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a에 기록용으로 남겨두는 코멘트를 약간 수정하고 살을 보태서 옮겨봅니다.
보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을 목적으로 작성하는것이라 주관적인점을 감안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이다체로 다는걸 경어체로 바꾸어서 어색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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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3호 이후 가장 훌륭한 우주 영화는 인터스텔라도, 그래비티도 아닌 마션이였습니다. 이 영화를 이렇게 늦게 본게 후회될정도.
최고의 우주 '영화'는 최고의 고증만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것도 아니고, 최고의 액션신이나, 최고의 웅장함, 혹은 섬세한 감정 코드가 과학적 장면들과 짬뽕돼 들어가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것도 아니였다는걸 몸소 증명해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는 과학도로써의 경이의 절정도 아니고, 관객으로써의 눈물도 아닌. 양쪽 모두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는, 양쪽을 밀당하는 감상에 고생했고.
그래비티를 보면서는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의 우주 고증 디테일(과 끝내주는 3D 효과까지!)에 감탄하는 한편, 제한된 서사(배경 설명 부재, 리얼타임처럼 느껴지게 하는 편집)에서 따라오는 극한의 긴장감과 그와중에 중간중간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에 계속 시달렸습니다.
(물론 그런것 모두가 의도된 만큼, 영화의 질이 떨어지는것이 아니라 제 취향에 안맞는 쪽에 가깝긴 하지만, 사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관객은 대부분 저와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지 싶습니다.)
헌데 마션은 제가 요 몇년사이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미친놈처럼 박수를 치면서 몸을 떨게 만든 정말 기막힌 서사를 선물해줬습니다.
네. 우주 영화를 고증으로만 만들면 그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지요.
같이 보러 간 문과생 친구들이 영화 끝나고 나서 질문 폭풍을 쏟아내는 그런 다큐멘터리보단 (물론 그게 꼭 싫은것만은 아니지만).
역시 이런걸 우주'영화'라고 불러야 하는게 맞지 싶습니다.
우리가 전쟁 '영화' 라고 하면 보통 그 표준점에는 허트로커나, 그린존, 혹은 람보같은 영화보다는 태극기 휘날리며 류의 영화를 생각하는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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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인터스텔라의 테서렉트 장면은 처음엔 "잘 나가다가 이게 무슨 판타지 신파극이다냐" 하는 정도로 그냥 넘어갔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테서렉트 장면이 영화적 연출이고 사랑타령하는 중력파 놀이(?)도 영화적 장치라는것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느라 "사랑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온 이후론 정이 좀 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아. 그런데 지금 들어도 OST는 참 좋더라구요.
참고로 저의 인터스텔라/그래비티/마션에 대한 점수는 5점만점기준 각각 5/4.5/5점입니다.
4점을 초과한 영화가 지금것 점수 매긴 319편중 상징적인 영화를 포함해서 단 26편에 불과하다는걸 감안하면 셋 다 정말 좋은 영화이지요.
한번쯤 꼭 감상해보시는걸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취향에 잘맞았던 영화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