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의 첫인상은 광학식 뷰파인더도 안 달려있는데 더럽게 비싼데다 렌즈는 몇 개 있지도 않고 AF는 펜탁스와 자웅을 겨룰 정도네? 였습니다.
미러리스니까 당연히 광학식 뷰파인더가 안 달려 있지만, 5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전자식 뷰파인더에다 눈을 갖다 대면 안구가 썩는줄로만 알았거든요. 거 왜 빨갱이가 뿔달리고 얼굴이 빨갛다고 사람들이 진짜로 믿었던 거랑 같은 겁니다.
그리고 가격. 출시 당시로 따져도 풀프레임이 그 가격-1699달러-이면 뭐 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닌데, 저는 카메라가 취미여도 신품으론 절대로 사지 못하는 궁상맞음을 자랑스러워 하다보니 비쌀 수밖에 없었고.
렌즈. 지금도 아주 많진 않지만 그때보단 낫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나아질 전망이죠. 써드파티들이 본격적으로 참전했으니. 여기에 어댑터를 써서 타 마운트 렌즈를 장착하는 방법도 많이 생겨났구요.
그리고 AF가 펜탁스와 자웅을 겨룬다는 건 과장이 좀 심했죠. 펜탁스보단 나아요. 물론 이보다 더 좋은 바디가 많지만. 굳이 따지자면 한국과 일본의 피파 랭킹을 비교하는 거하고 똑같달까요.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 놔두고요.
하여간 그래서. 중고 시세가 많이 떨어지고, OVF고 나발이고 크고 무거운건 도저히 못 들고 다니겠다며 체력이 퇴보한 지금, 풀프레임 허세욕을 채울만한 대안이 딱히 없어서 a7을 샀습니다.
원래는 노란껌님 매물을 천천히 기다려 볼까 했는데... 제가 원하는 건 가격이 싼 전투형 바디인데, 다른 사람 매물을 무조건 그 가격에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리고 말로는 사니 안사니 기다리니 하면서 중고장터를 10분 간격으로 새로고침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것도 참 대단한 시간 낭비다 생각이 들더군요. 그 노력으로 공부하면 인서울은 하지 않았을까.
어쨌건. 샀습니다. 샀는데. 이제 시작이네요. 보시는대로 지금 제가 갖고 있는 E 마운트 렌즈는 a6000의 번들인 16-50이 전부거든요. 저것만 계속 쓸거면 a6000을 쓰는 게 훨씬 낫지 뭐하러 a7을 쓰나요.
렌즈는 여러모로 고민해 봤는데 MC-11에 캐논 렌즈를 쓰는 게 그나마 제일 만만하고 무난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고장터에선 23~25만원, 아마존 직구한거 포장도 안 뜯은 걸 20만원에 판다는 글까진 봤는데.
급한 것도 아닌데 뭐하러 되팔이들 배를 채워주나요. 내가 직접 사고 말지. 이제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캐논 렌즈를 천천히 구하면 되겠군요.
지금 보니 어댑터는 참 타이밍이 절묘했네요. 제가 구입할 때 '이거 1개 남은거임 빨리 사셈'이라고 뜨길래 뻥치시네... 하고 샀더니, 정말 그 가격에는 1개 남은거였어요. 두고두고 쓰란 하늘의 계시인 듯.
그때 저도 a7+selp1650 합체시켜 봤는데 묘한 언밸런스+극강의 휴대성+화질 열화가 합쳐지니까 하면 안되는거 알면서 하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