 50mm가 된 이유는 라이카의 50mm(실제로는 51.6mm)에 맞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초점을 길게 잡는 SLR 카메라는 RF 카메라처럼 50mm에 딱 맞는 렌즈를 설계하기가 쉽지 않았고, 58mm와 55mm로 시작해 이 때가 되서야 50mm를 비로소 실현합니다.
이 시절엔 렌즈 설계의 계산을 모두 수작업으로 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광학 설계와 실제 촬영의 시뮬레이션까지 끝낼 수 있게 된 건 최근이 일입니다. 전에는 제품 개발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Nikkor-S Auto 105mm f/2.8
라이카가 세계 최초로 비구면 렌즈를 도입한 녹티룩스 50mm F1.2를 1966년에 발표했습니다. 당시 니콘도 비구면 렌즈의 가능성을 연구하며 이 렌즈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수의 소프트 포커스 렌즈는 구면 수차를 사용해 소프트 효과를 줍니다. 그래서 조리개를 조이면 주변부에 빛이 차단돼 평범하게 선명한 이미지가 찍힙니다. 이 렌즈는 조리개를 조여도 소프트 효과가 남아있도록 조리개 바로 뒤에 특수 형상의 비구면 렌즈를 배치했습니다. 조리개 값을 바꿔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변하지 않도록 하고, 조리개 링을 노출 조작을 위한 요소로 쓰자는 발상이었습니다.
이렇게 특수 수차를 지닌 비구면 렌즈는 일반적으로 뒷흐림이나 앞흐림 어느 한 쪽만 예쁘게 나옵니다. 이 모두를 잡기란 정상적인 방법으론 불가능합니다. 이 렌즈는 둘 다 예쁘지 않은 결과가 나온 듯 합니다.
이 소프트 포커스 렌즈는 흐릿한 이미지를 촬영하면서도 최첨단 비구면 렌즈를 쓰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결국 상품화는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니콘은 새로운 기술로 이런 렌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설계 팀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렌즈를 만들었는데 이걸 어떻게 팔겠냐며 상품화가 보류됐다고 합니다. 지금의 마케팅과는 정 반대지요.
이 소프트 포커스 렌즈의 설계자는 나중에 니콘 소프트 포커스 필터를 개발해, 유리의 긁힌 자국이나 울퉁불퉁한 부분으로 소프트 효과를 내던 걸 특수한 방법으로 실현하는 아웃 포커싱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렌즈는 2003년에 RoHS 인증을 도입하며 만들 수 없게 되자 단종됐지만, 유리 표면을 미세 가공해 빛망울 표현하는 뉴 소프트 포커스 필터가 2007년에 나왔습니다.
Fisheye-Nikkor Auto 6.3mm f/2.8 (1967년)
광학 설계는 양산품과 같으나 초점 거리 표기가 다릅니다. 양산형은 6mm입니다. 당시 카메라와 렌즈의 검사 기관은 어안 렌즈와 소프트 포커스 렌즈를 일반 사진 렌즈와 다른 비표준 렌즈로 분류했고, 이런 렌즈는 초점 거리를 소수점까지 정확히 표기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다고 합니다.
Micro-Nikkor Auto 55mm f/4(1967년. 미발매)
중간 링에 노출계 연동 장치를 넣어, 카메라 노출 배수를 반영하는 제품입니다. 중간 링의 조리계 지표에 한스탑씩 어두운 조리계 값을 넣었습니다. 이 중간 링은 출시되지 않았으나 나중에 텔레컨버터에서 같은 구조를 썼습니다.
Nikkor-N Auto 25mm f/2.8 (1971년. 미발매)
원래 RF 카메라용 니코르 렌즈의 초점 거리는 당시의 습관대로 21mm, 25mm, 28mm 같은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F 이후 니콘은 초점 거리에 따른 화각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겨, 20mm, 24mm, 28mm로 바꿨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25mm F 마운트 니코를 렌즈를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Zoom-Nikkor Auto 35-400mm f/4.5 (1973년. 미발매)
기술 검증을 위해 만든 고배율 줌렌즈입니다. 최단 촬영 거리가 4m로 아주 길지만, 이를 2.3m로 줄이는 바요넷 탈착형 클로즈업 렌즈도 장착했습니다.
