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빵을 사러 나갔다가 개를 산책시키는 아줌마를 봤습니다. 개똥을 물티슈로 줏어서 하수구 커버로 질질 끌고 가더군요. 커버 위의 쓰레기라도 함께 버리려나 했더니만 개똥을 그대로 거기에 넣네요. 물티슈랑 함께요.
나 혼자 바른생활한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니고 오히려 더 귀찮아질 뿐인데 가끔은 그게 절제가 안 될때가 있어서요. 야이 남성 성기야 개념없는 열여덞세야, 개똥이 하수구를 막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지능은 얼마냐 등의 공방을 주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났어요. 요샌 골목마다 CCTV가 있어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더 이상 할게 없더군요.
이 이야기를 그대로 부모님한테 했는데요. 예전이라면 분명 사람은 둥글게 살아야 하며, 불필요한 분쟁은 피해야 하고, 너 혼자서 그렇게 해봤자 바뀌는 것이 없단다 등등 걱정에서 우러나오신 말씀을 하셨을텐데.. 오늘은 이런 정신감정을 받아야 마땅할 종자를 보았나고 맞장구를 치시더군요. 집 옆에 개똥을 쑤셔두고 도주하는 자들한테 워낙 시달려서 그런가 봅니다.
어쨌건 저 개똥하수구를 보고 나니, 마스크 안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네요. 이 동네에서 마스크 안 한 사람들의 복색은 나쁘게 말하면 행려자고, 좋게 말하면 집에서 구르다가 밖에 광합성 하러 나온 사람 같던데요. 어쨌건 하수구를 막진 않으니까요.
부모님과는 몹시 대조적으로 마누라는 못마땅해하던데.. 마누라도 개똥에 몇번 데이면 생각이 좀 달라질까 싶네요.
반려를 닮는다더니 개...