35mm 카메라에 쓰기엔 크기가 너무 커서 상용화되진 않았으나, 이 렌즈의 설계는 작은 크기의 TV 카메라용 고배율 줌렌즈에 응용됐습니다.
Nikkor 58mm f/1.2 (1974년)
노트 리코르로 출시된 렌즈의 시제품입니다. 상용화된 제품과는 광학 설계가 다릅니다. 니콘은 1개의 렌즈를 상품화할 때 몇 가지 프로토타입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프로토타입 렌즈에도 최종 제품처럼 이름을 각인하는 관습이 있다네요.
PC-Nikkor 35mm f/2.8 (1978년. 미발매)
니코르의 자동 조리개와 PC 유닛을 통합해 편리성을 높이고자 시도한 프로토타입 렌즈입니다. 팬터그래프 구조의 유닛을 써서 틸트 유닛과 자동 조리개의 기계적인 연결을 노렸으나, 조리개 구동이 모터 드라이브를 사용한 고속 연사를 따라가지 못하기에 상품화는 보류됐습니다.
사실 PC 렌즈는 정적인 건축 사진에 주로 썼기에 고속 연사까지 맞출 필요는 없었지만, 그건 니콘이 허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I OP Fisheye-Nikkor 10mm f/2.8S (1981년. 미발매)
OP(Orthographic Projection) 방식의 대구경 어안 렌즈입니다. 1968년에 등장한 OP Fisheye-Nikkor 10mm F5.6는 미러 업 전용 외장 뷰파인더를 함께 사용하는데, SLR 카메라답게 파인더 프레임에 따라 정해진 자동 조리개도 실현했습니다.
최전방의 제 1렌즈는 수작업으로 가공한 비구면 렌즈로, 제조에 너무 많은 예산이 필요해 상품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니콘은 어안 렌즈의에 모두 프로젝션 방식의 렌즈를 만들려고 했다네요.
Reflex-Nikkor 1000mm f/11 (1984년. 미발매)
이번에 전시된 미발매 렌즈 중에서도 특별한 제품입니다. 보통의 반사 렌즈는 대물 렌즈와 렌즈 경통의 크기가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선명한 묘사와 반사 렌즈 특유의 도넛 보케, 주변부까지 유지되는 품질까지 만족스러운 수준을 달성했으나, 당시 고위층의 판단에 따라 양산은 보류했다고 합니다. 중간에 크기가 변하는 경통 때문에 조작감이 나쁘다고 판단해서일까요.
F3AF의 AF 렌즈 (1979~1984년)
1980년대 이후 SLR 카메라에 AF 시대가 찾아옵니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렌즈 경통 하단에 AF 구동계를 넣었으나, 렌즈 경통은 동그래야 한다는 니콘의 강한 고집으로 점점 덜 튀어나오도록 바꿔 나갔습니다.
실제 제품에선 원전한 원형이 됐습니다. 또 니콘의 초기 AF 모듈은 지금의 초음파 모터처럼 소음이 적었다고 하네요.
AI Zoom-Nikkor ED 80-200mm f/2.8S (1985년. 미발매)
이것도 출시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하는 렌즈입니다. 당시엔 AF를 추구하면서 실제 상품화된 제품의 경통은 꽤나 두꺼웠습니다. 그러나 비록 MF긴 하지만 이 렌즈의 얇은 경통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끝 부분엔 ED 렌즈의 사용을 알리는 골드 링이 있습니다. 당시 새로 쓰기 시작한 새로운 재료를 써서, 1972년 동계 올림픽의 실내 경기를 찍기 위해 NIKKOR-H 300mm F2.8을 만들었으나, 양산형엔 골드링도 없고 이름에 ED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